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의 칼끝···막내 조현민도 겨눴다

최종수정 2020-03-1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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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합, 정관변경으로 오너가 경영권 정조준
배임·횡령죄 이사자격 상실, 조원태 내부거래 소송 중
이사선임 기준 후보별 ‘개별투표’로 강화···조현민 불리
총수家 불구 지배력 약화 불가피···자리보전 보장 못해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반(反)조원태 동맹이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자격, 선임 방안과 관련된 정관 변경을 시도한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퇴진 뿐 아니라 막냇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세력 약화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은 지난달 13일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사내외이사 후보 명단과 정관 변경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한진칼에 제출했다.

3자 연합은 우선 이사의 자격과 관련된 정관 신설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한진칼, 계열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사가 된 이후에 유죄가 인정되면 이사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3자 연합은 “기업가치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이사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를 위해 자격 기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관 신설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차단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과 관세법,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배임·횡령 혐의는 없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3자 연합이 이사 자격 제한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제시할 것이라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 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 변경을 시도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때문에 국민연금보다 한 단계 더 상향조정된 조건을 내걸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었다. 배임·횡령죄에 국한하지 않고 경영 전반에 걸쳐 유죄 선고를 받거나, 법적문제가 없더라도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람의 이사 선임을 제한하는 식이다.

3자 연합의 정관 신설은 조 회장 퇴진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내부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2016년 11월 계열사 내부거래로 총수일가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 회장을 고발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을 계류 중이다.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공론화시킨 점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3자 연합은 조 회장이 리베이트 수수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3자 연합이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막내인 조 전무의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조 전무는 배임·횡령 혐의가 없어 규정상 이사 선임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사 후보로 추천되기 힘들 뿐 아니라, 정관 변경으로 이사회 진입을 우회 봉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3자 연합은 이사 선임 방안에 대해서 기준을 강화했다. 이사 후보 각각에 대해 주총에서 개별적으로 찬반 투표하는 방식을 명시하도록 한 것. 일괄 투표에 비해 결과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후보들의 이사회 진입을 장담할 수 없다.

조 전무는 ‘물컵논란’과 ‘불법 임원 재직’ 등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물컵논란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사회적 파장은 적지 않았다. 또 외국 국적임에도 불구,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정부 제재의 원인을 제공했다. 주주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전무는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기 전까지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3자 연합 측 정관이 통과되면, 이사회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그룹 경영전략과 방향성 등을 공유할 수 없고, 오너가이지만 ‘월급쟁이’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3자 연합은 오너가의 완전한 경영배제를 주장하고 있어, 자리보전도 불투명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연합의 정관 변경 일차적 목표는 조 회장 끌어내리기”라며 “자매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조 회장 편에 선 조 전무의 지배력까지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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