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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조선, 수주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K-조선, 수주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등록 2024.02.28 16:09

전소연

  기자

reporter
지난해 방문한 조선업체 현장에서 '당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라는 현수막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다만 이 문구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조선업체 곳곳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터지고 있다.

최근 역대급 호황으로 수주 랠리를 펼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업계는 초호황기 진입으로 잔치 분위기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에 업계서도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업체마다 더욱 촘촘한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 3사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모두 4명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 1명, 삼성중공업 1명, 한화오션 2명이다. 사망한 근로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 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사망사고는 무려 해가 바뀌고 세 달도 채 되지 않아 발생했다.

조선업계 사망사고는 타 업종 대비 높은 편에 속한다.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이자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 제조업 대비 밀폐공간 작업이 많고, 화기를 이용하는 등 숙련을 필요로 하는 작업들이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에서는 지난 2017~2022년 8월 말까지 무려 56건, 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건수도 월등히 높다. 뉴스웨이가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2020~2022년 3년간 무려 한 업체에서만 1300건에 육박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삐임과 골절, 타박상, 화상 등이 포함됐다. 상해 종류별로는 파열이 34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골절(329건) ▲타박상(225건) ▲진탕(201건) ▲열상(10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도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HD현대는 권오갑 회장의 주도로 'HD현대 희망재단'(가칭)을 설립했다. 재단을 세워 피해 유가족 대학생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유가족 중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 지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권 회장은 사재 1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며, 그룹 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도 기금을 출연해 재단 설립에 동참한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중대재해방지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1년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보건경영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했다. 한화오션은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설정하고 스마트 안전 시스템과 안전체험관 및 VR 교육을 통해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겠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사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조선업계는 최근 역대급 호황으로 일감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외국인 등 비숙련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수주가 늘어나면서 기업이 생산 역량을 초과해 무리하게 작업을 할 경우 근로자들이 안전조치와 수칙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비숙련 인력 채용이 증가하는 것도 하나의 위험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게 무슨 소용인가. 건조 현장에서 본 현수막 문구처럼 근로자들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조선업체들이 근로자들의 안전 의식을 고취하고, 안전 교육을 한 층 더 강화하는 꼼꼼하고 구체적인 중대재해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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