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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家 '형제의 난', 8년 만에 마침표 찍을까

효성家 '형제의 난', 8년 만에 마침표 찍을까

등록 2022.11.10 10:51

수정 2023.09.07 10:06

이세정

  기자

귀국한 조 전 부사장, 강요·공갈미수 혐의로 법정2014년 조현준 회장 및 계열사 대표 고발서 시작조 회장도 2017년 조 전부사장 고소하며 맞대응

효성家 '형제의 난', 8년 만에 마침표 찍을까 기사의 사진

효성그룹 오너 3세간의 '형제의 난'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2014년 여름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 계열사 두 곳을 검찰에 고발한 지 8년만이다. 조 전 부사장이 사실상 형인 조현준 그룹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을 직접 겨냥해 언론에서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서 '왕자의 난'이라고도 불렀다.

과거의 일이 다시 회자되는 건 지난 9일 검찰이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각각 강요미수와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016년 조 전 부사장이 해외로 나가면서 기소가 중지됐던 이번 사건은 작년 말 조 전 부사장이 국내에 입국하자 검찰이 수사를 재개하고 재판에 넘기면서 주목을 끈다.

효성가의 분쟁은 일반적인 경영권과는 결이 다르다. 조석래 명예회장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일찌감치 보유하던 그룹사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고 해외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반면 형인 조현준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았고, 탄탄한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분쟁은 '감정싸움'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1969년생인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는 한 살 터울이고, 막내 조현상 부회장과는 두 살 차이다.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에는 고교 동창인 고(故) 신해철씨와 그룹 '무한궤도' 멤버로 활동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펌 '크라바스, 스웨인 앤 무어'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1999년이다. 형제들 중 가장 늦게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경영참여 시점과 맞물린 분식회계···가족 불화로 돌연 퇴사=이때는 '형제의난' 발단으로 꼽히는 '효성 분식회계'가 이뤄지던 시점이다. 조 명예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효성과 합병하는 효성물산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해외 현지 판매법인인 미국과 독일, 홍콩, 싱가포르 4개 자회사의 손실 규모를 축소했다. 적자를 흑자로 바꾸기도 했다. 약 5년간 확인된 분식회계 규모만 1500억원이 넘는다.

효성은 2006년 이 사실을 자백하며 위기를 면했다. 하지만 2010년 조 회장이 미국 현지법인의 공금을 이용해 호화주택을 매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 약 10억원을 추징하도록 명령했다. 대법원은 2012년 이 판결을 확정했다.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던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2월 돌연 사임했다.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형에게 경영권이 승계될 것이란데 불만을 품은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오랜기간 누적된 가족과의 불화를 이유로 꼽았다. 평소 법을 공부하며 재벌 전반의 경영행태와 기업 문제를 견제해오던 조 전 부사장은 2011년 회사의 구매 입찰 과정 등 그룹의 '부정(不正)'을 지적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과 주요 경영진은 이를 문제 삼지 않길 바랐고, 결국 원칙주의자이던 조 전 부사장과 가족들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게 대중에 알려진 내용이다.

조 전 부사장은 회사를 떠난 직후 효성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들이 보유하던 주식도 제3자에게 전량 처분했다. 현재는 지분율 80%의 그룹 비상장 계열사 동륭실업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 외에도 효성토요타(20%), 효성티앤에스(14.13%),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10%), 신동진(10%) 등에서 지분을 들고 있다.

◇효성 수난사···조현문, '이단아·정의의 사도'=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그해부터 효성그룹은 모진 풍파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2013년 5월 차명재산과 역외탈세 등 일부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특별세무조사를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정기 세무조사로 보여졌다. 하지만 국세청은 거액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고 2개월 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고, 이를 검찰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특수2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룹 본사와 주요 계열사, 조 명예회장 자택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조 명예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나이와 지병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연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며 스트레스가 쌓인 조 명예회장은 암이 재발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초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에 대한 횡렴·배임 혐의 1심 재판이 시작되자 더욱 화력을 키웠다. 효성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비리를 문제삼으며 당시 대표를 고발했다. 또 형과 동생을 횡렴·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조 회장을 수백억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가 문제를 제기한 누적 혐의는 5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家 '형제의 난', 8년 만에 마침표 찍을까 기사의 사진

효성그룹에서는 변호사이자 그룹 내부 사정에 밝던 조 전 부사장이 국세청과 검찰 수사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후계 과정에서 배제되자 불만을 품고 가족을 버린 내부고발자, 즉 '이단아'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그룹의 모략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언론을 통해 부친과의 대화내용을 공개하며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 조 부회장이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그룹의 불법비리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조 회장)의 온갖 망나니짓을 은폐하고 감싸기 위해 날 내쫒은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대중은 그를 '정의의 사도'로 인식하기도 했다.

검찰과 효성그룹 오너간 법정공방은 약 8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심 재판이 시작됐는데, 조 명예회장의 경우 2020년 대법원이 원심 판결 중 일부가 잘못됐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올해 10월에서야 시작됐다. 조 회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됐다.

◇6년 만에 돌아온 조현문, 왜?=부친과 형, 동생을 향해 칼날을 겨누던 조 전 부사장은 법무법인 현의 고문으로 약 2년간 일하다 2015년 자신이 최대주주인 동륭실업 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잠적한다. 2016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른바 '박수환 게이트'가 터졌고, 조 전 부사장은 해외로 출국했다.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2013년부터 조 전 부사장이 대표를 맡은 동륭실업의 홍보대행 업무를 맡았다. 검찰은 박 전 대표가 홍보업무 외에도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 송사에 개입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변호사가 아님에도 돈을 받고 법률사무를 취급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은 해외로 나간 조 전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지만 이 같은 요구에 불응하며 잠적했다.

이듬해 2017년 3월에는 조 회장과 회사가 조 전 부사장을 고소했다.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대표의 자문을 받고 자신을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효성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이 성공하는 대가로 박 전 대표는 거액을 받기로 약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기소중지'(피의자 소재를 찾을 수 없을 때 수사를 일시 중지) 처분했고, '형제의난'도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 전 부사장이 국내에 입국하면서 소재가 파악됐다. 검찰은 기소중지를 해제했고, 올해 1월에는 조 전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펼쳤다. 조 전 부사장이 강요 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만큼, 재계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효성그룹 오너가의 감정싸움이 재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에 능통한 조 전 부사장이 국내로 돌아온 배경에는 검찰 조사와 관련해 치밀하게 대응전략을 짰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그룹 경영권과 무관한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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