[배철현의 테마 에세이|<바가바드기타>] ⑨ 제1권 1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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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기심의 노예입니까?”

세상에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한 부류는 어제까지 자신도 모르게 쌓아올려 자신의 일부가 된 이기심의 노예로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선이란 이기심의 확장이다. 다른 부류는 자신의 이기심이 편견이며 무식이란 사실을 알아차리고 자신과 자신의 식구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 묵묵히 실행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 부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강물에 떠다니는 부초처럼,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사람이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모아 자신의 최선을 경주할 대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대상을 아는 것은, 오랜 탐구와 수련의 결실일 수도 있고 우연한 발견일 수도 있다. 그 우연한 발견도 사실 가만히 보면 오랜 시간을 걸쳐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필연이다. 그것이 정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우연이라면, 그런 행운은 금방 왔다가 사라질 것이다. 그 행운은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훌륭하게 조각해 낼 예술가의 손에서만 찬란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자신과 자신의 삶의 여정을 빛나게 해 줄 그 임무는 복음서에 등장하는 것처럼, ‘밭에 숨겨진 보화’다. 만일 내가 그 보화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내 쓸모없는 돌로 변할 것이다. 그런 보화는 돼지에게 진주, 개에게 반지와 같다. 인생의 과업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다. 깨달음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실력이다. 그 결과에 상관없이 그 임무에 몰입하는 열정이 천재성이다.

<바가바드기타>(BG)의 허허벌판에서 전투를 벌이는 두 진영의 군대가 등장한다. 서로 죽이겠다고 나선 두 진영은 친족 간이다. BG은 실제 삶이라는 전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약육강식의 전쟁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선과 악의 싸움이다.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오감의 쾌락을 증진하여 중독으로 만들려는 이기심과, 오감의 자극을 벗어나, 자신과 자연, 자신과 타인, 자신과 우주를 하나로 여겨 ‘범아일여’梵我一如으로 살려는 고요한 마음이다.

한 군대는 이기심의 상징인 비슈마가 이끄는 카우바라 군대이고 다른 군대는, 그 이기심에서 벗어나 해탈解脫을 수련하는 아르주나가 이끄는 판다바 군대다. 다음은 쾌락과 쾌락의 지속을 원하는 중독의 상징인 비슈마 군대가 정렬한 모습이다. 카우바라 군대전체의 스승인 드로나는 군인들에게 그들의 대장인 비슈마를 보호하라고 명령한다. BG I.11의 산스크리트 원문 음역, 직역, 그리고 의역은 다음과 같다:

ayaneṣu cha sarveṣu yathā-bhāgam avasthitāḥ
아야네슈 차 사르베슈 아싸-바감 아바스씨타흐
bhīṣmam evābhirakṣantu bhavantaḥ sarva eva hi
비슈맘 에바비락샨투 바반타흐 사르바 에바 히

(직역)
“그리고 또한 각자 자신에게 맡겨진 자리에서 모든 움직임을 통해
여러분 모두가 바슈마를 반드시 보호하라!”

(의역)

“인간의 감각과 그것을 쾌락과 중독에 경도되어 있는 카우바라군대 용사 여러분!
‘쿠루크세트라’라는 육체의 들판과 육체를 지배하는 중추신경계에서
각자 자신에게 맡겨진 자라에서 이탈하지 말고 굳건히 지켜라!
여러분들을 움직임을 조절하는 대장, 이기심의 상징인 비슈마를 보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십시오!”


카우바라 왕국의 왕 드르요다나는 물질적인 욕심과 욕망의 상징이다. 그는 항상 불안하고 화를 쉽게 낸다. 그는 항상 자신이 치리하는 왕국의 국경을 확장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만족하는 적이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넘치는 부와 권력을 지녔지만, 그의 한없는 욕심에 비하면, 그가 소유한 현재의 부와 권력은 미미하다. 자신을 믿지 못해 자기-만족이 없는 드르요다나는, 허영에 가득한 채 항상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하다. 드르요다나의 군대를 이끄는 비슈마는 이기심의 상징이며 육체와 육체의 편함과 안락이 최선이다. 그를 세상에서 강력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욕심이며 쾌락의 증진을 위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기심과 쾌락으로 무장하고 중독된 비슈마 군대는 평정심과 절제로 훈련한 아르주나가가 이끄는 판다바 군대를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한다. 판다바 군대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신의 선물이라고 여기고, 자신이 하는 일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BG 1.4-9에서 양측 군대의 힘은 막상막하다. BG가 속한 인도의 장구한 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 판다바 군대는 동편에 카우바라 군대는 서편에 진열하였다. 동편은 내면을 향해 있는 모든 것을 응시하는 영적인 눈이다. 반면에 서편에 정렬한 카우바라 군대는 외부의 자극에 경도된 오감이다.

비슈마는 이기적인 욕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식이다. 감각이 전부인 줄 아는 자아는 초의식 혹은 무의식을 자신이 오감으로 경험한 감각과 하나라고 여긴다. 자아는 왜곡된 영혼 혹은 영혼의 그림자다. 자아는 인간 안에 거주하여 그(녀)의 감정, 의지, 인지, 그리고 환경을 의식하게 만드는 표면적이며 반영된 의식이다. 자아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아스미타’asmitā. 즉 ‘이기심’이다.

드루요다나 왕의 스승인 드로나는 카우바라 군대 장수들과 용사들에게 판다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장 비슈마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는 용사들과 군인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그들의 대장인 비슈마를 보호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용사들은 비슈마의 명령을 받아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전투를 벌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착각하고 부질없는 충성을 맹세한다. 나는 이기심의 노예가 되어 감각의 쾌락을 위해 충성하는가? 아니면 그런 자신을 가만히 보고, 자신을 절제하고 우주, 자연, 그리고 모든 생명과 하나가 된 ‘자기-자신’을 찾아 진선미를 추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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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쾌락의 정원, 네덜란드 화가 히로니뮈스 보스(1450-1516) 유화, 1500, 205.5 cm x 384.9 cm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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