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소액주주 비대위, 출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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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합병 및 주주활동 놓고 주주간 입장 갈려
비대위 지지철회 급증···“왜 사측 입장 대변하나”
“극단적 주주행동 아냐···대주주 설득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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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지분 모으기에 나선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달 비대위가 결성된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안 보이자 일부 주주들이 비대위 해체 등을 요구하는 등 잡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비대위는 사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주주명부도 확보했으나 정작 임시주주주총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셀트리온 주주연합회는 앞서 지난 10월 5일 비대위를 결성하고 ‘5000만주 모으기’에 돌입했다. 위원장 및 고문 위원 등 총 5명으로 운영되는 비대위는 위원장의 월 급여 300만원과 활동비(식비·유류비) 등을 모금하는 등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돌입했다.

비대위의 결성 목적은 조속한 3사합병과 기우성 대표 등 경영진 사퇴를 위한 임시주총 개최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 셀트리온이 연초 고점 대비 반토막난 건 서정진 명예회장 등 대주주 및 경영진과 관련이 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판단이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올해 잇따른 호재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2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의 승인권고를 내렸을 당시에도 장 초반 급등 후 하락 전환한 바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주가 부진의 배경을 둘러싼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서 명예회장이 지분승계를 위한 주가관리를 위해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거나 렉키로나의 FDA 승인신청과 해외 판매계약을 고의로 늦추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떠도는 중이다.

이에 비대위는 주주들의 8가지 요구사항을 정리해 사측에 전달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의 연말배당 1:2 차등 지급 ▲셀트리온 3사의 조속한 합병 계획안 발표 ▲IR팀 인력 및 조직 확충 ▲장전공시 또는 장중공시 적극 시행 ▲100만주 이상 자사주 매입으로 시장 불안감 해소 ▲정관에 분기배당 추가로 주주가치 제고 ▲임원스톡옵션은 신주발행 아닌 자사주 활용 ▲40만 개인주주를 대표하는 비대위에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 등이다.

비대위 출범 당시 셀트리온 주주들은 하루 만에 600만주 가량의 주식을 위임하는 등 큰 호응을 나타냈다. 이달 진행된 비대위 신임투표에서도 1650명 가운데 93.2%가 비대위 활동 방향에 동의하며 힘을 실었다.

하지만 최근엔 비대위 지지를 철회하는 주주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비대위가 주주들의 소통에 소홀하고, 오히려 회사의 IR·마케팅팀으로 전락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비대위에 반발한 주주들은 개인정보 삭제와 활동비(군자금) 반환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사측은 주주들이 제안한 주주가치 제고 안건에 대해 “정기주총이나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되는 내용이라 현재로서는 확답을 주기 어렵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주주들이 원했던 임시주총 개최는 사실상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비대위와 주주들의 입장이 갈리는 사안은 ‘셀트리온 3사 조기합병’이다. 비대위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가장 시급한 사안을 조기합병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주 3556명을 가운데 조기합병에 찬성한 비율은 79%에 머물렀다. 차등배당(94%), 주주대표 사외이사 선임(94.2%), 자사주 소각(96.1%) 등 다른 안건에 비해 찬성률이 떨어진다.

이에 셀트리온 주주 커뮤니티인 씽크풀 게시판에는 현재 비대위의 해체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주주 A씨는 “현재 셀트리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주와의 소통인데, 현재 비대위는 그저 내년 주총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라며 “현재의 비대위는 이미 대표성을 잃었다고 보고, 비대위의 활동이 주주연합과 통합되길 희망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주 B씨는 “비대위 결성 이후 아직까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계획이 잘 안 보인다”며 “고점 대비 50% 가량 하락한 주가에 화난 주주들을 대변하고 있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렉키로나가 유럽판매 승인을 얻은 지 일주일이 넘도록 매출 계약과 관련된 입장이 나오지 않자 셀트리온 주주연합회는 오는 29일 본사 앞에서 자체적인 항의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비대위 활동이 소극적이라고 판단한 주주연합회 측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비대위 측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일부 주주들에 대해 “제2의 비대위를 만들라”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 비대위 측은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 앞서 투표를 통해 진행했고, 당위성을 가지고 변함없이 추진해 왔다”며 “강성주주 활동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지분 모으기 운동은 극단적인 주주운동이 아니며, 성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겠다”며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한 향후 활동방향에 맞춰 대주주 설득과 추가 지분모으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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