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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AI가 암·유전병까지 예측"···'미지의 영역' 향하는 구광모의 혁신

산업 재계

"AI가 암·유전병까지 예측"···'미지의 영역' 향하는 구광모의 혁신

등록 2024.03.11 16:12

차재서

  기자

AI연구원, 美잭슨랩과 난치병 분석 시스템 개발 IT·가전 넘어 의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AI 접목 구광모 "AI, 그룹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

구광모 (주)LG 대표가 현지시간 22일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제공구광모 (주)LG 대표가 현지시간 22일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글로벌 연구기관과 손잡고 알츠하이머·암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고령화와 맞물려 이들 난치병이 고민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그 비밀을 풀어냄으로써 사회와 의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다. 전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는 'AI발(發) 혁신'이 IT와 가전을 넘어 의학이라는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11일 LG AI연구원은 미국 연구소 잭슨랩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I연구원과 잭슨랩은 작년 12월 파트너십을 맺은 뒤 수개월에 걸쳐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LG의 생성형 AI '엑사원(EXAONE)'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과 생애주기별 연구 자료를 학습시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나 암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도록 함으로써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또 이들은 암과 관련해선 특수한 고가의 검사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병리 이미지만으로 암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을 설계하기로 했다.

LG는 새롭게 구축할 AI 체계가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그리고 임상 시험에 이르기까지 개발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은 물론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LG와 잭슨랩이 첫 공동 연구 분야로 알츠하이머·암을 지목한 것은 그만큼 이들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 기인한다. 전세계적 고령화로 관련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치료를 받는 환자 개인과 보호자 역시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미 의학계에선 AI로 알츠하이머를 조기 진단하고 악화를 방지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의학 전문지 네이처도 성별·연령·혈압·혈당·골밀도 등 정보를 학습시켜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 비타민D 등이 알츠하이머 예측 지표를 추린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의 연구 논문을 소개했다.

LG와 젝슨랩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알츠하이머·암 등 질병을 예측하고, 신약과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AI를 구현해 개인 맞춤형 의학 시대를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LG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며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양측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 성과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하는 등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추후엔 알츠하이머나 암이 아닌 다른 질병에도 이를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AI 기술에 손을 뻗는 구광모 LG 회장의 보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데 있다.

구광모 회장은 그간 "AI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에도 소비자 가치 관점에서 과감히 투자하고 혁신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8월 구 회장은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 등을 방문해 AI 분야 미래 준비 현황과 육성 전략을 점검하면서도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6000억원 수준이던 펀드 운용 규모를 지난해 1조원 규모로 끌어올린 상태다.

하나 더 의미를 부여할만한 부분은 이번 난치병 연구가 구 회장이 새 먹거리로 지목한 이른바 'ABC(AI·바이오·클린테크)'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AI 리더십을 확보하고 항암 역역의 혁신 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그룹 공통의 목표가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다.

앞서 LG는 최고 수준의 AI·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자 5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울러 LG화학은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이래 꾸준히 신약 개발 실행력을 높여왔다.

따라서 AI연구원의 발 빠른 행보는 결과적으로 LG화학 제약 부문과 시너지를 내며 그룹 성장을 조력할 전망이다. AI연구원은 2022년 환자 유전 정보와 암 세포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 예측 AI 모델'을 내놨고, 작년 7월엔 신약·신소재·신물질을 개발하는 AI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도 공개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LG AI연구원은 AI를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LG의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AI 기술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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