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팽팽했던 사조산업 주총···소액주주와 표대결서 주진우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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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배당확대·주주가치 제고 위해 임시주총 요구
위임장 확인·개표에 수시간 소요되며 주총 4시 종료
긴 개표 중 대기시간에 소액주주·경영진 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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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중구 소월로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열린 사조산업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창주 의장(사조산업 대표이사)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hij@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14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반란’을 잠재우고 완승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과 소액주주연대가 첨예하게 맞선 사조산업 임시주주총회 현장은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올해 도입된 ‘3%룰’ 때문에 대주주인 주 회장 측과 소액주주연대 사이의 의결권 차가 크지 않아 일찌감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됐던 터였다. 양측의 위임장 확인에만 수시간이 걸리면서 주총 개회도 3시간 이상 가까이 지연됐고, 위임장 확인 과정에서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다만 대기와 지연이 지속되면서 팽팽했던 분위기는 주총 후반으로 갈수록 다소 누그러들었고, 경영진과 주주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사조산업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소월로 롯데손해보험 빌딩 21층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진우 회장의 해임의 건 등을 논의했다.
이날 주총에 주진우 회장은 불참했다. 대신 사조산업의 이창주 대표, 김치곤 대표와 함께 주 회장의 측근인 이인우 사조그룹 부회장 등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이날 주총은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요청해 소집된 것이었다. 소액주주연대는 사조그룹 오너일가의 일방 경영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된 만큼 사조산업 경영에 참여해 대주주의 의사 결정을 감시하겠다는 목표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안과 송종국 대표의 기타비상무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을 상정했다.

주총은 결과적으로 주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사회가 제안한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내용의 1-1호 의안이 약 74.83%(306만5226주)의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소액주주연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의 기타비상무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3-1호)’은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 외의 ‘감사외원회의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3-2호)’의 경우 소액주주 측 송종국 대표와 이사회 측이 제안한 안영식 후보가 맞붙었는데, 이 역시 안영식 후보가 선출되며 소액주주들이 패했다.

이와 함께 주진우 회장의 해임건(4호), 소액주주연대 측이 제안한 기존 사외이사의 해임의 건(5호), 소액주주연대 측이 제안한 신규 사외이사 선임의 건(6호)도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연대 측이 제안한 신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7호)은 폐기됐다.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한 주식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취득 결의의 건(8호) 역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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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14일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처럼 주총의 표 대결은 주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으나 주총 분위기 자체는 내내 팽팽했다.

이날 사조산업 주총에는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들의 참석을 제한하고 있어 많은 주주들이 현장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실제 현장에 참석한 소액주주는 약 30여명 남짓이었다. 다만 이른 아침 현장을 찾은 이들 주주들은 사조산업이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소액주주는 “사조산업 대표가 회사를 위해 경영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송종국 대표가 소액주주 운동을 하고 있어 힘을 보태러 왔다”며 “오늘 이기든 지든 소액주주의 뜻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조산업 오너 같은 분들은 주식회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들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사조산업 주주 중 눈길을 끈 것은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였다. 박 대표는 소액주주연대 측에 1만3000여주를 위임했다며 주주로서 의견 표명을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오너가 회사를 끌고 갔지만 이제는 고객, 직원, 주주가 함께 하는 시대”라며 “상장사를 개인 회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 전체 지분율이 지난해 말 기준 38.7% 수준이고 주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56.2%다. 다만 올해부터 적용된 상법 개정안으로 주 회장 등 대주주 측이 감사위원 선임에 3%의 의결권밖에 행사할 수 없었다. 소액주주연대는 최대한 많은 위임장을 확보해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배출한다는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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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중구 소월로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열린 사조산업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사조산업 자문 변호사 등이 위임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hij@
양측이 확보한 위임장의 수가 이번 주총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만큼, 주총회장 옆에 마련된 회의실에서는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사조산업 임직원들, 자문변호사,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선임한 검사인 등이 이른 아침부터 위임장 검사에 매진했다.

이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위임장을 제출한 주주 하나하나에 전화를 걸어 사측과 소액주주 중 어느 쪽에 의결권을 위임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 측의 위임장 확인을 마친 시각은 이미 9시30분으로 주총 시작 시간을 훌쩍 넘은 상황이었다.

소액주주 측 위임장 확인을 마친 송종국 대표는 회사 측 위임장 확인을 요구했다. 소액주주 측 위임장은 모두 확인했는데 회사 측 위임장도 확인하게 해달라는 것이 정당한 요구라는 입장이었다. 회사 측 자문변호사는 개인정보 문제로 특정 주주의 정보를 다른 주주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이 요청을 거절했다. 추후 검사인이 회사와 소액주주측의 위임장을 모두 확인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차명주주들이 드러날까봐 안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사측이 한발 물러났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위임장 확인 동의를 받은 후 사측 위임장 확인까지 진행됐다.

이 위임장을 모두 확인하고 중복주주를 제거하는 등 의결권 확인을 모두 마친 시각이 오전 11시50분이었다.

임시주총은 2시간50여분이나 지체된 11시50분이 되어서야 시작했다. 주총 의장은 이창주 사조산업 대표가 맡았다.

주총 중에도 양측은 몇 차례 부딪쳤다. 송종국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의 구습을 버려야 하며 회사 이익이 대주주에게만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사조산업에 대한 요구사항 몇 가지를 거론했는데 일부 주주가 송 대표의 발언이 지나치게 길다며 발언을 반발했다. 또 소액주주연대 측 주주는 “소액주주연대가 주주명부를 달라고 했을 때 주주명부를 엑셀 파일로 주지 않고 깨알 같은 글씨가 적힌 종이로 준 것에 상당히 분노했다”고 말하자 이 때도 한 참석자가 의사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주총 표결에도 긴 시간이 소요됐다.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붙인 후 이를 검표하는 데 매번 40분 이상 걸렸다. 주총 개회가 지연된 상황에서 주총 표결에도 긴 시간이 걸리면서 일부 주주들이 빠른 의사진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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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중구 소월로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열린 사조산업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사조산업 임직원들과 소액주주연대 등 관계자들이 의결권과 위임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hij@
다만 주총 중 표결에도 긴 시간이 걸리면서 날카로웠던 분위기도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했다. 이날 가장 먼저 상정된 1-1호 안건이 사측이 바라는대로 통과되면서, 소액주주 측 인사의 이사회 입성이 불발됐고 나머지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안건들이 일찌감치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1호, 1-2호, 3-2호 안건을 처리하는 데만 2시간 이상 소요됐다. 결국 양측은 오후 2시를 넘긴 후 나머지 의안을 일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개표가 길어지는 틈을 타 소액주주연대와 경영진들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송종국 대표는 이창주 대표에게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를 또 한 차례 요구했다. 이 대표는 “주주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회사 성장을 위해서라도 IR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IR을 할 것”이라며 “ESG 경영 역시 전 그룹 계열사들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 내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주 회장의 측근인 이인우 부회장 역시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그 동안 우리만 잘 하면 (회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면서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절대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걸 제1목표로 했다”며 “그러나 지금 주가는 내가 봐도 너무 낮고 잘못됐다는 생각을 나는 물론 주 회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또 “다만 주 회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캐슬렉스 제주와 서울 등 골프장을 합병하려고 했던 것 역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그간 회사가 자랑할 것이 있을 때 IR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며 IR 도입도 약속했다.

이날 주총을 마친 후 송종국 대표는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신청 소송이 추석 이후에 있다”며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해지면 부실 골프장 합병, 사조시스템즈 지원, 해외법인 부실, 청도법인 부실 등 4대 부실을 확인한 후 배임, 횡령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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