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동학개미는 ‘곡소리’···국민연금이 구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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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TALK]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적극 이행 필요성 제기
물적분할 등 대주주 전횡에 주주가치 훼손
포스코‧SK이노 지분율 10% ↑···“여력 충분”
덩치 안 맞는 낮은 영향력과 실효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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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

“대한항공 이후 국민연금공단의 제대로 된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성과가 있긴 한가요?”

새해 들어서도 동학개미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들이 그렇게 강조해온 ESG의 ‘G'가 실종되면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LG화학을 시작으로 재계에 유행처럼 번진 물적분할 재상장 사태는 동학개미들의 시린 마음을 더욱 후벼파고 있죠.

문제는 현재로선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겁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1000만 동학개미를 의식해 ‘소액주주 보호’를 외치고 있긴 하지만, 내놓은 공약들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적분할과 합병 등 대주주가 개인투자자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로도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큰 손’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게 동학개미들의 생각입니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거죠.

스튜어드십코드란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을 뜻합니다. 단순히 주식을 보유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게 목적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이어 2016년 2월부터 도입됐고, 국민연금은 2018년 7월부터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하는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회사가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주주권을 다양하게 행사합니다. 경영진 해임부터 사외이사·감사 추천, 주주대표소송 및 손해배상소송 제기, 공개서한 발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개념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기업 총 1065곳에 투자하고 있고, 지분율 10%를 넘긴 기업도 90곳이 넘습니다. 국민연금은 917조원 규모의 전체 자산 가운데 17.9%인 164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쏟아 붓고 있는데요. 물적분할 이슈로 시끌시끌한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의 지분도 10% 이상 쥐고 있죠.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한 바 있는데요. 이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박탈한 첫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후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성과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표를 던졌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는 등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죠.

일각에선 3년 계약직인 운용역들이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겨를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1000개가 넘는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소수의 운용역들이 하나하나 들여다보긴 벅차다는 겁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을 높이려면 전문인력의 좀 더 풀을 넓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수박 겉핥기식으로 단순히 반대표만 행사할 게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자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영향력을 키워야겠죠.


금융당국을 향해 공매도 제도개선을 외치던 동학개미들은 이제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오는 28일 예정된 포스코의 물적분할 임시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라며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대주주의 전횡에 꼼짝없이 당했던 동학개미들의 눈물을 국민연금이 어떻게 닦아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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