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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日 금융 보복 대응 범금융권 TF’

딜레마 빠진 ‘日 금융 보복 대응 범금융권 TF’

등록 2019.07.31 07:55

수정 2019.07.31 14:59

정백현

  기자

국내 금융권 내 일본계 자금 규모 총 53조원금융위-금감원-시중은행, TF 구성 후 논의 중안팎 우려에도 ‘보복 대응책’ 발표 계획 없어당국 “섣부른 대안 발표, 되레 혼란 키울 것”

딜레마 빠진 ‘日 금융 보복 대응 범금융권 TF’ 기사의 사진

일본 정부가 최근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 규제 단행에 이어 한국 금융시장에 흘러든 일본계 자금을 일제히 본국으로 거둬들이는 이른바 ‘일본발 금융 보복’을 단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실제 보복 확률이나 보복에 따른 피해 정도가 적다고 말하면서도 범금융권 차원의 자체 대응 조직을 꾸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응 조직이 정확히 무엇을 논의했고 무슨 대안을 내놨는지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의 모호한 행보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국내 금융시장에 흘러들어온 일본계 자금의 총 규모는 약 53조원에 이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계 은행의 국내지점 총 여신 규모가 금융권 내 일본계 자금 전체 규모의 절반에 육박하는 24조7000억원이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각각 13조원과 1조6000억원 가량이 들어와 있다. 또 대출 등 기타투자를 통해 흘러들어온 자금은 13조6000억원 정도 된다.

특히 일본계 은행의 국내 여신 중 95.1%는 국내 대기업이 빌린 것이며 이 중에서도 국내 5대 재벌(삼성·현대차·SK·LG·롯데)에 흘러든 일본계 자금이 최대 10조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금액만으로는 국내 금융시장 내 일본계 자본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비중을 따지자면 실제 규모는 크지 않다. 국내 은행의 전체 외화차입금 중 일본계 자금 비중은 6.6%이며 증시와 채권시장의 일본계 자금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일각에서는 저축은행과 대부업권에서 일본계 자본의 존재감이 유독 뚜렷한 만큼 일본이 이들 업권에 대해 자금 회수 등 보복 행위에 들어간다면 금융 접근성이 취약한 서민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부업계와 저축은행업계 내 일본계 자금의 비중은 각각 38.5%와 19.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물론 금융당국에서는 급격한 영업 축소 가능성이 사실상 0%에 가까우며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당국이 발동할 수 있는 견제 장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실제 보복의 가능성이 적다는 해명을 거듭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시장 내 여러 전문가들이 일본의 금융 보복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면서 “지나친 우려에 동요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지금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금융당국은 금융위, 금감원, 주요 시중은행이 머리를 맞대고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금융 부문 규제 여부를 점검하는 태스크포스 팀을 꾸리며 국내 금융시장 내 일본계 자금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 TF는 일본계 자금의 만기도래 현황 등 금융회사와 기업 관련 제반 상황을 점검하고 비상 계획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TF가 정작 무슨 대안을 짜고 있으며 향후 전망이 정확히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전망된 바가 없다. 특히 어느 은행과 기업에 일본계 자금이 얼마나 흘러가 있고 대출 만기가 언제 도래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금융당국 측에서도 “상황 점검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일본의 금융 보복 여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비상 상황에 대한 준비와 점검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준비 상황을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뜻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다소 불만스러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실제 보복 행위 가능성이 적다는 말만 강조하면서 대응책 발표 계획이 없다는 당국의 말은 결국 내부에서도 뾰족한 묘책이 못 찾고 있다는 뜻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안이 있다고 해도 이를 섣부르게 내놓으면 시장의 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에 안팎의 비판 속에도 모호한 행보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국 측 설명이다.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 전반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볼 때 일본이 실제로 금융 보복을 단행한다고 해도 국내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감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며 금융회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정부 차원에서도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상 신호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대안을 내놓는다면 실제 시장에서는 잠재적으로 위기 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우선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서고 당국이 후방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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