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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맞선 삼성-엘리엇···합병 적법성 두고 갑론을박

법정서 맞선 삼성-엘리엇···합병 적법성 두고 갑론을박

등록 2015.06.19 17:47

정백현

  기자

엘리엇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가 합병 眞意” vs 삼성 “합병비율 실정법 따랐기에 적법”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이 추진 중인 계열사 합병(제일모직+삼성물산) 작업의 적법성 문제를 두고 법정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358호 중법정에서 삼성물산과 엘리엇, KCC 측 법률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엘리엇 측이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은 엘리엇 측의 변론부터 시작됐다. 엘리엇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며 “규모의 수준이 전혀 다른 회사를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하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한다고 해도 삼성 측이 주장해 온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물산은 주주들에게 이번 합병의 당위성이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가치 제고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이며 “합병이 되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4.1%)이 오너 일가에게 가기 때문에 공정치 않다”고 강하게 삼성 측을 비판했다.

엘리엇 측은 “제일모직은 삼성 오너 일가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지배구조의 핵심”이라며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공정한 과정에 의해 합병시킨 뒤 삼성 오너 일가가 수직 계열화된 상태에서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또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거대 계열사의 합병을 결정짓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삼성물산이 경영 실적이나 자산 가치 등 여러 지표에서 제일모직보다 훨씬 앞섬에도 합병가액이 잘못 책정됐기 때문에 이번 합병은 명백한 무효”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물산 주식은 저평가돼있고 제일모직 주식은 고평가된 현재 시점에서 명시된 비율로 굳이 합병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삼성 측에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KCC 측에 처분한 삼성물산 자사주 문제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고 관계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사주 처분도 무효이며 양 측의 배임 행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에 반대 의사를 갖고 있는 주주들이 그에 대항하기 위해 주식을 더 매집해서 주총에서 합병 승인을 다퉈볼 여지가 있었지만 삼성물산과 KCC가 주주명부 폐쇄 시점에 거래를 단행하면서 주주들의 힘 결집이 근본적으로 배제됐다”고 밝혔다.

또 “KCC는 이번 합병의 상대인 제일모직의 주주”라며 “삼성물산이 회사 이해관계 대척점에 있는 KCC에 거래한 것은 오는 7월 주총에서 삼성 오너 일가가 결의 내용까지 미리 컨트롤해 의도된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 변호인은 “엘리엇 측의 변론은 정확한 데이터나 증거, 객관적 논리에 기반을 두지 않고 추측성 시나리오에 의존되고 있다”며 엘리엇 측의 변론내용을 비판했다.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은 이번 합병을 통해 회사가 입게 될 손해가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합병비율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국내 실정법(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그대로 최근 1개월간 거래량 가중평균종가와 1주일 거래량 가중평균종가, 최근일 종가의 산술평균에 따라 산정했다”며 “실정법에 맞게 산정된 합병비율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주가가 다른 주요 건설사와 비교해 이상한 괴리 현상을 보였다’는 엘리엇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삼성물산을 제외한 다른 건설사의 주가도 시장 상황에 따른 내재적 요인에 의해 변동됐으며 합병에 의한 특수적 변동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엘리엇 측이 증거로 낸 삼성물산 주식 가치 분석 자료는 심각한 오류가 담겨 있다”며 “이 자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동일 기준에서 비교되지 않았고 엘리엇 측의 주관적 입장에서 작성됐기 때문에 제일모직 주식을 과소평가하는 자료”라며 역공을 폈다.

아울러 “엘리엇의 주장처럼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면 이 문제는 이사회에서 논의한 뒤 주총에서 토론과 표결을 통해 다루면 된다”며 “엘리엇의 이번 가처분은 그 과정마저도 하지 말자는 것이며 이 경우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은 묵살된다”고 맞섰다.

특히 현물배당과 중간배당 제안 건을 예로 들면서 “엘리엇의 행동은 배당을 통해 삼성 계열사의 주식 다 빼돌려서 삼성물산을 껍데기뿐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며 엘리엇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의 경영을 망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적극 지지하지만 경영 제반 절차가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공정하게 이뤄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처분 문제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와 판단에 따라서 자사주를 처분했기 때문에 배임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엘리엇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KCC 측도 “배임이 아닌 적법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엘리엇과 삼성물산, KCC 측에 추가적으로 소명할 자료가 있다면 오는 25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두 가지 사건의 가처분 인용 여부는 오는 7월 1일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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