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후계자들⑪]공격 경영 나서는 신세계 남매···소유-경영 분리? 책임경영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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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이마트·정유경 백화점 맡아 분리경영
정유경 호텔사업 시동에 남매 경쟁 본격화되나
최대주주 오른 뒤에도 올해 등기임원 선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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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주춤했던 신세계그룹이 올해 정용진·정유경 남매를 주축으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지분 증여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최대주주에 올랐다. 신세계 남매의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된 것이다.

최대주주에 오른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9개월간 M&A, 신사업 진출 등 발빠른 변화를 보이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대주주에 오른 뒤에도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우호적인 시각과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시각이 혼재한다.
◇‘SNS 스타’ 정용진·‘은둔형 경영자’ 정유경 = 이명희 회장은 자녀들의 경업수업 초반부터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와 스타필드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을 맡기며 분리경영을 예고했다.

정 부회장은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에 입사했으며 정 총괄사장은 1년 늦은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해 2009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동했다.

현재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와 광주신세게 지분 52.08%를,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 18.56%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14%를 보유 중이다. 이 회장도 지분 증여 후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각각 10%를 남겨뒀다.

1968년생인 정 부회장과 1972년생인 정 총괄사장은 남매이지만 확연히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정 부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며 ‘친근한 재벌’ 이미지를 구축했다. 신세계의 고릴라 캐릭터 ‘제이릴라’부터 이마트 판매상품 사진을 올리며 SNS를 홍보용으로도 적극 이용한다.

자신의 일상생활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3년 배우 고현정씨와 이혼 후 2011년 5월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던 고 한상범씨의 딸 한지희씨와 재혼했다. 정 부회장은 한지희씨와 사이에서 2013년 이란썽 쌍둥이를 얻어 2남 2녀를 뒀다.

반면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은 이명희 회장과 비슷한 ‘은둔형 경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정 총괄사장이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1996년 입사 후 20년만인 2016년 12월 신세계 대구점 오픈식 현장이 최초였다. 이후에도 정 총괄사장이 공식석상에 선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신 어머니 이명희 회장 곁에서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사장은 2001년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과 결혼했다. 문 부사장은 KBS 기획조정실장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공익광고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문청 베컴 회장의 아들이다. 문 부사장은 2004년 신세계 기획담당 기획팀 부장으로 신세계그룹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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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이자 경쟁자…’M&A’로 몸집 불리기 =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비교적 계열사를 깔끔하게 나눠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두 회사가 지분을 공유한 곳은 협업 채널인 온라인몰 쓱(SSG)닷컴 정도가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호텔 부문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남매 분리 경영이 강화되며 조선호텔은 이마트 부문으로 편입됐으나 정 총괄사장이 호텔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며 향후 남매간 경쟁체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부문은 정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인 부문이다. 지난해 조선호텔앤리조트는 7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10월 ‘그랜드조선 부산’ 개관을 시작으로 12월에는 판교에 ‘그래비티’, 올해 1월에는 제주도에 신규 호텔을 오픈했다. 지난달에도 4번째 독자 브랜드이자 5성급 럭셔리 호텔인 ‘조선 팰리스’가 서울 강남 역삼동에 문을 열었다.

일부에서는 정 부회장의 호텔사업 확장이 향후 아들 정해찬씨의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도 해석한다. 정해찬씨는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해 지난 2018년 조선호텔에서 인턴과정을 밟은 바 있다.

정 총괄사장은 오는 8월 대전신세게 엑스포점 옆에 신세계백화점 자체 호텔 브랜드인 5성급 호텔 ‘오노마’를 개관할 예정이다. 정 총괄사장은 그동안 자회사 센트럴시티를 통해 JW메리어트 한 곳만 위탁운영 해왔으나 자체 호텔 브랜드를 키우며 향후 성과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남매가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정 부회장은 1월 SK와이번스를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했으며 최근에는 유통업계 최대 화두였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최종 승기를 잡았다.

정 총괄사장은 국내 보톡스 필러 1위 업체인 휴젤 인수를 검토 중이다. 특히 그동안 정 사장이 화장품 사업에 공들인 만큼 휴젤을 최종적으로 품에 안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원 명단에 이름 올린 5인…등기임원은 ‘NO’ =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최대주주에 오른 뒤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부터 이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문성욱 부사장까지 총 5인이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이나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례는 정재은 명예회장이 조선호텔앤리조트 사내이사를 맡은 단 1건 뿐이다.

그룹의 요직을 맡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아 주요 의사결정의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 올해 초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등기임원 선임 여부가 주목받았으나 두 사람은 모두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헀다.

김남은 대신경제연구소 팀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세계그룹 총수일가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중인 사례가 7건 발견됐음에도 총수 본인이 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인 사례가 없어 권한과 책임을 일원화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등기 임원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지난해 신세계로부터 받은 보수는 등기임원인 차정호 대표이사가 받은 보수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진 부회장도 지난해 이마트 등기임원인 강희석 대표보다 1.6배가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정재은 명예회장은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나 따로 조선호텔앤리조트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며 “오너일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 오너들은 기업에서 이윤만 취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위해 등기임원은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 기업은 이윤 창출이 가장 우선이었으나 최근에는 기업의 사명이 변하고 있다. 이윤창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겸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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