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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롯데, ‘변화’로 응답하다

바람 잘 날 없는 롯데, ‘변화’로 응답하다

등록 2015.11.17 07:40

황재용

  기자

과거 황제경영 체제 하 인색하고 느린 대처로 일관위기 겹치며 변화된 행보 이어가···신동빈 “약속은 지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극에 달하는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수성 실패 등 시련이 끊이지 않는 롯데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황제경영’으로 대표됐던 기업이다. 창업자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되기도 했으며 기업 소유권을 내세운 총수 독단의 경영체제를 이어왔다.

또 대부분의 계열사가 비상장사로 유지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이와 같은 체제가 공고히 유지됐다. 특히 이런 독특한 롯데만의 경영체제로 과거에는 환경 변화에 인색하고 대처가 느리다는 평을 받았다.

게다가 상생을 추구하기보다는 이익에 우선한 행태를 보였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거리가 있었다. 일례로 롯데는 지금까지도 경남지역의 소상인들과 롯데의 독점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지금까지 재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버지를 내세운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과 면세점 수성 실패로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롯데는 급격한 환경 변화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14일 관세청의 심사 결과 롯데그룹은 소공점만 수성하고 월드타워점을 잃게 됐다. 이에 롯데그룹은 곧바로 선정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뜻을 밝히며 이후의 일들을 수습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15일 부친의 생일을 맞아 신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서울을 방문했는데 그는 이 자리에서 “99%가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그 사람들에 대한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고용안전을 직접 언급했다.

이후 롯데그룹 10개 유통 계열사 CEO들이 1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월드타워점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 자리에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이동우 하이마트 대표 ▲차원천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선 근무 중인 1300여 명의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이 직원들을 기존 롯데면세점에서 분산 수용하고 추가로 백화점과 마트, 하이마트와 쇼핑몰 등 그룹 운영사에서 전원 고용 유지키로 결정했다.

월드타워점 면세점 운영 중단으로 인해 협력업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도 마련됐다. 즉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재고 처리, 협력업체들의 영업단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청에 특허 의제기간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면세점이 특허 재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롯데월드몰·타워는 직원들의 고용안전과 다양한 활성화 대책으로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관련 계열사들과 힘을 모아 난관을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면세점 수성 실패 후 이틀 만에 롯데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롯데의 발 빠른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이미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주도 아래 변화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인 질타가 이어지고 반(反)롯데 정서가 커지면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 대국민 약속을 통해 ‘롯데를 과감하게 개혁하고 바꿔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었으며 이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 TF를 구성하고 호텔롯데 상장과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기업문화개선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롯데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게다가 롯데는 최근 사외이사를 둔 계열사를 14개사에서 25개사로 확대키로 했다. 지배구조 개선 TF 회의를 통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대폭 확대키로 했으며 주요 계열사에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올바른 경영을 이끌어가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롯데는 기존 목표대로 호텔롯데 상장 절차를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호텔롯데 상장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국민과 약속한 일을 흔들림없이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현재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판단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된 변화지만 롯데그룹은 짧은 시간 동안 과거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황제경영에서 어느 정도 내려와 현실을 직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는 황제경영의 롤모델이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감춰져 있었고 경영체제도 독특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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