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시동···1차 현안은 노사 문제

최종수정 2020-02-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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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委, 2월부터 본격활동
노조가입 이메일 삭제 논란 등 현안 多
노-사 합리적 관점에 중재역할 등 ‘주목’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는 2017년까지 8곳이 꾸려졌으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그룹, 금호타이어 등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주축이 된 다른 기업들과 달리 별다른 노조 활동은 없었고, 삼성전자와 삼성화재가 추가되면서 10곳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경영진의 노동조합 와해 사건 실형선고 이후에도 노조 통제가 계속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 가동하는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이 노조가 공식 설립된 계열사의 노사문제와 가장 먼저 맞닥들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의 노동조합 이메일 삭제에 대한 성명을 내고 사측의 태도는 ‘반노동·반헌법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소속의 삼성전자 제4노조가 올 초 사내 직원들에게 발송한 노조 소개 이메일을 사측이 ‘사규 위반’으로 삭제하자, “삼성의 전근대적인 반노동 행위가 반복되고 있고, 삼성의 뿌리 깊은 노조 혐오증은 재발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는 지난 연말 삼성전자의 이상훈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삼성의 전‧현직 고위 임원 다수가 노조 설립 및 활동을 방해한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사측의 노조 통제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 이로 인해 노동계 반발이 커질 조짐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노조와해 사건 실형 이후 입장문을 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공식 사과문을 낸 바 있다.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온 삼성전자에는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금속노조연맹 산하 노조가 출범했다. 현재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500여명으로 파악되는 삼성전자 제4노조는 앞으로 조합원 증가 여부에 따라 노조 활동 범위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최근 노조원 늘리기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2018년 소규모 3개 노조가 설립됐지만 모두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아 무늬만 노조일 뿐, 사실상 노조 활동은 전무한 상황이다.

삼성화재는 3일 오후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한 노조가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노조가 생긴 것은 회사 설립 68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화재 노조는 “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통행식 경영과 인격 무시, 부당한 인사발령과 고과, 급여, 승진체계, 불합리한 목표 및 각종 차별대우에 시달려 왔다”며 노조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이로써 62개 삼성그룹 계열사 중 노조가 설립된 회사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모두 10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회사의 방해 공작이 계속된다면 노조 활동이 제약이 따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서비스 등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설립 과정에서 사측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삼성 경영진이 노조와해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달부터 준법경영 감시기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준법감시위 출범과 함께 삼성이 준법경영 의지를 재차 강조한 시점이란 점에서 노사문제 또한 그룹 안팎에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승계와 노조 활동 등 그동안 삼성에 제기됐던 문제를 포함해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를 직접 신고받아 조사하고,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성역 없고 강력한 감시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준법감시위 운영 방안을 간략히 공개하면서 “삼성의 준법 감시자·통제자가 돼 준법·윤리경영에 대한 파수꾼이 되겠고, 준법 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활동 범위는 법 위반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이나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 분야와 뇌물수수나 부정청탁 등 부패 행위 분야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에서 법 위반 리스크 관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 최고경영진의 노동관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는 반복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준법감시위의 일차적인 초점은 노동 관련 사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연구소 교수는 “준법감시위 설립이 그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순 있지만, 그동안 무노조 경영과 결별하고 노조 실체를 인정하고 파트너로 대우를 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노동사안이 일차적인 초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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