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에 천당지옥 오가는 동서···투자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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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돋보기]해외진출 소문에 140% 급등···현실성은 물음표

국내 커피믹스 시장 장악···현금보유·실적·배당 매력적
급등기에 주요 임직원 잇따라 주식 매도···고점 시그널
전문가 “기업가치 아닌 기대감에 오르면 투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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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동서가 ‘지라시’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맥심 커피믹스’로 잘 알려진 동서식품이 해외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실적과 현금보유량 등 재무적 기반이 튼튼하지만 해외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서는 지난 23일 전 거래일 대비 5.21% 오른 3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1일까지 3만원대를 밑돌았던 동서는 23거래일간 31.7%나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7월까지 1만6000원대에서 횡보했던 동서는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개월간 동서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140%가 넘는다.

문제는 동서의 급등세를 뒷받침할 뚜렷한 호재가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 몬델리즈가 동서식품의 보유지분(50%)을 매각하려 한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맥심 커피믹스’의 해외진출 기대감이 조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주사인 동서는 주력계열사인 동서식품을 비롯해 동서유지, 동서물산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맥심’과 ‘카누’ 등의 믹스커피 브랜드를 보유한 동서식품은 국내 시장에서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국내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해외시장엔 발을 들일 수 없는 상태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몬델리즈가 각각 절반씩 출자해 만든 합작사로, 국내에서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합의됐다. 1968년 설립된 동서식품은 몬델리즈(크래프트)로부터 커피 기술을 이관 받았고, 대표브랜드인 ‘맥심’의 상표권도 몬델리즈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몬델리즈가 동서식품의 보유지분을 모두 동서에 매각한다면 해외판매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된다. 몬델리즈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동서의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충분한 현금을 쥔 동서가 몬델리즈의 지분을 가져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이야기다.

해외진출 소문에 힘입어 상승세를 탄 동서는 지난 3월 5일 전 거래일 대비 17.47% 급락한 3만3550원에 마감했다. 당시 광고모델의 학폭 논란이 제기됐었지만 하락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동서식품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높아지면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루머를 타고 부풀려졌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동서의 주요 주주와 임직원들은 보유한 자사주를 잇따라 처분했다. 이달에는 황 모 전무이사가 2000주를 장내 매도했고, 김상헌 동서 전 회장은 4월 23일과 26일 각각 3만248주, 6만9752주를 처분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송 모 상무이사가 고점인 4만1500원에 4000주를 팔았고, 김 모 부사장도 3만9633원에 1500주를 처분했다. 임직원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각은 ‘고점’ 시그널로 읽힌다.


동서는 독점에 가까운 시장 입지를 앞세워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쌓은 회사로, 몸값만 3조7000억원(코스피 88위)에 달한다. 올해 1주당 700원씩 총 690억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했을 만큼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과 영업이익도 4930억원, 451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동서의 해외 진출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몬델리즈의 지분 매각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한 데다 ‘맥심’의 해외 경쟁력에도 물음표가 붙기 때문이다. 글로벌 커피믹스 시장은 이미 네슬레와 몬델리즈 등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김석수 회장은 지난달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몬델리즈의 동서식품 지분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종목들은 기업가치가 아닌 단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NFT·메타버스 관련주 등 다양한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 객관적인 시각에서 따져보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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