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지는 이재용 재판··· ‘오너 리스크’ 갇힌 삼성

최종수정 2020-02-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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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지속되는 재판에 재계 우려감 비등
작년 가을엔 1월 대세론···지금은 오리무중
오랜기간 준비한 ‘준법감시위’ 일회성 비판 직면
“이 부회장 개인일정 소화하지만 사실상 부재 상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미뤄지면서 재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법부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에게 숙제를 내주고 채점하는 식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반응에서부터 사실상 이미 ‘오너 부재’를 겪을 만큼 겪고 있다는 자조 섞인 호소까지 비등하다.

그사이 삼성이 공들여 준비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은 일종의 ‘재판 거래용’이라는 오명까지 받으며 출범 초기부터 비판에 휩싸였다.
삼성 안팎에서는 하루빨리 오너 리스크를 해결하고 경영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가득하지만 자칫 외부로 흘러나와 싸늘한 시선을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11일 재계 반응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 재판 일정이 늦춰지면서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예정이던 국정농단 관련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5차 공판준비기일을 연기했다. 서울고법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에 ‘공판준비기일 변경 명령’을 보내면서 양쪽 모두에 오는 28일까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취지와 활용 방안을 들어보고 그것이 양형 사유에 해당하는지 또는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이유인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판 일정이 늘어지면서 재계 전반에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당사자인 삼성은 불필요한 비판까지 휩싸였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이 오랜 기간 준비해 새해 초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도 덩달아 일회성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번 재판과는 관계없이 이미 삼성 내부에서부터 필요성을 인지해 탄생했다. 최근엔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중공업 등 10개 계열사로 확대하는 등 기틀을 다졌다. 지난 5일 첫 회의에서 6시간의 장고 끝에 최고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직접 조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강력한 통제 기능에 합의하는 등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하지만 그사이 시민단체를 비롯한 정치권의 ‘재판 거래용’이라는 비난까지 맞는 등 오히려 재판 일정이 늘어지면서 진정성마저 부정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43명을 비롯해 민주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등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명분으로 이 부회장 구명에 나선다면 또다른 사법농단”이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현직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자칫 더 많은 역풍에 휩싸일까 봐 가슴앓이만 하고 입을 닫았다.

이미 2016년 특검 수사 이후 사실상의 오너 사법 리스크를 4년째 넘기고 있는 삼성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당초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이 열렸을 때만 하더라도 법조계에선 이르면 해가 바뀌어 1월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다가 재판부가 속도를 늦추면서 3월로 예정된 법원 인사 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또한 증인 신청 협의 등으로 과정이 지난해지고 거북이걸음을 하면서 이제는 전혀 알 수 없는 국면으로 갔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 일정까지 고려하면 최종 판단은 더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슬그머니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예 이재용 부회장이 있지만 사실상 없는 것과 같은 오너 부재를 겪고 있다는 한숨이 재계에서부터 번지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삼성 주요 경영진의 재판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구속 상태와 다름없는 오너 부재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전혀 과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법부가 신중한 것은 좋지만 과정이 지난해지면서 자칫 삼성의 모든 개선 활동이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호소하는 꼴로 비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여전하고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재판 일정이 지연되면서 삼성의 2020년은 시작부터 험로가 됐다”고 한숨 쉬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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