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정몽규 HDC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포기하면 벌어질 4가지 사건

최종수정 2020-05-07 08:41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글자 크기 확대

산은 눈 밖에 나···정부 지원 필요시 ‘나비효과’ 가능성
금호그룹, 아시아나 살리려면 자금 투입해야···‘빚잔치’
재매각 新인수자 난항···인력감축 등 사세위축 불가피
에어서울, 현금력 가장 취약···최악의 경우 파산할수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퍼지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HDC현산이 발을 뺄 경우, 거센 후폭풍이 닥칠 것을 우려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을 무기한 연기했다. 해외 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악화가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6개 자회사들은 최악의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시기와 비교할 때 부채비율과 차입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경영 정상화 자금 규모가 예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만큼,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HDC현산 측은 “인수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설(說)이 사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정부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매각을 자신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HDC현산의 기류변화가 감지되자 대한항공보다 더 큰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인수를 재촉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과 비난 감당해야 하는 쪽은 KDB산업은행 등 주채권은행이다. 채권단은 매각 불발에 따라 임의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게 되며,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출자전환해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전까지 막대한 자금 투입은 물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HDC그룹이 향후 새로운 M&A(인수합병)에 뛰어들거나, 급격한 업황 부진으로 금융지원을 받아야 할 경우 정부의 전향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금호그룹은 와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가로 정부로부터 1300억원을 빌렸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45%를 담보로 넣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을 이 빚을 갚는 데 쓸 계획이지만, 현금 유입이 막혔다. 산은은 지난달 말까지인 대출 상환 시기를 연장해줬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길어질수록, 금호그룹 경영환경도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인수처를 찾을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적으로 굴려야 하는데, 산은의 자금 투입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하는 부채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정부가 추가 지원키로 한 자금보다 1조원 가량이 부족하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000억원, 760억원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지분이 이미 담보로 잡혔고 현금 동원력은 취약하다.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매물로 내놓거나, 오너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를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를 갚지 못하면 그룹은 주인 잃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게 되지만, HDC현산을 대신할 신규 매수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항공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최대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경영 정상화까지 매달 수천억원의 고정비를 부담하고, 막대한 지원금을 투입할 기업은 많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 중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규모가 가장 컸다. 나머지는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발적인 사세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 인력감축과 기재 반납 등으로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노선의 운수권 반납도 가능하다. 이에 따른 글로벌 항공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매각 불발에 따라 직격탄을 맞는 자회사는 에어서울이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은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정부는 자본잠식에 빠진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는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도로 뺏을 수 있다.

에어서울은 2015년 설립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을 꿈꿨지만, 하반기 불거진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으로 무산됐다. 에어서울은 위기 때마다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자금을 대여해 왔다. 자체적으로 현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 코가 석 자’인 아시아나항공의 도움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파산 가능성을 거론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촉발된 항공업 위기에 더해 매각 지연으로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HDC현산이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 자체 생존력이 없는 에어서울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엘지유플러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유튜브 바로가기
  •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Copyright © Newsway All Rights Reserved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민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