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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성과주의·신상필벌'···임원인사 마친 재계, 실적 따라 희비

산업 재계

'성과주의·신상필벌'···임원인사 마친 재계, 실적 따라 희비

등록 2023.12.21 15:09

김현호

  기자

'최대 실적' 현대차그룹, 252명 승진···역대 최다'실적 부진' 삼성·SK·LG, 승진 '뚝'···SK는 '반토막'4대 그룹 부회장 승진자 없어···"오너 경영 강화"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

4대 그룹이 2024년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모두 성과주의와 젊은 리더를 배치하는 예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등의 변화도 줬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은 임원 승진 폭이 대폭 줄었고 현대차그룹은 역대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공통적으로는 이번 인사에선 부회장 승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오너 경영에 대한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일 현대차 97명, 기아 38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52명의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역대 최고실적을 달성한 성과에 대한 보상과 향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선도할 리더 발탁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신규선임 임원은 총 197명이며 이 중 38%를 40대에서 발탁했다.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 신규 임원 중 40대 비중은 2020년 21%에서 2021년 30%를 돌파했고 작년에는 35%, 올해 38%를 기록해 내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술 인재 중용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전체 승진 임원 중 30%를 연구개발(R&D), 신사업, 제조 등 기술 관련 분야에서 발탁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0조7945억원으로 연간 최고치인 2022년(17조529억원) 실적을 3개 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합산 영업이익이 3분기 만에 20조원을 돌파한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다. 4분기는 전통적 성수기라 연간 영업이익은 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판매 1위인 토요타의 작년 실적(약 24조6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CEO급 임원도 새롭게 수혈했다.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인 이규석 부사장과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서강현 부사장은 각각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CEO로 선임됐다. 또 5년 연속 무분규와 최대 생산 실적을 견인한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인 이동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현대차그룹 감사실장인 김윤구 부사장을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성과주의·신상필벌'···임원인사 마친 재계, 실적 따라 희비 기사의 사진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SK그룹, LG그룹은 모두 임원인사 비중을 크게 줄였다. 현대차그룹과 달리 실적 부진 여파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 등 총 143명을 승진시켰다. 전년보다 44명 감소한 것으로 부사장은 8명, 상무는 30명 줄었다. 승진자 수는 소폭 임원인사를 단행한 2017년 5월(90명) 이후 가장 적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 및 세트 수요 감소로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사장단 인사가 기조가 임원인사에서도 반영된 것이다.

특히 반도체(DS) 사업은 올 1분기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4조3600억원, 3조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4분기에도 1조원 대 중반의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에만 14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고된 셈이다. 이에 DS 부문 상무 승진자는 지난해 43명에서 올해 23명으로 반토막났고 부사장 승진자도 3명 줄었다.

사장단 인사 폭도 감소했다. 올해 사장 승진자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인 용석우 부사장과 Global Public Affairs팀장 김원경 부사장 등 2명에 불과했다.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수다. 삼성전자는 2020년 4명, 2021년과 2022년은 3명을, 2023년에는 7명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DS 부문은 사장 승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 CEO를 대부분 유임시킨 반면 SK그룹은 세대교체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SK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의장직을 맡게 됐다. 또 부회장급 임원인 조대식·장동현·김준·박정호 등 4인방은 모두 2선으로 물러났다.

이번 인사로 CEO가 바뀐 계열사는 SK㈜를 필두로 SK이노베이션·에너지·엔무브·온·실트론·머티리얼즈 등 7곳에 달한다. 이중 김양택 SK㈜ 머티리얼즈 사장과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오종훈 SK에너지 대표는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Executive Leader Program)까지 수료하며 '준비된 인사'로서 기업 경영을 맡게 됐다.

'성과주의·신상필벌'···임원인사 마친 재계, 실적 따라 희비 기사의 사진

SK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부회장 승진자가 없고 임원 승진도 2022년 대비 절반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책임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였고 SK온은 3분기에 처음으로 매출이 '역성장'했다. 또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LG그룹 인사 폭도 줄어들었다. 올해 승진규모는 총 139명으로 전년보다 21명 감소했고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CEO급 임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에서 변화가 있었으며 사장 승진은 LG전자 등 4개 관계사에서 4명이 승진했다. 세대교체를 위해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이 물러났으며 신규 임원 99명 중 1970년대 이후 출생이 97%를 차지했다.

LG 계열사도 올해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고 LG이노텍은 올해 1~3분기 모두 전년 대비 영업이익 폭이 크게 줄었다.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이익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은 실적 부진에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고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보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4대 그룹에 1970~80년대 생들이 임원인사에 기용되는 기조가 올해도 이어졌다"며 "인사를 앞당겨 사업 계획을 세우려는 의지가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 부진에 긴축 경영을 하다 보니 임원 자리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오너 경영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전문 경영인 체제도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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