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은 왜 칼라일을 끌어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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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2019년 공개 대담으로 인연···친분 유지
사실상 우호세력, 과거 ‘엘리엇사태’ 방지 목적도
칼라일, 주식공동보유 예정···이사 1인 지명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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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총 10%를 매각했다. 이 지분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이 받았다.

칼라일은 정 회장과 대립하기 보단, 우호세력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정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로 귀결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칼라일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PROJECT GUARDIAN HOLDINGS LIMITED)에 총 10%의 지분을 6113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각각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3.29%, 6.17%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현대글로비스 3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칼라일은 정 회장과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 특별관계자 지위를 가지게 된다. 주주간계약도 체결했다.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현대글로비스 이사 1인을 지명할 수 있고, 정 회장이 주식을 추가 매각할 경우 동반 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태그 얼 롱)을 가진다는 게 골자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영 투명성을 관리·감독하는 한편, 한층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셈이다.

정 회장이 총수일가 지분을 넘겨받을 대상으로 칼라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그룹이 칼라일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공식적으로 2017년부터다. 당시 GE캐피탈은 보유하던 현대카드 지분 43%를 전량 매각했는데, 칼라일 계열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가 일부 주식을 매입했다.


정 회장은 2019년 칼라일그룹이 개최한 투자자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와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정 회장이 고객이나 자본시장 관계자와 대담 형식으로 소통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 회장은 당시 인연을 시작으로 이 공동대표와 친분을 다져왔고, 이번 지분 매각도 상당 기간 동안 논의한 결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 주요주주가 된 칼라일을 정 회장 우호세력으로 분류하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글로비스 현 경영진 입장에서도 PEF 측 이사가 합류하는데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8년 발발한 ‘엘리엇 사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당시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순환출자 고리를 잘라내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주식 총 1조원 가량을 보유하던 미국계 행동주의 PEF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무산됐다.

엘리엇은 이듬해 자신들이 뽑은 사외이사 후보 3명의 신규 선임을 제안하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섰다. 회사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감사위원 자리까지 노린 치밀한 작전이었다. 현대차가 최소 8조원의 현금을 쌓아놨다는 이유로 연간 당기순이익 대비 4배 이상의 고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정기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리했고, 엘리엇의 이사회 진입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현대차그룹 경영권 공격에 실패한 엘리엇은 2020년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고 손을 뗐다.

결과적으로는 정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과거 사태는 정 회장의 행보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이번 주식 매입자를 선정할 때, 외부세력의 위협과 시장 혼란을 차단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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