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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똥’ 못 피한 금융지주 빅4···실종된 어닝 서프라이즈

‘코로나 불똥’ 못 피한 금융지주 빅4···실종된 어닝 서프라이즈

등록 2021.02.05 17:54

정백현

  기자

‘코로나19 탓’ 年 순이익 규모 사실상 답보 상태KB금융, 406억원 차이로 신한금융 제치고 1위하나금융, 유일한 두 자릿수 이익 증가세 ‘눈길’우리금융, 충당금·비은행 취약 탓에 이익 줄어4대 은행 이익 전부 감소···증권·카드는 신바람이익 답보·배당 축소 강권에 업계 분위기 침울

‘코로나 불똥’ 못 피한 금융지주 빅4···실종된 어닝 서프라이즈 기사의 사진

국내 금융지주 빅4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가 모두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 탓에 ‘어닝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빅4 중 하나금융지주만 두 자릿수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고 선두권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한 자릿수의 이익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우리금융지주는 오히려 2019년보다 이익 규모가 줄어들었다. 1년 내내 치열했던 순이익 선두 경쟁은 KB금융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 빅4는 지난 4일과 5일 연이어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KB금융이 지난 4일 먼저 실적을 공시했고 나머지 3사가 오늘 차례대로 실적 공시에 나섰다.

선두는 KB금융이었다. KB금융은 2019년보다 4.3% 늘어난 3조455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금융지주 순이익 순위 1위를 꿰찼다. 3분기까지 연간 순이익 선두 자리를 지켰던 신한금융은 KB금융보다 406억원 부족한 3조4146억원의 순이익으로 2위가 됐다.

지난해 내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초박빙의 순이익 선두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1분기 KB금융이 KB증권의 손실에 휘청이며 72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사이 신한금융은 932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이어갔다.

그러나 2분기에는 981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8731억원의 신한금융을 제치고 분기 기준 1위 자리를 꿰찼고 3분기에도 1조16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을 2분기 연속 순이익 순위 2위로 밀어냈다.

그래도 3분기까지는 신한금융이 연간 누적 순이익 기준 선두를 꿰차고 있었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일회성 비용 발생이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연간 누적 순이익 순위가 뒤집히게 됐다.

신한금융은 4분기 실적에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금융 투자 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반영했는데 이 금액이 2675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희망퇴직 비용 등도 영향을 미쳤다.

3위 하나금융은 홀로 신바람을 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금융지주 빅4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10.3%)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고 2005년 지주회사 설립 이후 연간 기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이익 비중을 34.3%까지 끌어올리며 포트폴리오 균형화에 집중한 것이 이익 전반의 질을 높이는데 큰 요인이 됐다.

4위 우리금융은 울상이다. 1조3073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낸 우리금융은 2019년보다 이익이 30.2% 줄었다. 금융지주 빅4 중 유일한 이익 감소세 기록이었다.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뒤처진 성적을 낸 것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충당금 적립이라는 일회성 요인도 있었지만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취약성이 결국 실적 후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실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은행의 이익 감소와 비은행 부문의 약진이다. 금융지주 빅4의 최대 자회사인 각 은행은 일제히 이익이 줄었다. 신한은행은 2019년보다 10.8% 이익이 줄었고 우리은행 9.4%, 하나은행 6.1%, 국민은행 5.4%의 이익 감소세가 기록됐다.

은행 이익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 단행한 기준금리 ‘빅컷’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충당금 적립도 실적 악화에 한몫을 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선풍적인 주식 투자 열풍 속에 주식거래대금과 고객 수탁고 증대로 휘파람을 불었던 등 증권사들과 코로나19로 인해 마케팅 비용을 대거 줄인 카드사들은 이익이 늘어났다.

예년 같았다면 거대한 이익 잔치로 시끄러웠을 금융지주 빅4가 올해는 유독 조용하다. 이유가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불안에 대응하고 자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의 대규모 성장이 불가능했다.

보통 은행권은 혹시 있을 대출 부실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미리 쌓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직면하면서 대출 규모도 늘었고 집행된 대출의 부실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금융지주 빅4가 일제히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

금융지주 빅4가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의 총액은 4조657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이 1조3906억원으로 가장 많은 충당금을 적립했고 KB금융 1조434억원, 하나금융 8473억원, 우리금융 7844억원 순으로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 충당금이 쌓인 만큼 이익은 오르지 못했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충당금을 쌓으며 자본 안정성이 탄탄해졌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뺨을 때렸다. 이른바 ‘L자형 불황’이 심화될 우려가 있으니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주주 배당 성향을 20%로 낮추라는 ‘배당 자제’ 강권이었다.

결국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밝힌 배당 계획을 통해 배당 성향을 20%로 낮추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의 배당 발표다.

금융지주 빅4는 일제히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배당 성향을 높여 주주이익을 환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확산세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탓에 이익 규모도 확실히 키우지 못한 상황에서 결산 배당마저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둡다”면서 “보수적 경영 기조로 어려움을 타개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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