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리포트]가계부채 규제에도 이자이익 급증한 시증은행···역대급 수익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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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대출규제 속 연이은 실적 행진
‘우대금리 축소’ 등 조치가 이자이익으로
주담대 금리, 수요 급증에 신용대출 추월
“소비자 부담 고려해 대출 정책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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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은행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코로나19 대확산과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에 소비자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자금 중개 기능을 담당하는 이들이 반사이익을 챙기며 전례 없는 실적 행진을 자축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다.

특히 각 은행이 정부의 강경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볼멘 목소리를 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금리 인상을 부추김으로써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대출 대란’에도 5대 시중은행, 이자이익 24조원=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3분기까지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총 23조7696억원에 이른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5조659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4조8411억원 ▲하나은행 4조4746억원 ▲NH농협은행 4조4825억원 ▲우리은행 4조312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은행에 따라 많게는 13%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

은행의 이자이익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은 그만큼 대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신용대출 신청이 급증했고, 부동산 수요 증가에 주택담보대출도 크게 늘어난 바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대책 예고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이른바 ‘가수요’도 늘어나면서 은행의 실적을 받쳐줬다. 실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5~6월 증가 규모가 월평균 1조원 정도에 그쳤으나 8~9월엔 증가 규모가 약 4조원으로 급증했다.

◇높아진 대출 문턱이 이자이익 증가로=그러나 양호한 성과에 혹평이 쏟아지는 이유는 은행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명분 삼아 대출 문턱을 높인 게 이자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진단에서다.

현재 주요 은행은 대출 수요를 조율한다는 목표 아래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깎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아파트·주거용오피스텔 등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최대 0.70%p 낮춘다. 아파트의 경우 0.50%까지 붙던 금리 우대조건을 0.30%로 내리고, 주거용오피스텔에 대해선 기존에 제공해온 0.30%의 우대금리를 없애는 식이다. 급여·연금 이체, 공과금·관리비 자동이체, 신용카드 사용 등 우대 항목을 삭제한 결과다.

농협은행도 지난 22일부터 거래 실적을 반영해 신용대출에 최대 0.3%p 금리를 우대하는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신규 대출 유입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올해 6%, 내년 4~5%) 방침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만큼 당분간 은행의 우대금리 축소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소비자 부담 가중…주담대 금리도 신용대출 금리 추월=문제는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묶고 분양가격 기준으로 잔금대출을 취급(국민은행)하는 등 조치로 한도가 축소된 와중에 금리까지 상승해서다.

이에 아파트 입주를 앞둔 일부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신용대출을 끼고 자금을 조달하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한도나 만기 등을 고려했을 때 그마저도 쉽지 않아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신용대출 금리를 추월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10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은 2.87~3.33%, 일반신용대출(서민금융 제외) 금리는 2.79~3.32%로 집계됐다. 상단과 하단 모두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다.

주담대는 말 그대로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주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단순히 차주의 신용만 놓고 따지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를 앞지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기준으로 삼는 채권 금리와 무관치 않다. 통상 은행은 주담대 고정금리를 산정할 때 금융채 5년물 금리(AAA등급)를, 신용대출 금리엔 금융채 6개월물 금리를 반영하는데, 몇 달 사이 5년물 금리 인상폭이 6월물의 인상폭보다 컸기 때문이다. 5년물 금리는 8월말 1.891%에서 이달 19일 2.342%로 0.451%p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6월물은 1.033%에서 1.194%로 0.161%p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한정된 재원으로 주담대를 운영하는 와중에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앤 게 이 같은 현상을 낳았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은행권 욕심 과도해…가계부채 정책 재검토해야”=이렇다보니 소비자 사이에선 은행이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규 대출을 차단하기 위해 한도를 축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우대금리까지 없애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짙다.

정부의 관리 정책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지만 우리 경제에 당장 타격을 안길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에서다.

금융당국도 ‘DSR 규제’ 시기를 앞당기는 등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겠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생각보다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가계부채가 실물경제에 비해 규모가 지나치게 크지만 당장 금융시스템 위험을 촉발할 상황은 아니며, 금융회사 건전성 측면에서 관리가능한 수준이란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강경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 시중은행이 필요 이상의 이익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비춰진다”면서 “정부가 보완대책을 제시한 것을 계기로 은행의 대출 관행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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