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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연기 하나만 바라본다

[인터뷰] 윤계상, 연기 하나만 바라본다

등록 2015.12.08 06:00

이이슬

  기자

사진=최신혜 기자사진=최신혜 기자


무심한 얼굴에 눌러담는 진심이 가슴에 박혔다. 배우 윤계상은 진심을 꺼낼 줄 아는 배우였다. 화려하거나 거창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정확하게 전해졌다. 연기를 향한 진심으로 가득한 윤계상이었다.

기자들은 그렇다. 가식적인 말로 자신을 잔뜩 포장하는 배우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위선에 질린다. 그렇지만 진심만을 꺼내기 위해 눈치를 보며 애쓰는 배우들과의 인터뷰는 언제해도 즐겁다. 윤계상과의 인터뷰가 그랬다.

영화 ‘소수의견’(2015)에서는 약자의 편에 선 변호사로, 드라마 ‘라스트’에서는 가난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전직 펀드매니저로 분했다. 묵직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펼치던 윤계상이 무채색 옷을 벗고 영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을 통해 팍팍한 혈실 때문에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찌질남으로 또 다시 변신했다.

동명의 연극이 원작인 ‘극적인 하룻밤’은 연애하다 까이고, 썸 타다 놓치는 두 남녀가 원나잇 쿠폰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다.

여자친구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고도 그녀의 결혼식장까지 찾아가 인증샷을 찍는 등 겉으로만 쿨하고 소심한 남자 정훈 역에는 윤계상이, 애인에게 정주고 마음 주고 돈까지 주고도 한 순간에 차여버린 밀당 하수 시후 역에는 한예리가 연기했다.

영화 속 윤계상의 모습은 2007년 개봉한 영화 ‘6년째 연애중’을 떠올린다. 이젠 생활밀착형 연애를 윤계상 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윤계상 말고 또 있을까. 그에게 칭찬을 건네자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사래 쳤다.

“부끄럽네요. (웃음) 외모에서 풍기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외모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한국적이면서 마초적인 분위기도 있고요. 또 토라진 감정이 잘 표현되는 얼굴을 지녔죠. 하하.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에는 화려하게 생긴 남자배우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1,2년 전부터 류승범, 조승우 배우 같은 수수한 얼굴이 주인공을 맡는 시대가 왔죠. 그런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진=최신혜 기자사진=최신혜 기자


윤계상은 ‘극적인 하룻밤’ 속 리얼한 찌질남 연기에 대해 칭찬하니 외모 덕으로 돌리며 겸손해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빛난 것은 수수한 외모가 아니가 그의 감정이었다. 옆에 있는 여자를 지키지 못하고, 믿기를 두려워하는 감정은 분명 생경한 것이 아니었다. 윤계상 안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럽게 뿜어졌다.

“당연하지 않을까요. 저도 서른 여덟이잖아요. 예전에 풋풋하게 연애했죠. 연애할 때는 치열하게 연애하는 스타일이에요. 외골수죠. 그렇지만 저도 다소 찌질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후회도 많이 했죠. 아주 사소하고 찌질한 이유로 사랑을 놓치기도 하지만 남자들끼리 모이면 이야기하기도 하잖아요. 참 재미있어요. 그렇지만 인연은 따로 있죠. 연기하면서 그런 연애의 기억이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윤계상은 영화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공감했고,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다. 과거 찌질한 자신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이 그를 영화로 이끌었다. 흔한 사랑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극적인 하룻밤’은 단순히 사랑에 집중하지 않는다. 들여다보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가 읽힌다. 바로 그 대목이 윤계상을 정훈의 옷을 입게 만들었다.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어요. ‘극적인 하룻밤’은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사랑 만큼은 포기하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제 나이 또래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죠. 청춘이 즐길 수 있는 게 사랑이에요. 그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과정에 치우치지 말고 제대로 바라보게 해주고 싶었죠.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희망. 영화가 윤계상의 가슴을 친 건 바로 희망이었다. 그러나 윤계상은 조금 달랐다. 그렇기에 후회했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회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윤계상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 강자가 아닌 약자의 편에 섰다. 정의로운 캐릭터로 분해 억눌린 감정과 호소를 대변했다.

“국민의 99퍼센트가 강자는 아니잖아요. 가정을 이루고 힘들게 사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의 이야기가 제게는 와 닿아요. 저도 그렇게 자라왔고요. 제가 경험하지 않은 일을 표현하는 것은 힘들어요. 그러나 이해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손에 잡히죠.”

사진=최신혜 기자사진=최신혜 기자


윤계상은 다른 배우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연기와 작품을 바라보는 진지함이 그것이었다. 그는 작품과 배역을 마주하는 자세가 사무치게 진지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도 남달랐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내용이 중요해요. 메시지가 와닿지 않으면 절대 작품을 할 수 없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해요. 배우한테 ‘작품을 왜 선택했느냐’라고 물었을 때 머뭇거리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저는 여태 했던 모든 작품을 왜 했는지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항상 고민 끝에 결론을 얻은 후 작품을 했기에 그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습니다.”

그는 프로였다. 기획사가 권해서, 혹은 유명 PD나 감독의 작품이라서 선택하는 법이 없는 윤계상이었다. 의외였다. 대부분의 아이돌그룹 출신 연기자들은 소속사에 의지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론 윤계상은 배우로 이미 자리매김했기에 동일하게 견주기는 어렵지만,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그의 신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치밀하게 생각해요. 절대 대충하지 않죠. 대본을 받고 토씨 하나 다 다시 잡아요. 관객들은 실수인지 애드리브인지 갸우뚱 하시겠지만 그것 역시 완벽한 분석에 의한 경우가 많아요. ‘극적인 하룻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정말 분석을 많이 했죠. 초반에 등장인물이 없어서 에너지를 올려놓아야 드라마가 힘을 얻는다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홈을 흔들거리는 설정을 했어요. 평소에는 절대 흔들거리지 않죠. 중후반으로 가면서 감정씬에서는 없앴어요.”

사진=최신혜 기자사진=최신혜 기자


윤계상에게 배우라는 단어는 매우 잘 어울렸다. 그룹 지오디(god) 윤계상과는 결을 달리하면서도 그 매력은 깊었다. 향기가 났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 넘치도록 느껴졌다. 어쩌면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 터.

“연기를 잘하고 싶었어요. 정말 잘하고 싶었죠. 한 번에 하나 밖에 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신기하죠? 저도 신기해요. 말을 하면서 다른 일을 병행할 수가 없어요. 분리가 되지 않아요. 장점으로 본다면 집중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해요.(웃음) 외골수에요. 그래서 연기도 마찬가지에요. 잘하고 싶었고, 연기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스타일이에요.”

팬들은 윤계상을 일컬어 걱정인형 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걱정과 고민을 거듭하며 발전해가는 배우인 것. 한해 열심히 달려온 윤계상. 그가 바라보고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고민에 대해 물으니 순식간에 말들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할까. 더 잘하고 싶다고 항상 고민해요. 더 리얼하고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부족해요. 대학로에 나가서 연극을 보면 숨은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어요. 그런 엄청난 연기를 보고나면 몸이 얼어붙어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좌절하고 집에 와요. 그런 분들의 마음도 잘 알아요. 저는 고개숙이며 납작 엎드려서 열심히 연기해야죠. 지금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해요. 고개숙여 감사합니다.”

한편 윤계상은 현재 상영 중인 ‘극적인 하룻밤’을 통해 극장 관객과 만나며, 지오디로도 다시 뭉쳐 연말을 뜨겁게 달굴 계획이다. 오는 12월 16일부터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5명의 멤버들이 5일 동안 5번의 공연을 진행하며, 대구, 부산 팬들과도 만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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