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아니라 병행수입셀러 검증?" 허울뿐인 이커머스 정품인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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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LF, NFT 기반 명품 디지털 보증서 서비스
병행수입업체 신뢰도 기반 발행, 정품 검증과 무관
가품 원천 차단 불가능, 개런티 마케팅 수단 불과
"온라인 구매 시 명품 감정사 검증 반드시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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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명품 감정사처럼 일일이 검수하는 게 아닙니다. 그 상품을 취급하는 병행수입업체 검증 사실을 기반으로 정품 보증서를 발급하는 거죠. 내부 전문 인력도 없을 뿐더러 (판매되는 모든 병행수입 상품을 검수하는 것은)불가능해요."

온라인 명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가운데 가품(짝퉁) 차단 방식에 대한 업계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온라인에서 명품 구매 시 반드시 정품 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유통 채널 특성상 검증된 셀러(판매자)를 관리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 대립된다.

문제는 상품을 유통하는 셀러조차 가품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다. 정가품 논란 원천 차단이 불가능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셀러만 검증한 뒤 정품임을 인증하는 보증서도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작년 8월부터 명품 디지털 보증서인 'SSG 개런티'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반의 디지털 카드로 고객이 구매한 명품이 정품임을 보증하는 일종의 품질 보증서다. SSG개런티가 보증하는 사안은 ▲상품 신뢰도 ▲판매자 신뢰도 ▲가품 200% 보상 제도 ▲수입절차의 적법성 ▲실물 감정서비스 연계 ▲VIP 전담상담원 등이다.

최근 LF도 LF몰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해 'LF 개런티' 서비스를 론칭했다. NF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보증서가 발급되는 방식은 동일하다. 상품 구매 이력 등이 담겼으며, 가품 시 구매금액의 300%를 보상키로 했다.

각 보증서에 기재된 시리얼 넘버는 SSG닷컴과 LF가 부여한다. 명품 브랜드에서 발급하는 고유번호가 아니라는 의미다. 상품마다 고유 시리얼 넘버가 부착된 보증서는 복제 또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보안성이 우수한 점이 특징이다.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어 중고거래 시에도 신뢰도 수단으로 쓰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병행수입업체 검증만으로 보증서를 발급한 것은 우려가 제기된다. 병행수입은 유통업자가 해외 아울렛 등에서 직접 명품을 구매한 뒤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종의 구매대행이다. 가격이 싼 대신 유통 경로가 불투명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SSG닷컴과 LF 내부에선 정품 검증이 가능한 전문 인력이 없다. 병행수입업체가 취급하는 상품을 하나하나 검수하는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한 병행수업업체를 찾아 이를 검증하는 게 명품전담팀의 역할이다. 신뢰도나 이력 파악 절차가 마무리되면 '검증된 셀러가 엄선한 상품=정품'이라는 가설을 전제로 개런티를 발행한다.

이는 상품을 유통하는 셀러 조차 정가품 여부를 구별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유명 온라인 플랫폼이나 백화점 등 신뢰도 높은 판매처에서 명품을 구매하더라도 가품은 유통과정에서 은밀히 유입되기에 판매자들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기업은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검수할 인력이 없는 만큼 명품 셀러 관리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고유 개런티 부착으로 시스템화 했기에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업체 상품이 모두 전수검사를 거친 뒤 판매되진 않는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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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닷컴 제공
명품 감정사의 감정 없이 발급된 정품 보증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NTF 개념을 보증서에 적용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업체를 거르는 작업만으로 가품을 100% 차단할 수 없다. 유통업체가 보증하는 개런티이기에 브랜드 보증도 아니다"며 "NTF 개념은 수익이 발생하거나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기술을 활용한 것은 맞지만 'NFT 보내기' 등의 명칭은 결국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유통 구조상 전문인력 부재의 한계를 고려해 다방면의 노력을 이어간 곳이 주목된다. 병행수입업체의 자율에 맡기되,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거나 업무 협약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온은 작년 9월 위조 상품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기 위해 '트러스트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롯데온, 판매자, 외부 협력기관 등 3자가 참여하는 형태다. 병행수입 상품 특성상 진위 여부 판단을 위해 유통 흐름상의 검증 및 상품 자체의 검증 등 두 절차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온은 상품 등록 이전에 판매자 검수 및 판매 과정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샘플 검수를 맡는다. 서류 검토, 현장 방문 등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포함된다. 판매자는 100% 정품을 판매하겠다고 동의한 후 본인의 상품에 트러스트온 인증을 붙여 판매하고 정품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피해 신고 접수 시 무역관련 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한국명품감정원 등 외부 기관과 연계해 즉시 대응한다.

롯데온 관계자는 "모든 셀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철저한 3자 협력을 기반으로 하기에 셀러들 사이에 진일보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트러스트온은 자체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며 가품 검수는 외부 전문 인력에 맡겨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TIPA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디지털기술 기반의 명품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협력키로 했다. TIPA가 개발한 디지털 검사 증명서를 도입하는 것은 업계 최초다.

현재 TIPA 내부에선 이랜드리테일의 명품 유통 신뢰도 제고를 위한 특별 전담팀이 꾸려진 상태다. 접수되는 물량에 따라 검증 인원은 유동적으로 변동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TIPA 측과 오랜 기간 협력을 이어왔으며, 직수입 뿐 아니라 병행수입 상품도 모두 검증을 거친 뒤 판매될 예정"이라며 "TIPA뿐 아니라 한국명품감정원에도 물량을 나눠 정품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명품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체 검증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중고명품 거래 업체 리본즈,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렌비 등은 명품 감정사를 내부에 두고 있다. 특히 트렌비는 '명품 감정 아카데미'를 업계 최초 오픈해 운영 중이다. 전문 교육과정을 거쳐 명품 감정사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연내 100명의 감정사를 추가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트렌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할 경우 정품 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가품 차단은 명품 감정사가 직접 검수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유입 경로가 불분명한 개인간 리셀은 반드시 정품 감정센터가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구매·판매 전 직접 명품 정가품 감정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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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렌비 제공


천진영 기자 c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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