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입법' 견제 국회법 개정안···윤 대통령 "위헌 소지", 국힘 "대선 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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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의
국회가 모법 취지 벗어난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
조응천 "국회가 행정입법 내용 통제할 의무 있어"
권성동 "다수당 권력 극대화, 행정부 흔들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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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간사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법의 취지에 반하는 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170석의 거대 야당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국회 의석 구조를 시행령 개정을 통한 '행정입법'이라는 편법으로 우회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제동을 거는 것이어서 여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안이 접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권 강화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통령 시행령 혹은 총리 시행령 등 행정명령이 모태가 되는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벗어난다고 판단되면 이를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는 이러한 국회의 요청을 받아 시행령을 수정·변경한 뒤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조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행정입법은 국회가 부여한 위임 범위를 일탈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다"며 "법 취지를 왜곡하거나, 위임 범위를 일탈하거나, 국민의 자유·권리를 제한하는 등 법률에서 규정해야 할 사안까지 행정입법을 통해 규율한다는 지적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는 입법권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의 내용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현행법에는 대통령령과 총리령은 본회의 의결로, 부령은 상임위원회의 통보로 단순히 처리 의견을 권고하는 수준에 불과해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경우 마땅히 구속할 수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개정안은 최근 법무부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맡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을 고쳐 회피한 것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24년 총선 전까지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입법이 불가능한 상황을 '시행령 개정'으로 돌파하겠다는 윤 정부의 계획이 틀어진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은 '검수완박'의 완성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범죄가 포괄적일수록 민주당 '방탄조끼'는 얇아진다"며 "협치를 말하면서 정부의 발목을 꺾으려 하고, 견제를 외치면서 주섬주섬 방탄조끼를 챙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국회법 개정하자는 얘기를 했겠나. 아마 대통령만 바라보며 '눈치 게임' 하듯 민망한 기립표결을 반복했을 것"이라며 "대선과 지방선거에 패배해 남은 권력 국회에서 다수당 권력을 극대화해 행정부를 흔들겠다는 것이 국회법 개정의 본질"이라고 질타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 프레임까지 꺼내 들면서 성토하고 나섰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국회를 거대 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정부는 대통령령 등을 통해 국정을 펼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은 그마저 틀어막고 국민이 선출한 정부를 완전히 자신들의 발밑에 두겠다는 것"이라며 "대선 불복 행위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민주당 정권을 심판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불복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을 뺏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대통령이나 지방정권이 만들어진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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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 대통령도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본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며 논란에 참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행령 내용이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에서는 법률을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며 "그런 방식이면 모르지만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시행령 문제 해결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절차와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률을 대표 발의한 조 의원은 "직전 검찰총장 출신 현직 대통령이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요구권을 갖는 것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고 답변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지난 2015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2015년 19대 국회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도 조 의원 개정안과 판박이다. 통과된 법안은 국회 운영위원장 대안 법안이었지만 유승민 의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5년 개정안도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위해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의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다음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반할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에 직접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앙행정기관장은 수정·변경 후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한 것까지 똑같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고, 법원이 아닌 국회 상임위원회가 행정입법의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조 의원은 "2015년 5월 소위 '유승민 국회법'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헌법학계에서는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에 대한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고 대개 '합헌'으로 결론이 났다"며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관여권을 신설하는 국회법 개정법률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단언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장원 기자 moon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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