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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야전 용사···남성적 멋 뽐내는 SUV가 되다

왕년의 야전 용사···남성적 멋 뽐내는 SUV가 되다

등록 2014.01.20 13:35

수정 2014.01.20 17:30

정백현

  기자

지프, 독일 이기려고 만든 미군 전투용 車가 뿌리2차 대전 후 체로키 등 내놓으며 SUV 브랜드 도약‘추억의 군납용 자동차 전문 메이커’ 아시아자동차쌍용차 코란도와 국내 지프형 SUV 대중화 이끌어

육군 운전병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육공트럭’이라고 불리는 2.5톤 트럭 K-511과 ‘닷지 트럭’으로 불린 1.25톤 트럭 K-311 등을 기억할 터이다.

자동차 개발의 역사를 논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의 개발 역사는 군대 그리고 전쟁 덕분에 진일보했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군용차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곳이 많다.

대량의 병력이 빠른 시간 내에 작전지역으로 침투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튼튼한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더 튼튼하고 날쌘 차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줄을 이었고 이는 전반적인 자동차 생산 기술의 진화로 이어졌다.

지프 브랜드의 가장 성공한 SUV 모델 '체로키(사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한 군용차 '윌리스 MA'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다. 사진=크라이슬러 코리아 제공지프 브랜드의 가장 성공한 SUV 모델 '체로키(사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한 군용차 '윌리스 MA'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다. 사진=크라이슬러 코리아 제공

◇지프의 역사는 전쟁 속에 있다 = 정통 SUV ‘지프(Jeep)’는 크라이슬러가 생산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지프가 세계 시장에서 대표적인 SUV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에는 전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지프’라는 브랜드가 이 땅에 있을 수 있던 것은 자동차 문화의 종주국이자 패전국인 독일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1919년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새로운 전차의 생산이 금지됐다. 전쟁 욕심을 버리지 않은 독일 정부는 4륜구동 시스템의 자동차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전차와는 다른 형태지만 전차와 비슷한 전투 용도의 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1937년 탄생한 4륜구동 자동차 G-5는 어떠한 지형에서도 빠른 운행이 가능해 전시 병력 수송에 장점을 지녔다. 독일이 G-5를 만들자 연합국의 한 축인 미국은 G-5를 뛰어넘는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의 요청에 밴텀과 윌리스 오버랜드가 입찰에 참여했고 포드가 동참했다. 이들 브랜드는 각자 완성차를 만들다가 한 형태로 합쳐졌다. 윌리스가 뼈대를 만들고 밴텀이 지원하며 포드가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차를 만들었다. 이 때 만들어진 차가 윌리스 MA다.

당시 만들어진 윌리스 MA의 위용은 대단했다. 험로에서 날쌘 기동력으로 독일 G-5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실용성 측면에서도 G-5를 앞섰다. 결국 윌리스 MA를 앞세운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또 다시 승리를 거뒀다.

종전 후 지프는 민간용 자동차로 변신을 꾀했다. 1944년부터 기존 지프에 편의장비가 더해지면서 지프는 ‘군용차’에서 ‘시민차’로 변화했다. 이후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둔 지프는 파생 브랜드를 내놨다.

이렇게 등장한 모델이 지프 역사상 가장 성공한 SUV 모델 ‘체로키’와 ‘랭글러’다. 체로키와 랭글러는 ‘오프로드의 지존’으로 평가받으면서 남성적인 멋을 물씬 풍기고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체로키와 랭글러의 조상은 전쟁터에서 싸웠던 참전용사 할아버지인 셈이다.

아시아자동차가 1980년대 후반 생산한 '록스타'는 육군 야전 지휘관용 자동차로 생산된 K-111의 뼈대를 바탕으로 생산됐다. 사진=기아자동차 제공아시아자동차가 1980년대 후반 생산한 '록스타'는 육군 야전 지휘관용 자동차로 생산된 K-111의 뼈대를 바탕으로 생산됐다.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아시아자동차를 아시나요=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를 꽤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자신이 군대 관련 물자에 대한 마니아(일명 ‘밀덕’)라면 떠오르는 자동차 메이커가 있다. 바로 군용차 전문 메이커 아시아자동차(1999년 기아자동차와 합병)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선 부대에 보급된 대부분의 차는 아시아자동차의 모델일 정도로 군용차 시장은 아시아자동차가 독점했다. 앞서 소개한 K-511과 K-311을 비롯해 K-711(5톤 트럭), K-111, K-131 등 주력 모델은 모두 아시아자동차가 만들었다.

그동안 생산된 군용차 중에서 민간용 자동차로 개량돼 인기를 끈 모델이 있다. 국내 지프형 SUV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록스타’와 후속 모델 ‘레토나’다.

1989년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록스타는 족보가 상당히 복잡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군의 야전 지휘관용 소형차인 M38A1까지 등장한다. 이 차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국내로 공수해 야전에서 다양하게 활용했다.

아시아자동차는 M38A1의 후속 모델인 M151 MUTT(일명 ‘케네디 지프’)를 국산화하고 4륜구동 시스템을 넣어 K-111을 개발했다. 아시아자동차는 이 K-111에 가솔린 엔진 대신 승합차 ‘베스타’에 얹었던 2.2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차를 개발했다. 이것이 록스타다.

쌍용차 코란도와 더불어 국내 지프형 SUV 시장의 대중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록스타는 한국 자동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차이기도 하다. ‘죽음의 랠리’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 출전한 대한민국의 첫 자동차가 바로 록스타이기 때문이다.

'록스타'의 후속 모델로 탄생한 '레토나' 역시 군용차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 6인승 야전 지휘관용 자동차 K-131(사진)이 레토나의 뼈대다.'록스타'의 후속 모델로 탄생한 '레토나' 역시 군용차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 6인승 야전 지휘관용 자동차 K-131(사진)이 레토나의 뼈대다.

록스타는 1998년 ‘레토나’라는 이름의 차로 진화했다. ‘운전병들의 로망’이라 불리는 바로 그 ‘레토나’다. ‘자연으로 돌아가자(Return to nature)’는 뜻의 이름을 지닌 ‘레토나’는 K-111의 후속 모델인 K-131의 민수용 모델이었다.

군용 K-131은 타이어가 총알에 맞아도 최장 50㎞까지 달릴 수 있는 내구성과 기동성을 갖춘 야전 지휘관용 자동차다. 이 차는 현재까지도 야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K-131의 뼈대 위에 탄생한 레토나는 기아차 스포티지 1세대 모델과 같은 프레임을 썼다. 이 차는 전작인 록스타와 마찬가지로 베스타에 얹어졌던 2.0리터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품고 생산됐다. 전 모델에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됐다.

레토나는 정통 지프형 SUV로서는 매력 만점의 차였지만 4륜구동 시스템 외에는 이렇다 할 장점이 없었다. 특히 배기가스 총량제라는 정책적 장벽에 막혀 성장하지 못했다. 레토나는 결국 2003년 후속 모델 없이 단종 됐고 군용 보급 역시 쌍용차 코란도에 바통을 내줬다.

짧은 세월 SUV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던 록스타와 레토나는 군용차를 기반으로 국내 지프형 SUV 자동차 시장을 대중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명차로 평가할 만하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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