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보다 고객신뢰가 더 급한 이영창 사장

최종수정 2020-05-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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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눈앞에 놓고 라임사태로 차질
기존 김병철 물러나고 구원투수로 등판
고객신뢰 우선이지만 중장기 과제도 남아

“중요한 시기에 신한금융투자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움에 처해있는 신한금융투자가 빠른 시일내에 고객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3월25일.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책임감을 느낀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김병철 전 사장이 신한금투에서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독일 부동산펀드의 환매중단 및 손실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신한지주가 곧바로 이영창을 후임 사장후보에 올린 것이다.

신한지주가 이영창 사장을 신한금투 CEO로 낙점한 이유는 ‘고객 관리’라는 전문성 때문이다. 신한금투는 라임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인데 현재로썬 ‘초대형 IB’ 도전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 신금투 입장에선 더 절실해 보인다.
이 사장은 대우증권 시절 ‘리테일 혁신’을 통해 조직관리 역량을 증명하고 안정적 사업구조를 구축해냈다는 성과를 이뤄낸 인물이다. 실제 그의 이력만 봐도 대우증권 시절부터 리테일사업부, WM사업 부서 등을 주로 거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장은 대우증권 리테일사업부장으로 일하던 2011년에 전사적 ‘리테일 혁신’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우증권이은 단기적 수익 확보에만 집중하고 고객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 사장이 대우증권 시잘 내부 조직과 상품 판매제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 사장이 추진했던 ‘리테일 혁신’은 성공적이었고, 상품 판매실적과 수수료에 집중하는 대신 고객 관점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 사업구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신한금투는 9년 전의 대우증권 상황과 다르지 않다. 라임펀드와 독일 부동산펀드 판매 과정에서 고객 자산보호 노력과 상품 리스크 관리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의 이러한 경험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신한금투는 회사의 이미지를 회복시켜주길 바라고 있다.

신한금투가 기대했던 것 그대로 이 사장은 현재 라임사태에 대한 고객 자발적 손실보상 결정과 동시에 체질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이 사장은 투자자 피해 보상안과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고객중심 원칙 아래 조직과 제도, 기업문화 등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바꿔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014년 퇴직한 정통 증권맨이다. 즉 입사 이후 한번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대우증권 딜링룸부장을 거쳐 자기본투자(PI)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리테일사업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말까지 WM사업부문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에는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와 대표 경합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2018년 하이투자증권 사장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표이사에 정식으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우증권 사장후보로 거론되던 시절에는 중간에 후보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영창 사장은 대우증권에서 여러 요직을 거치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만큼 후임 사장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왔고,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식도 들러왔지만 대우증권의 사장 인사가 수개월에 걸쳐 계속 연기되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사장 선임을 두고 내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우증권 노조는 산은금융지주가 사장 선임과 관련한 경영 간섭을 시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이영창 사장은 여러 고민 끝에 대우증권 사장후보에서 물러났고, 대신 다른 사장후보였던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이 2014년 11월 사장에 올랐다. 다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 모임 ‘서강금융인회’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등 논란이 발생하며 대우증권 사장 선임 문제는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영창 사장은 이후 6년 간 거의 증권업계를 사실상 떠나게 됐고, 중간(2017년)에는 3년 여동안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그러다 마침내 올해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증권업계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고객 관리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평가되지만, 기존의 김병철 전 사장이 추진했던 초대형 IB업무를 비롯한 혁신 과제를 충실히 이행해나가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신한지주는 자회사 CEO 임기를 ‘기본 2년+연임 1년’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갑자스런 인사인만큼 이 전 부사장의 임기는 약 1년 9개월 가량이 될 전망이다. 경영 안정화를 이뤄낸다면 연임 1년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투가 가장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나선 이영창 사장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그가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해낼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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