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먹지 말라(?)" 끝나지 않은 파리바게뜨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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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소속 지회장 단식 종료 후 조합원 5명 단식 시작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 두고 민노총-회사 측 의견 대립
불매 운동까지 불거져···민노총 "시민들 자발적 참여한 것"
민노총 '주도'로 보긴 어렵지만 '옹호' 또한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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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이하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이 단식에 나선 지 벌써 15일이 지났습니다. 이들은 본사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앞서 임종린 지회장이 53일 동안 단식을 진행했지만, 변한 게 없다는 게 파리바게뜨 지회의 주장입니다.

노조가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위해 회사 측을 상대로 투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이들은 본사가 여전히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이 사회적 합의란 무엇일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파리바게뜨는 가맹점 근무 제빵기사를 불법파견(무허가 파견 등)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고용노동부는 조사를 진행한 후 파리바게뜨 본사에 시정을 지시했습니다. 제빵기사 등 5378명을 직접 고용하고 제빵기사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등 110억원을 지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2018년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본사)는 한국노총·민주노총, 정당, 시민대책위, 가맹점주와 '사회적 합의'를 이룹니다. 특히 이는 양대 노총이 합자법인인 해피파트너즈(현 피비파트너즈)를 자회사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제조기사들을 고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타협안을 수용하며 이뤄졌습니다.

타협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선 해피파트너즈의 지분 구조는 파리바게뜨의 가맹본부인 파리크라상이 해피파트너즈의 지분 51%를 갖고 나머지는 가맹점주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합자법인 출범 당시 함께 출연했던 협력업체는 양대 노총들의 요구로 지분 참여와 등기이사에서 제외됐습니다. 대표이사는 가맹본부 임원 가운데 선임하기로 했습니다. ▲정규직과의 3년 내 동일임금 적용 ▲본사·노조·가맹점주 협의체 구성 ▲부당노동행위 시정 ▲본사가 책임지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 등도 내용에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2일 파리바게뜨는 피비파트너즈 출범 3년을 맞아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와 새로운 비전을 알리는 선포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피비파트너즈는 출범 당시 체결한 사회적 합의 이행이 완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SPC그룹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는 지난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하는 등 연봉과 복리후생을 파리바게뜨와 동일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아울러 매년 노사 간담회를 개최하고 휴무일도 협력사 소속 당시 대비 30% 이상 늘렸습니다. 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력의 김종보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안정적인 고용 환경과 선진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결도 SPC그룹의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는 2021년 12월 SPC그룹이 화섬노조를 상대로 낸 '사회적합의 이행 시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법원은 SPC그룹이 국회 환노위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의 근로자가 임금 수준이 동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고 주장하며 특히 SPC그룹이 2018년 당시 임금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5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가 피비파트너즈의 시급을 실제보다 많게 기재한 정황이 드러났는데요, 강 의원은 파리바게뜨 측에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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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는 'SPC그룹 불매 운동'까지 불거졌는데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SPC그룹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SPC불매'라는 해시태그를 단 수많은 글이 올라왔죠.

이에 한국노총은 '우리 제조기사의 일터를 불매 운동으로 망치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우리의 소중한 일터를 대상으로 불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동자들이 최악의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묘사해 불매 운동의 억지 주장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우리 5000여명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동자들과 3400명 가맹점주들은 생계를 송두리째 위협받고 불안에 떨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모두가 이렇게 정성껏 생산한 빵을 불매 운동하자는 민주노총의 행태는 자살행위이며 공멸을 조장하는 작태"라며 "내가 만든 빵을 사 먹지 말라는 자기부정 행위를 해가며 불매 운동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일터를 망치고 고용불안에 떨게 하는 이 같은 행위는 피비파트너즈에 5000명 제조기사 노동자들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SPC그룹 불매 운동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일관하고 있는데요. 우선 '시작'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 맞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동네빵집_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처음 제안하면서 SPC그룹 불매 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챌린지의 취지는 동네빵집을 운영하면서 SPC그룹의 불매를 함께하자는 것입니다.

해당 트윗을 비롯해 SPC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들의 로고를 모아 둔 트윗은 수천 번의 '리트윗'을 기록했습니다. '#SPC불매'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도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죠. 'SPC제품을 찾아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계정도 있는데요. 이는 지난 2019년 등장했던 '남양유없'이라는 사이트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죠.

그런데 '시작'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SNS 상에서 불매 운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을 얹고 있진 않지만, '리트윗'이나 '마음에 들어요'를 통한 의사를 표명해왔습니다.

사실 어떤 트윗을 '리트윗'하는 행위는 이에 대한 '옹호'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단순히 해당 트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트위터 이용자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트윗도 '리트윗'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들어요'는 '공감'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어요'의 이전 명칭이 '공감'이었던 점을 기억해 보세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의 계정이 '#SPC불매' 해시태그를 달고 SPC그룹을 비난하는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눌렀다면 이는 불매운동을 옹호하는 표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국노총의 성명문에 포함된 "불매운동에 관한 이 모두가 민주노총 스스로 계획하고 주도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문을 발뺌하듯 게재하였다는 점"이라는 문구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한국노총이 이처럼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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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연 'SPC자본 규탄 민주노총 전국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각에서는 최근의 갈등은 사실 '주도권 싸움'의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현재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로 나눠져있습니다.

처음 세를 잡은 것은 먼저 노조를 결성했던 민주노총이었지만, 현재는 한국노총이 제빵기사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빵기사 5000명 중 4000명 가량은 한국노총 소속인데요. 민주노총은 한때는 700여명까지 가입자 수를 확보했었지만 한국노총으로의 이탈이 심화하면서 노조원이 200여명까지 줄었습니다. 한국노총 조합원은 처음엔 1000명 정도였으나 현재는 4000명까지 늘어났죠. 민주노총의 입지를 되찾으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무리는 아닙니다.

노조 활동은 중요합니다.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해서 당연히 보장돼야 합니다. 특히나 '파업'의 경우는 노동자가 노동 조건의 개선을 위해 사용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불매 운동'이 그 중심이 됐습니다.

노조가 파업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죠. 그런데 불매 운동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글쎄요. 다들 들어보셨나요? 또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불매 운동을 '주도'하진 않았다고 하지만 불매 운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꾸준히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내가 만든 제품, 우리 제품을 먹지 말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납득이 어렵습니다. '노동운동을 탄압하지 말라'는 것과 '노동 탄압이 계속되면 SPC 제품이 퇴출될 것'이라는 것은 의미가 다르죠. SPC그룹의 제품이 시장에서 외면 받으면 피해를 받는 곳은 누구일까요. 함께 일하는 동료와 가맹점주 아닐까요. 그렇다면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깊어지는 갈등이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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