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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역대급 차입금에도...분기 배당은 '따박따박'

투자의 '씬'

한온시스템, 역대급 차입금에도...분기 배당은 '따박따박'

등록 2022.07.18 07:26

수정 2022.07.18 07:37

이승연

  기자

M&A 이은 설비투자 비용 대부분 외부 차입 의존...순차입금 2.4조 '별도' 영업익·순손익 모두 '마이너스'·'연결' 영업익도 전년비 70%↓대주주 PE 한앤코, 2015년 인수 이후 예외 없이 분기 배당 진행 연평균 배당 규모 1500억~2000억...차입금 감축 걸림돌 지적

출처=한온시스템 홈페이지 캡처출처=한온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매각 작업이 한창인 자동차 부품 기업 한온시스템이 치솟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대규모 M&A에 이은 설비투자 비용 대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면서 차입금이 역대급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완성차 생산 감소와 원자재 및 운송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재무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3개월마다 분기 배당이 꼬박꼬박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에 오른 한앤컴퍼니는 수익이 우선인 사모펀드(PEF)답게 분기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되는 대로 회수하고 있다. 순손실이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한온시스템이 배당이란 명목으로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돈은 연평균 1700억원 가량. 이는 한온시스템의 차입금 감축이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도 분석된다.

한온시스템은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회사로, 특히 공조(열관리시스템) 부문에 있어선 일본 덴소에 이어 글로벌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지난해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열관리시스템 공장을 경주에 세웠으며, 이 곳에서 생산된 전기차 열관리시스템의 핵심 부품 히트펌프시스템과 냉각수밸브어셈블리 등은 인근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넘어가 아이오닉 5, 6, 7 및 제네시스 전기차 등에 쓰여진다.

한온시스템의 올해 1분기 말 총 차입금 규모는 3조6306억원으로, 전년(3조3209억원) 동기와 견줘 9% 증가했다. 작년 말 3조7227억원 보다 소폭 줄었지만, 분기상으로는 역대급 규모다. 현금 곳간이 소폭이나마 늘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1분기 말 기준으로 1조 1873억원으로, 총 차입금의 절반도 못된다.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8065억원)·유동성 장기부채(1519억원)을 겨우 메꾸는 수준이다.

한온시스템의 차입금이 급증한 건 2019년부터다. 그 해 3월 1조3000억원 규모의 E&FP(마그나인터네셔널 유압제어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재무부담이 급증했다. 인수 자금의 절반을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에 의존한 가운데 인수 후 해외 사업장 신규 설비 및 친환경차 부품 투자, 연구개발(R&D) 등에 연 6000억원 이상 자본적 지출(Capex)이 추가로 발생했다. 2018년 말 6417억원에 불과했던 순차입금은 이듬해 2조원까지 불어났고, 올해 1분기 말 2조4432억원까지 급증했다.

출처=한국신용평가·금융감독원 전자공시출처=한국신용평가·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온시스템 본체든, 인수한 E&FP든 수익성이 받쳐주면 차입금 감축이 수월할텐데 공교롭게도 회사의 수익성 지표는 E&FP를 인수한 후부터 계속 나빠지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 규모는 2018년 5조9375억원에서 E&FP 인수 후 줄곧 7조원 대를 기록 중에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인수 전 2018년 4337억원에서 지난해 말 3257억원까지 줄어 들었다. 올해는 사정이 더 나빠져 1분기 영업이익이 300억원 대까지 급감했다. 1년 전 940억원에서 약 70% 쪼그라든 셈이다.

자회사를 제외하고 한온시스템 본체만 들여다 본 별도 기준으로도 실적은 좋지 않다. 매출은 수년 째 2조원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2019년 고점을 찍은 뒤 내리 감소해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동시에 순손실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렇게 수익성이 꺾인 상황에서도 한온시스템은 3개월 마다 배당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2월 결산 배당과 5월 분기 배당 결정을 통해 480억원씩, 총 96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지급했다. 1분기 순이익 규모가 222억원임을 감안하면 '벌이'를 훨씬 넘어선 수준의 배당금이 지급됐다고 볼 수 있다.

한온시스템의 분기 배당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대주주가 기존 비스테온에서 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이하 한앤코)로 바뀌면서 한 분기 빠짐없이 분기 배당이 실시되고 있다. 한앤코는 한앤컴퍼니가 설립한 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PE)다. 달리 말하면 한앤컴퍼니가 실질적 투자자라 할 수 있다. PE의 궁극적 목적은 투자금 회수, 이른바 엑시트다. PE가 투자 회수에 나서는 방법에는 유상감자, 기업회생 절차 신청, 지분 매각, 현물 배당 등이 있는데 한앤코는 7년 간 빠짐없이 분기배당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온시스템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2대 주주는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로 한온시스템 지분율 19.49%를 보유 중이다.

2015년 한앤코와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지분 70%를 인수하는 데 투입한 돈인 약 3조 9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년 간 고배당 기조는 어찌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분기 배당은 주주 친화적 차원은 물론 주가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의 분기 배당 정책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됐냐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솔직히 물음표에 가깝다. 한앤코 체제 이후 한온시스템의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졌고, 그런 상황에서도 갈수록 확대된 배당으로 내부 자금이 줄어들면서 재무구조 또한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5년 한앤코에 인수된 이후 한온시스템의 실적을 보면 매출 규모는 5조원 대에서 7조원 대로 크게 불어났다.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3595억원에서 2019년 4838억원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급감하면서 지난해 말에는 3257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순이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배당 자원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확연히 꺾이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한온시스템의 당기순이익은 222억원으로, 1년 600억원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반대로 배당 규모는 2016년 1분기 50원에서 시간이 갈수록 75원, 80원으로 늘어나더니 2020년 결산 배당에선 116원까지 끌어 올렸다. 이후부턴 5개 분기 연속 주당 90원에서 분기 배당이 진행되고 있다. 한온시스템이 분기 배당이란 명목으로 매년 주주들에게 지급한 돈은 대략 연간 1500억~2000억원. 대부분 별도 기준 순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한온시스템의 총 배당금 지급 규모는 1921억원으로 별도 기준 순이익인 713억원을 2배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고배당 여파에 내부 자금이 줄다보니 재무 개선 속도는 갈수록 더더졌다. 한앤코에 인수된 2015년까지만 해도 100% 밑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232.5%로 급상승했다. 이는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은 지난 6월 정기평가를 통해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한신평은 전방 완성차 생산차질 등 단기 내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연간 약 6000억원 규모의 CAPEX와 3000억원 내외의 금융비용(배당금 및 지급이자 등) 등의 자금 소요 지속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온시스템의 늦어지는 재무개선, 이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은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 회사이자 현대차 벤더라는 이유로 한때 매각가가 8조원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주가가 1만 50원(15일 종가)까지 빠지면서 지분 가치가 4조원 가까이 떨어졌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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