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의 테마 에세이|바가바드기타>] ⑪ 제1권 12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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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과시(誇示) 하십니까?”


요즘 아침 산책길은 설렘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반가운 얼굴들이 반기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개나리가 변신하였다. 그 많던 연두색 봉우리가 노란색 잎을 내밀어 다른 존재가 되었다. 오늘도 반려견 샤갈-벨라와 함께 동네 뒷산에 올라 중턱에 마련된 명상터에 앉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눈앞에서 철쭉이 생명약동의 찰나와 신비를 바람결에 따라 춤을 추며 연주하고 있다. 저 산에서 슬며시 내려와 내 뺌을 스치는 봄바람이 철쭉을 이리저리 흔든다. 가운데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다시 잔가지들을 우주의 섭리에 어울리게 이리저리 낸다. 그 잔가지 끝에 소심한 연두색 봉우리들이 저 멀리 떨어진 생명의 원천인 태양을 향해 고개를 쳐든다.
우리 눈앞에 활짝 핀 연분홍색 철쭉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연분홍색은 철쭉의 색을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보면 볼수록, 단어로 형용할 수 없고,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수 만 가지 색을 가졌다. 내가 본 철쭉은 한마디로 알 수 없는 신비다. 수술과 암술을 보호하기 위해 깔때기 모양으로 진화한 꽃부리는 지름이 8cm정도다. 활짝 벌린 꽃부리 사이로 8개의 수술과 기다란 암술 하나가 생명전파를 위해 길게 긴 목을 늘어뜨렸다.

내가 응시하고 있는 네 송이 철쭉은 유유자적한다. 연약하지만 세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천상의 색을 머금고 태양광선을 자신의 자리에서 만끽하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자기 멋대로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을 알고, 그것을 묵묵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있다. 철쭉을 비롯한 우주안의 식물들이 언제나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되어 있어 순간을 영원처럼 살기 때문이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철쭉을 꺾는다 해도, 철쭉은 그것을 운명으로 수용하며 자신의 목을 드러낼 것이다.

인간사의 불행은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지 못하는 불안에서 나온다. 인간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하고 주위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자신의 존재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을 필요이상으로 드러낸다. 지구의 구성원들 중에 인간이란 종류만이, 남의 인정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안절부절못해 과시誇示한다.
물질적 욕망을 상징하는 쿠루의 왕 두르요다나Duryodhana는 절제와 수련의 상징인 아르주나가 있는 판다다 군대와 쿠루들판에서 전투를 벌일 셈이다. 쿠루군대의 스승인 드로나Drona는 그런 독려에서 별 움직임이 없다. 드로나의 그런 태도는 군대를 이끄는 왕자 두르요다나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비슈마는 드러나와 두르요다나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자만심을 북돋는 행위를 한다.

드로나는 쿠루 군대의 스승이지만, 두르요다나가 자신의 사촌지간인 판다바 오형제와 싸우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드로나는 이 전쟁이 정의로운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오감에 중독되어 언제나 자신의 이익만 쫓는 악한 쿠루 군대와 그런 이기심을 억제하고 해탈을 수련하고 있는 판다바 군대 사이에서, 번뇌하고 있었다. 드로나는 과거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습관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상징한다. 요가수련자가, 자기실현을 위해 수련과정에 있더라도, 그(녀)는 새로운 선을 추구할 수도 있고 과거의 악에 안주할 수도 있다. 비슈마가 상징하는 이기심은 중립적인 언행을 상징하는 드로나를 부추겨 자기응시와 승화의 삶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과시행사를 진행한다.

<바가바드기타> I.12는 비슈마의 과시를 독려하는 산스크리트어 문장 음역과 번역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tasya sañjanayan harṣaṁ kuru-vṛiddhaḥ pitāmahaḥ
“타스야 상자나얀 하르샴 쿠루-브릿다흐 피타마하흐
siṁha-nādaṁ vinadyochchaiḥ śaṅkhaṁ dadhmau pratāpavān
심하-나담 비나됴차차이스 샹캄 다드마우 프라타파반


(직역)
“그의 기쁨을 자아내기 위하여, 나이가 많은 쿠루 왕조의 조상이
사자의 포효소리를 힘차게 내며, 나팔고둥을 힘차게 불었다.”

(의역)
“쿠루인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강력한 조상인 비슈마는 판다바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두르요다나 왕과
그의 책사 드로나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사자의 우렁찬 포효와 같은
나팔 고동을 힘차게 불었다.”


비슈마는 과거에 습관적으로 하던 언행을 가만히 돌아보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반복하는 이기심의 화신이다. 습관은 과거에 하던 일이 과거의 행태를 반복한다. 새로운 요구나 상황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피한다. 인간이 자신의 과거에 집착하는 나쁜 습관에 도전을 받는다면, 자기보전의 본능을 작동시켜, 좋은 습관에 맞서 싸우라고 독려한다. 이 시험과 갈등은, 원대한 미래구축하려는 인간의 개선의지를 말살시킨다. 나쁜 습관은 이기심이라는 괴물이 조정하는 자기패배의 보루다.

깊은 명상과 묵상을 통한 새로운 언행을 시도하는 수행자는, 언제나 오감을 자극하고 극대화한 쾌락에 중독된 과거의 자신과 오늘 삶의 주도권을 놓고 싸운다. 인간은 매일 이 투쟁을 감행하고 있다. 만일 인간이 그런 투쟁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이미 과거에 매몰된 자다. 새로운 시간과 장소는 언제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요구한다. 그 마음가짐은 과거 마음가짐과 갈등할 수 밖에 없다.

예수가 지극히 평범한 목수에서 인류의 구원자로 탈바꿈하기 위해, 사막에서 홀로 40일간 악마의 유혹을 견디고 시험을 통과해야했다. 악마는 이기심의 트로피인 세 가지로 예수를 유혹한다. 부, 명성, 그리고 권력이다. 악마는 돌을 떡으로 만들어 보라고 유혹한다. 이 유혹은 오감의 편함과 쾌락을 제공하는 물질적인 ‘부’에 대한 유혹이다. 그 후에 악마는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로 데려가, 그 곳에서 뛰어내려보라고 유혹한다. 이 유혹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기적을 행해 ‘명성’을 추구하라는 유혹이다. 그 후에 악마는 자신에게 절을 굴복하면 세상의 모든 것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악마는 ‘권력’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쾌락이라고 유혹한다.

이기심은 언제나 자신을 방어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든 외부의 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차단한다. 요가수련자가 깊은 명상수련으로 오감을 제거하고 자신과 타인, 자신과 우주를 하나로 여기는 평정심 상태로 진입할 때, 이기심은 그를 본격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한다. 그 방해의 효과는 거침 숨소리로 가장먼저 등장한다. 쿠루왕국의 시조인 비슈마는 자신의 경륜을 내세우며, 가장 이상적인 삶은 오감의 충족과 중독이라고 설교한다. 그는 인간의 호흡을 방해하여 숨을 가쁘게 만든다. 그런 절제의 수련이 아니라 탐닉의 거친 활동이 인생의 축복이라고 유혹한다.

여기 그런 평온한 숨쉬기를 방해하는 은유가 사자의 우렁찬 포효소리로 등장한다. 산스크리트어 표현 ‘싱하 나담 비나드야’siṁha-nādaṁ vinadya를 직역하면 ‘사자 포효소리로 으르렁거리다’라는 뜻이다. 비슈마는 그런 포효와 유사한 나팔고등을 들고 서서, 정신적이며 영적인 해탈을 추구하려는 아르주나가 이끄는 판다바 군대를 격퇴시키라고 촉구한다.

현대문화는 오감의 자극이 선이라고 주장하는 비슈마의 나팔고동으로 진동한다. 미디어는 그런 과시가 멋진 삶이라고 찬양하고 과시하여, 우리에게 헛된 열등감을 조장한다. 나는 비슈마의 나팔소리에 마음이 동요하여 그런 대중의 일원이 되어 헛된 전쟁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그런 나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철쭉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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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에서 발견한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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