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이끄는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사실상 포기?

최종수정 2020-06-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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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산업은행에 인수조건 재협의 강조
재무악화·독단경영 지적···거래시한 연말로 연장
산은 등 채권단으로 공 떠넘겨···적극적 개입 기대
인수價 조정이나 부담 낮추는 추가조건 제시할 듯
업계선“ 아시아나 사실상 포기...출구전략 차원 발표”

그래픽=박혜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 싸인을 6개월 뒤로 미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HDC현산이 거래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조치로 출구전략 차원에서 채권단에 통보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9일 HDC현산은 한국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계약상 인수거래 종결기한(Long Stop Date)을 연장하는데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현 상황을 재점검하고 조건을 재협의해야 인수를 성공적으로 종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의 이번 입장 표명은 산은이 지난달 29일 발송한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이다. 산은은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며 HDC현산을 압박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금호산업과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라 이달 27일까지 최종 거래 완료를 끝내야 한다.

다만 해외 기업결합승인심사 등의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거래 종결시한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양 측이 합의할 경우, 최종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27일이 된다.

HDC현산은 우선 계약 완료 시점을 미루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우협대상자인 자신과의 상의없이 이뤄진 독단적인 경영을 지적하고 나섰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1분기에 1만6126% 늘었다고 지적했다. 자본잠식이 심각하고, 당기순손실도 확대됐다고 꼬집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월 제출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부정적 의견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신뢰성을 의심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추가 차입과 차입금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변경,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을 통보만 했을 뿐, 사전동의 없이 안건을 승인한 점을 문제 삼았다. 법률적 리스크가 큰 부실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HDC현산은 “계약 체결일 이후 발생한 상황들에 대해 4월 이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을 보내 아시아나항공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 아시아나항공은 (임시 주총 등) 후속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맹비난한 이유는 계약조건 재협상을 유리한 고지에서 이끌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협인 자신들의 동의 없이 무리한 차입과 계열사 지원이 이어져 자금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HDC현산의 칼날은 매각주체인 금호산업도 겨눴다. 금호산업이 수차례 이어진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상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격 빌미로 삼은 것이다. 금호산업이 성실하게 요구에 응하지 않은 만큼, 산은과 직접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HDC현산 측은 “인수 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금호산업)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은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채권단으로 공을 떠넘긴 셈이다.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본다. 계약 체결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만큼, 가격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금호산업에 지불해야 할 구주 대금 3200억원과 신주 발행에 투입될 2조1000억원 모두 조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금호산업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HDC현산이 애초 써낸 구주 대금은 시장에서 추정한 1조원대를 크게 밑돈다.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6개 자회사를 통째로 넘기는 것에 비해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욱이 금호산업은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 상환 등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노리고 있어 더이상 물러날 길이 없다. 결국 채권단의 중재 없이는 진전을 이룰 수 없다.

인수 이후 동반되는 자금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있다. HDC현산은 인수를 마무리하는 즉시 갚아야 하는 자금 상환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산은은 입찰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에서 빌린 돈 1조원 가량을 인수 즉시 갚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영구채 조기상환 유예도 거론된다. 상환하지 않는데 따른 금리 상승 대신, 금리 유지나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현재 이자율은 연 7.2%로 고금리에 해당하는데, 2년 뒤부터는 가산금리 2.5%가 적용된다.

산은이 영구채 출자전환도 가능하다. 출자전환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덜어주는 것이다.

산은 등 국책은행이 신디케이트론(여러 은행이 구성하는 집단대출)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일부를 부담할 수도 있다.

다만 채권단 측이 HDC현산의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속단하기 힘들다. 매각조건이 바뀔 경우, 대기업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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