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에 떼인 돈, 배드뱅크 설립하면 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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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못 믿겠다”며 판매사들 수습나서
부실 라임펀드 처리할 ‘배드뱅크’ 추진
회수 작업 속도 기대감↑, 혼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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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천억원이라는 대규모 부실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을 더 이상 못믿겠다며 판매사들이 결국 나섰다. 이들 판매사가 직접 출자하는 운용사인 ‘배드뱅크(Bad bank)’ 설립해 부실 자산을 수습하기로 한 것이다. 배드뱅크란 부실자산 처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라임자산운용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도 보인다.

20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19곳이 이날 회의를 열어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판매사 명단에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이 있었다.

현재 자본금을 얼마나 할지 등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일단 각 판매사들이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금액에 맞춰 출자금 규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 펀드 판매사별 판매 금액은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는 신한금융투자가 3248억원, 신한은행이 2769억원, 대신증권이 1076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이 949억원 등이다.
현재 금투업계에서는 배드뱅크 설립을 두고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다. 일단 기존 라임운용에 맡겼을 때보다 회수 작업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판매사들은 라임운용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상태인데, 지난 1월에도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스타모빌리티로 자금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초 안전하다고 했던 펀드 매출채권도 계속 연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드뱅크를 설립해 담당자를 교체하면 오히려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라임 실무자들 일부도 배드뱅크로 이동해야 업무가 원활해질 텐데 넘어갈 직원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다, 배드뱅크 판매사들만 참여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배드뱅크 운용사가 설립되면 금감원은 라임운용의 등록을 취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금감원은 ‘건전한 영업 또는 업무를 크게 저해함으로써 건전경영을 심하게 훼손하거나, 금융기관‧금융거래자 등에게 중대한 손실을 초래한 금융회사’에 대해 등록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임운용의 등록 취소는 절차상 금감원 제재심의의원회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

이후 금감원은 모든 부실 펀드를 배드뱅크 운용사로 이관할 예정이다. 현재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 규모는 1조6679억원에 달하며, 이관되는 펀드는 모펀드 기준으로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 4개다.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로 불리우는 포트코리아자산운용과 라움자산운용의 펀드를 통해 편입하고 있는 자산도 이관되고 나머지 라임의 정상 펀드는 다른 운용사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신설 운용사인 배드뱅크는 신규 영업은 못하고 라임 펀드 투자자산 회수만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라임 판매사들의 이 같은 결정에는 최근 밝혀진 ‘스타모빌리티 사건’이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환매가 중단됐음에도 펀드에서 195억원이 라임 실세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판매사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배드뱅크 신설로 이어졌다.

스타모빌리티는 라임 ‘실세’로 알려진 김봉현 회장 소유 코스닥 상장사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도 스타모빌리티의 주요 주주였음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 커지기도 했다.


이번 배드뱅크 설립을 두고 ‘부실 감독 책임론’을 지핀 금감원의 뜻이 반영됐다는 말도 나온다.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청와대 행정관로 파견 나간 금감원 직원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감원이 금융 감독 업무를 똑바로 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다.

앞서 라임운용이 플루토 등 일부 환매 중단 펀드에 대해 직접 상환 계획을 밝혔지만, 금감원은 기존 라임 경영진으로는 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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