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냐 철수냐···원희룡 국토장관-산하기관장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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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모두 文정부서 임명
LH, 코레일 등 임기 1년 이상 남은 기관장 13명
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례···버티기 늘 것"
"혹 논란 대상 기준있다면 정치색·낙하산·전문성"
김경욱·권형택 사장은 민주당 계열로 분류 시각
인수위, 공공기관 감사 주문···전문성 등 문제될 수도
일각에선 출범초기 부동산 정책집행 엇박자 우려
"공공기관 중립적 관리기구 만들어 탄력적 운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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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로 공공기관장 본인 의지로 사퇴하지 않는 이상 산하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현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

"새 술은 새부대에 담는게 맞다. 다만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선례(블랙리스트)가 있어서 아마도 일부 (용퇴하지 않고) 버티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혹여 (용퇴나 물갈이의) 기준이 있다면 정치색·낙하산·전문성이 될 것이다."(전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공식 취임하면서 국토부 산하기관장들이 잔여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수장들로 임기가 상당기간 남아 있지만, 일부 더불어민주당 계열로 분류돼 일부 윤석열 정부와 국정철학을 비롯한 코드(정치색)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 등 거취를 고민해야하거나 암묵적 물갈이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사퇴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낙하산 논란 인사의 경우 전문성까지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박근혜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국토부 산하기관장들의 경우 정부가 바뀌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갈이 대상으로 낙인찍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일괄 사표를 받는 등 일부 사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때 임명된 산하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강제적인 퇴임조치는 위법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는 산하기관장도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어공(정치권 등 외부출신 어쩌다 공무원)이 아닌 늘공(고시 등을 통해 발탁된 늘 공무원)의 경우 정치색보다는 전문성으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결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아 살아 남을 공산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뉴스웨이가 공공기관 알리오 공시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1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기관장이 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 실현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김현준 사장의 경우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있다. 김 사장은 LH 조직쇄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취임했다. 행시 35회로 국세청 출신인 김 사장은 취임 전부터 부동산 정책 비전문가로 주택 공급정책을 원활히 이끌어 나갈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주택공급 250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LH개혁이 1년이 넘도록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공택지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LH가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을 이행하는데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취임 이후 투명한 조직으로 새롭게 혁신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조직 신설 등을 통한 개혁과 혁신에 힘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대 철도 회사인 코레일과 SR 역시 나희승 신임 사장과 이종국 SR 신임 대표이사가 작년 말 나란히 임기를 시작해 잔여임기는 2년이 훌쩍 넘는다. 두 수장 모두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만큼 한동안 수장직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일부 불안한 시각도 존재한다. 이종국 사장의 경우 SR대표직에 오르기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 직을 임기를 6개월 남긴 상태에서 돌연 사퇴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나희승 사장은 코레일이라는 공기업 자체의 특성이 걸림돌이다. 역대 코레일 사장들은 이철·오영식 전 사장 등 정치인 출신이나 허준영·정창영·홍순만·손병석 전 사장 등 고위 공무원 출신 낙하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을 비롯해 역대 코레일 사장 9명 모두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이나 정권 교체 등에 따른 사표로 임기를 채운 적이 없었다. 노동계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철도노조 역시 나 사장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과제와 사실상 정면 대치되는 성향의 인사들도 있다. 2021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수장직에 오른 권형택 사장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연줄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은 2010~2012년 인천시장 특별보좌관(경제·금융·투자 분야)을 지냈는데 당시 인천시장이 송영길 전 대표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이끌고 있는 김경욱 사장은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고향인 충북 충주에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부름을 받아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행시 33회 국토부 고위 관료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새만금개발청 차장, 국토교통부 2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올해 대선 하루 전날 임명됐다. 알박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의미다. 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정보비서관과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다. 공항관련 경력도 딱히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역시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새 정부의 임기 반환점에 해당하는 2025년 초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국토부 유관 기관(연구원)에서도 알박기 논란이 이어진다. 국토연구원 강현수 원장이 대표적이다. 강 원장은 원래 작년 11월 임기 종료 예정이었다. 국토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은 연임 규정도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례적인 '재선임' 형태로 강 원장 임기를 2024년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원장은 제19대 대선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하며 부동산 정책을 입안한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으로 전해진다. 그는 문재인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 분과 위원으로 활동했고 2018년부터 국토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특히 그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토지 공개념'을 신봉하는 한국공간환경학회 주요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행시나 기시(기술고시)출신으로 국토부 고위직을 거친 산하기관장으로 있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장(행시 31회/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사장(행시 30회/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사장(행시33회/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김일환(기시 24회/전 국토부 중토위 상임위원)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사장(행시 32회/전 국토부 2차관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기시 23회/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어공이 아닌 늘공으로 새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기보다 결 맞추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진숙 사장의 경우 임기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감사원에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감사라는 게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지만, 기관장 교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임기와 관계없이 공공기관 기관장은 3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 때까진 기관장들이 스스로 사표를 내고 새 정부의 재신임을 기다리거나 아예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2009년 오강현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임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이후부턴 관례가 깨졌다.

특히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사표 제출 종용과 표적 감사 등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앞서 산하 기관 임원에게 일괄 사표를 강요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이 죄로 지난 1월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됐다.

공공기관이 정부의 정책과 철학을 실현할 주요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장 미스매치'로 인한 정책 혼선과 갈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출범초기 개혁 동력 및 부동산 정책집행 엇박자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는 "애당초 핵심정책을 수행할 공공기관장은 사실상 내정해놓고 진행하는 '명목상의 공모'를 하지 말고, 미국처럼 대통령이 임명해 임기를 동일하게 가져가는 게 맞는다"며 "예컨대 법률상 기관장 임기가 3년 이내로 정해지면 정권 교체기 1~2년 전에 기관장이 바뀌는 공공기관은 대선 일정 등에 맞춰 탄력적으로 차기 기관장 임기를 공고 낼 수 있다"며 말했다.

이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은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기구를 만들어 기관장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ksb@
주현철 기자 jhchu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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