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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집무실’ 기업 전용기 대해부

[포커스]‘하늘 위의 집무실’ 기업 전용기 대해부

등록 2014.05.06 08:00

정백현

  기자

18~20석 규모 좌석·집무실·주방·회의실 갖춰···적은 탑승 인원 탓 규모 크지 않아그룹 로고 대신 상징색 동체에 삽입탑승자 직급 제한 없지만 통념상 임원 전유물

삼성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보잉 737 BBJ2 여객기.삼성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보잉 737 BBJ2 여객기.

1997년에 개봉된 해리슨 포드 주연의 외화 ‘에어 포스 원’은 미국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을 다룬 영화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통령 전용기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백악관’이다. 실제 대통령 전용기도 영화 속 비행기와 비슷한 수준의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호화 전용기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이용하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와 국내 주요 대기업이 이용하는 ‘기업 전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봄바르디어 글로벌 익스프레스 여객기.삼성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봄바르디어 글로벌 익스프레스 여객기.

항공사를 영위하고 있는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제외한 국내 기업 중 전용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 5개다. 이들 비행기의 규모는 많아야 20여명이 탈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한화그룹은 보잉 737 BBJ2 여객기를 전용기로 운용하고 있다. LG그룹과 SK그룹의 전용기는 걸프스트림 G550 기종이다. 여기에 삼성그룹은 봄바르디어 글로벌 익스프레스를 운용하고 있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2대의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보잉 737 BBJ2 여객기.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보잉 737 BBJ2 여객기.

◇최첨단 기재 갖춘 ‘하늘 위의 집무실’ = 기업 전용기는 생각보다 작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추고 있다. 국내에 운항 중인 총수 전용기의 좌석 수는 18~19석이다. 나머지 공간은 객실과 집무실, 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전용기라고 해서 항공기 안팎에 각 기업의 로고를 직접 새기지 않는다. 다만 그룹의 상징색에서 파생된 이미지를 수직 꼬리날개와 동체에 삽입한다.

삼성그룹의 전용기에는 알파벳 ‘S’를 형상화한 푸른색 무늬가 있고 LG그룹 전용기에는 그룹 상징색인 붉은색과 회색의 선이 삽입됐다. 현대차그룹 전용기에는 현대·기아차의 상징색인 진청색과 붉은색, 회색이 조화롭게 섞여 있으며 SK그룹과 한화그룹의 전용기도 각각 그룹 상징색인 붉은색과 주황색 무늬가 그려져 있다.

전용기는 각 기업의 총수가 주로 타지만 총수가 아닌 사람도 전용기에 탈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전용기 탑승 대상자 제한은 없다. 다만 통념적으로 대부분 주력 계열사 임원들이 상황에 따라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

LG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걸프스트림 G550 여객기.LG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걸프스트림 G550 여객기.

요양이나 장기간 경영 구상 등을 위해 총수 본인이 전용기를 활용하는 경우는 더러 있으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총수 본인이 단시간 동안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전용기를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용기는 연간 평균 10~20회 정도 하늘길에 오른다. 전용기는 특정 계열사가 독점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며 대부분 계열사가 각 수요에 따라 그룹 총무·관리부서에 항공기 이용을 요청하면 스케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총수들이 전용기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기적 업무를 위해 비행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기업 전용기와 일반 민항기의 비행 대기시간은 얼마나 다를까.

전용기를 관리하는 한 기업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운항 안전 규정 상 장거리 운항 이후 퀵턴 비행(승무원이 착륙 후에 내리지 않고 항공기에서 대기한 후 바로 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운항이 끝나면 승무원은 8시간 이상 쉬어야 비행을 지속할 수 있고 1인당 연속 비행 시간도 8시간을 넘길 수 없다”며 “보통 전용기 1대에는 2명이 동시 근무하고 3명이 교대로 비행에 나선다”고 말했다.

SK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걸프스트림 G550 여객기.SK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걸프스트림 G550 여객기.

◇회장님 전용기, 크기 작은 이유 = 앞서 언급된대로 기업 전용기는 대중의 생각보다 작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전용기 ‘공군 1호기’의 규모 때문이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공군 1호기는 보잉 747-400 기종이다. 오는 2015년까지 대한항공으로부터 장기 임차한 이 비행기는 좌석과 집무실, 회의실, 침실 등의 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벌 총수의 영향력은 대통령에 준할 정도로 강력하지만 대통령을 넘어설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비행기도 대통령 전용기보다 적은 규모의 기종을 타고 다닌다. 자칫 공군 1호기보다 큰 비행기를 타고 다닐 경우 때 아닌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화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보잉 737 BBJ2 여객기.한화그룹이 그룹 전용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는 보잉 737 BBJ2 여객기.

공군 1호기에 비해 재벌 총수들의 전용기에는 많은 인원이 타지 않는다는 점도 적은 규모의 전용기를 운용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군 1호기는 대통령 비서진 등 청와대 관계자들과 각 부처 장관 등 최소 50여명이 탑승한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전용기 내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한다.

그러나 기업 전용기는 탑승 인원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기업 전용기에는 많아봐야 15명 정도가 탑승한다. 총수 본인과 주요 계열사 각 사장 등 극히 소수의 인원이 동승하기 때문에 큰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다.

항공기 운용과 유지비 문제에 있어서도 소형 항공기를 타는 것이 대형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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