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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상상인, 저축은행 매각 '해도 손해 안해도 손해'···시장은 매각에 방점

금융 저축은행

상상인, 저축은행 매각 '해도 손해 안해도 손해'···시장은 매각에 방점

등록 2023.11.03 12:12

수정 2023.11.03 16:41

차재서

  기자

경영진 논의조차 꺼려···유준원 대표 의중이 관건 내부 소식통 "장고 거듭하겠지만 결국 매각할 것"우리금융이 가져갈 듯···PF리스크·인수가격에 주목

상상인그룹이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매각 명령을 이행하기로 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상상인그룹이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매각 명령을 이행하기로 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금융당국으로부터 저축은행 매각 명령이 떨어진지 1개월이 지났지만 상상인그룹 내부에선 여전히 대응 방향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처분에 따라 저축은행을 정리하거나 행정소송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할지 여부를 택해야 하는데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취한 데다, 우리금융도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한 만큼 결국 상상인 측이 저축은행을 포기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 역시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와 우리금융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3일 상상인 측은 뉴스웨이에 "저축은행 매각과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검토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상상인은 내년 4월까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보유 지분 100% 가운데 90% 이상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유준원 대표와 각 저축은행에 영업구역 내 의미대출 비율 미준수 등 혐의로 무거운 제재를 부과했고, 이들이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자 8월30일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상상인 측이 이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10월4일 정례회의를 거쳐 매각을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우리금융은 인수 자문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두 저축은행의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건호 우리금융 상무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설과 관련해 "검토 중인 사안이 맞다"며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금융권 전반에선 이를 계기로 양측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은행을 강화하려는 우리금융과 지분을 넘겨야하는 상상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금융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실사를 진행하는 것을 매각의 신호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매각 의사가 없다면 굳이 다른 금융회사에 장부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진단에서다.

그간 일각에선 상상인이 당국 매각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나왔고 이행 기간도 열흘 정도로 지나치게 짧았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 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상상인으로서는 정부와 장기간 갈등을 빚으면 유 대표는 물론 증권과 정보통신, 조선 등 다른 계열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유 대표가 불법 대출 건(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으로 재판을 받는 만큼 행정소송을 걸어도 승산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상상인저축은행은 나쁘지 않은 매물이다. 충청권에 영업기반을 둔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시너지를 유도하고 수도권으로 영업권역을 확장함으로써 은행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서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월말 기준 각 3조2991억원과 1조58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조6104억원이다. 이들 합치면 우리금융은 단숨에 저축은행 부문을 업계 4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덧붙여 임종룡 그룹 회장으로서도 인수합병(M&A) 성과가 절실하다. 취임 이후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 M&A로 우리금융에 새 엔진을 장착하겠다고 줄곧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적도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우리금융의 3분기 연길기준 순이익은 누적 2조4384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급감했다.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은행·카드 등 주력 계열사의 부진을 상쇄할 동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건은 가격이다. 두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짊어진 만큼 상상인이 얼마를 부르느냐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경영실적보고서를 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6월말까지 부동산PF와 관련해 4015억원의 대출을 내줬는데, 14.12%인 567억원에 대해 연체가 발생한 상황이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연체액도 218억원(연체율 11.05%)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M&A 시장에 나온 곳 중 상대적으로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우리금융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상인 측이 행정소송 이행하기로 가닥을 잡는다면 거래가 신속히 종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상상인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당초 소송으로 행정조치를 무력화하는 방법까지 고려했으나, 이를 포기하고 명령을 이행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면서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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