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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결정 ‘벽산건설’로 본 건설업계

[포커스]파산 결정 ‘벽산건설’로 본 건설업계

등록 2014.04.04 09:01

수정 2014.04.04 09:05

김지성

  기자

구조조정 대상 18개 건설사 ‘좌불안석’경영악화 ‘꼬리표’ 신규수주·지원 제약

파산 결정 ‘벽산건설’로 본 건설업계 기사의 사진


시공평가액순위(도급순위) 35위 벽산건설이 창사 5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랜 침체에 지친 건설업계에는 위기감을 넘어 절망감까지도 감돈다.

특히 벽산건설과 비슷한 처지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건설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해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00대 건설사 중 현재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건설사는 총 18개사에 이른다.

벽산건설이 파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고 쌍용건설과 LIG건설·극동건설·남광토건·동양건설산업 등 9개 기업이 법정관리 상태다.

금호산업·경남기업·고려개발·진흥기업·신동아건설 등 8개 기업은 워크아웃 중이다.

이들은 몇 년째 회사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사업 정상화를 꾀했지만 그룹 지원을 받는 금호산업을 제외하곤 사실상 회생 기미를 보이는 곳은 없다.

상당수가 은행이나 법원 관리를 받으면서 돈 되는 자산은 모두 매각하고, 신규 수주는 크게 줄어 외형뿐 아니라 수익 역시 쪼그라든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 찍힌 ‘주홍글씨’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인데 경영이 어렵다는 ‘꼬리표’ 탓에 신규 수주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은행이나 법원에서 신규 사업에 대한 지원이 없는 점도 이들을 압박한다. 경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실제 벽산건설은 1998년과 지난 2010년 2차례에 걸쳐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2012년 6월에는 수주 부진과 유동성 부족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했다.

경남기업 역시 2011년 5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가 유동성 위기로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건설경기가 여전히 어려워, 워크아웃·법정관리 기업의 정상화도 그만큼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유동성 경색 심화=최근 쌍용건설 상장폐지와 벽산건설 파산으로 건설업계 유동성 문제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잇따른 건설사 위기는 투자 심리 위축과 유동성 위기를 빠르게 불러오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건설사 24곳의 올해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5조원을 넘었다. 이 중 24%(1조2600억원) 정도는 이달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달(7827억원)에 이은 월별 최대 물량으로, 업체별로는 롯데건설 2500억원, 삼성물산 3000억원, 한화건설 2600억원, GS건설 2000억원 등 순이다.

서울 동작구 흑성동 대학가 앞 벽에 걸린 월세 전단.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서울 동작구 흑성동 대학가 앞 벽에 걸린 월세 전단. 사진=서승범 기자 seo6100@


회사채도 문제지만 이와 연동한 건설사들의 사업 구조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어 논란이다.

건설사들은 회사채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하자 분양을 상반기에 대거 몰아넣었다. 자연스럽게 미분양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선분양 구조상 초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계약자로부터 상당수 현금을 선수금 형태로 확보할 수 있다. 이 자금을 공사금에 쓸 뿐 아니라 회사채 상환에 쓸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분양철을 맞아 수요가 시장에 몰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영속성을 갖기엔 무리가 있어서다.

전문가들 역시 건설사들의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처방에 경고했다. 청약에 성공한다 해도 일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미분양이 불가분하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할인분양 등으로 또 자금난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건설사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3월 C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67.9를 기록했다. 특히 중견업체 지수는 60.7로 6포인트 떨어지며 CBSI 하락을 주도했다.

◇벽산건설 다음은 누구?=벽산건설 사태 이후 동양건설산업(49위) 등의 위기는 더 고조됐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달 27일 열린 변경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5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직접 기금을 모아 출자전환형식으로 돈을 대여해주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쌍용건설도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 폐지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분의 95% 이상을 갖은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상장폐지를 이미 예고했다.

위기를 극복할 방책은 매각 성공이다. 현재 건설업계에는 쌍용건설과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남광토건 등이 매물로 나왔다.

부실 건설사들의 잇따라 매각 추진에 동참하고 나서 M&A 성사 가능성은 더 낮아진 상태다. 사업성이 뛰어난 건설사조차 번번이 매각이 무산하는 터라 인수자들이 건설사를 외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황 부진 탓에 매각이 어려운 상황에서 M&A시장에 물량이 쏟아져 건설 업종 자체가 외면받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주인 없는 회사로 매각이 장기화하면 가치 하락에 인수합병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새 주인 찾는 게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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