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비의 레모네이드]쿠팡 美 상장이 금융당국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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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두나무 등 미국 증시 노크
韓 상장 유도할 제도적 유인 필요해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일은 더는 없을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최근 기자와 만나 던진 말이다. 그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잇달아 국내를 떠나 미국 상장에 나선 최근 상황에 대해 “앞으로는 이런 기업이 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었다. 미국 시장이 환영할 만한 국내 스타트업은 더 없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가치를 한참 얕잡아 보고 있거나, 가상화폐와 장외주식 거래소를 운영 중인 두나무까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거나.

어느 쪽이든 안일한 시각이자 무례한 대응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도 덧붙였다. “과거에 미국 상장한 국내 기업들은 결국 다 잘 안 됐어요”. 과연 그럴까?
국내 스타트업들의 미국行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하며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록했고, 이를 지켜본 마켓컬리는 삼성증권과의 국내 기업공개(IPO) 주간사 계약을 철회하고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IB(투자은행)와 손을 잡았다. 마켓컬리 역시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상장 대상 기업의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거래소 관계자들은 기업가치가 높은 유니콘(매출 1조원)들의 잇단 미국 상장에 일단 아쉬워하면서도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차등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본사가 미국에 있고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영향력 아래 있는 데다 이사회 구성도 외국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며, 마켓컬리도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10% 안팎이고 중국 지분이 30% 이상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미국에 가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견 일리가 있다.

쿠팡과 마켓컬리 말고는 미국 상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 다른 주자가 나왔다. 두나무다. 30일 한 매체는 두나무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두나무는 외국 자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도 아닌데 국내가 아닌 미국을 택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재무제표 기준으로 카카오가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본질적인 이유는 스타트업들이 국내 자본시장에 상장할 만한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차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미국 시장 상장은 유동성을 힘입은 대규모 자금 조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다음으로는 스타트업 초기 지분 투자를 통한 자본 유치 과정에서 국내 투자기관들이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국내 상장이 성사되지 못하는 주효한 요인으로 꼽힌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쿠팡, 마켓컬리, 두나무의 국내 이탈이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자본 유치 때부터 전도유망한 우리 스타트업들이 국내 정부 산하 투자기관들에게는 조랑말 취급을 받는 반면, 오히려 외국 투자기관으로부터는 좋은 제안을 받기 때문에 외국 지분이 생겨난다고 한다. 상장 시 기업가치 평가 때도 이러한 점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 스타트업 임원은 기업이 영업이익 흑자 전환 이전 매출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사업 확장을 위해 지분 투자를 결정하는데, 이때 정부 자본이 국내 상장 조건을 다는 대신 더 좋은 융자 조건과 경영권 보장 등을 지원해준다면 기업도 창업자 정신을 지키며 경영할 수 있고, 국내 자본시장도 내실 있는 기업을 국내에 상장하는 선순환 상생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자본시장의 올바른 성장과 성숙을 위해 “쿠팡과 마켓컬리는 특수한 사례”라고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때다.

조은비 기자 goo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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