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心집중]공정위 제재에 뿔난 관계부처

등록  |  수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8000억 과징금 ‘해운사 운임 담합’···해수부와 신경전 가열
‘온플법 중복규제’ 논란···과방위·방통위와 1년째 줄다리기
가금업계 과징금에 농식품부 뒷짐···새우 등 터지는 공정위

thumbanil 이미지 확대
그래픽=박혜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 수위가 높아지면서 관련 업계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해운사 운임 담합’, ‘온플법 중복규제’, ‘가금업계 가격 담합’ 등을 두고 타 부처와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관련 시장에 대한 이해도 없이 과도하게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해운업계 8000억 과징금에 해수부 해운법 개정안 속도= 최근 공정위의 최대 적으로 떠오른 곳은 해양수산부다. 공정위가 해운사 담합행위에 80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밝히면서다. 공정위는 지난 5월 HMM(옛 현대상선)을 포함한 국내외 해운사 23곳에 지난 2003~2018년 16년 동안 한국과 동남아시아 노선 운송료를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수부와 해운업계는 ‘업계 내 공동행위는 불법이 아니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해운법 29조 1항’에 따라 정기선에 대해선 선사 간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19조’에 따라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전 세계적으로 해운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공정위 제재 압박에 ‘해운법 개정안’을 마련해 해운업계 보호에 나섰다. 해운법 개정안에는 해운업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고, 해운법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서는 해수부가 총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공정위가 해운업법 대하는 것이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며 “해운사가 잘못한 것까지 봐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운사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데에는 업종의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해운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명분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향후 법안이 ‘해운업계 봐주기’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시장 담합에 대해서는 엄연히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위워장은 “해운선사들 담합 제재를 하겠다는 건 해운법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해 심의를 받아보라는 것이다”며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절차와 요건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와 해수부 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국회는 개정안 논의를 연기했다. 공정위 역시 이르면 이달 전원회의를 열고 과징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운사로부터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가 제출되며 이달 전원회의 개최는 어려워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방통위 부처 등 ‘온플법 중복 규제’…여전히 제자리 걸음= 플랫폼 이슈와 연관 깊은 과학기술방송통신부도 공정위와 맞서고 있는 상태다. 각종 플랫폼 법안을 공정위와 방통위가 관련 법안을 준비하면서 업계 내 중복규제 우려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두 부처는 방대한 온라인 시장에서 ‘플랫폼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온라인 관련 법안을 제정했지만, 비슷한 내용의 법안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중복 규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선 공정위는 방통위가 공정위 소관인 ‘불공정 거래’ 규제 권한을 침범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관련법안이 ‘플랫폼-입점업체-소비자’ 등 온라인 시장의 포괄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신들의 소관이라는 주장을 공고히 했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온플법은 지난 2월 공정위가 제출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공정화법)과 지난해 12월 방통위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이하 이용자보호법)으로 나뉜다. 두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과 불공정 행위를 금지한다는 점에서 목적은 같다. 다만 법적 권한을 공정위와 방통위 중 누가 가져가냐 하는 문제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민주당 과방위 측은 공정위 온플법을 ‘자기표절법안’이라고 규정하고, 현행 공정거래법과 사실상 차이가 없어 특별법 형태의 제정이 불필요하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부가통신사업’에 해당한다며, 관련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등 온라인 플랫폼 거래사업은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통신을 매개하는 통신매개형 전기통신역무, 또는 부가통신역무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반면 공정위의 주장을 지지하는 정무위의 경우, 당초 정부가 국무회의와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 논의된 법이 공정위 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회 상임위 간의 눈치싸움으로 번지면서 입법조사처 역시 공정위와 방통위 가운데 딱히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중복되는 내용 중 ‘불공정거래’에 관련한 것만 공정위가 진행하고, 나머지 부분과 관련해서는 방통위가 진행해야 한다는 해답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만큼 이분법적으로 합의 기준을 잡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플랫폼 관련 법제화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책위 중심으로 정무위·과방위 의원들과 여러 차례 논의를 해왔지만 별다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본격적인 법안 논의 이후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기도 한 만큼 온플법 주도권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삼계닭 가격 인상 담합’ 가금업계에 251억 과징금 부과= 공정위는 최근 농식품부와 연관 깊은 가금업계에 과징금 폭탄을 예고하면서 이들에게도 적으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삼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을 인정, 7개 닭고기 신선육 제조·판매사업자(주식회사 하림·올품·동우팜투테이블·체리부로·마니커·사조원·참프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1억39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주도한 가운데 진행된 수급조절 행위였다는 가금업계의 주장을 묵살했다. 삼계 신선육 출고량 조절에 관한 구체적인 정부의 행정 지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당시 수급조절 회의에 농식품부 담당자들이 참석했지만, 공정위 측은 ‘수급조절 행위로 납득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가금업계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에 나섰다. 해당 닭고기 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육계협회는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담합 제재 결정을 반박했다. 농식품부가 관련 법령에서 부여받은 적법한 권한에 따라 ‘닭고기 가격 안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수급조절을 생산자 단체에 요청했고, 이에 따라 진행된 수급조절 정책 이행을 담합으로 단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가금업계는 관련 부처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가금업계는 “공정위가 지난 2017년부터 무려 4년 동안 원종계, 삼계, 육계, 토종닭, 오리 등의 관련 생산자단체와 계열화업체들을 번갈아가면서 조사하함에 따라 업계는 이미 업무가 마비되어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신들의 지시나 승인에 의한 수급조절 책임을 모두 가금업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세종=변상이 기자 bse100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ad
엘지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