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ESS 화재 원인 배터리”···LG화학·삼성SDI 억울한 까닭

최종수정 2020-02-1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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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데이터 근거를 배터리로 확대 해석”
“당연 화학반응이 화재 부산물로 꼽혀 억울”
“일부 지역은 3개월 전 데이터 잘못 해석해”


민관 합동 조사단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한 이후 LG화학과 삼성SDI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문제는 이 조사 결과가 앞으로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를 상대로 한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 등 소송전에서 두 회사에 불리한 증거로 제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조사단의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은 그것대로 대응해야겠지만 이것이 자칫 법원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어 더욱 두 회사가 억울해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ESS 민관합동 조사단은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사고 중 ▲충남예산(LG화학) ▲강원평창(삼성SDI) ▲경북군위(LG화학) ▲경남김해(삼성SDI) 4곳의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내놓은 1차 조사를 완전히 뒤집은 결과다. 당시 조사단은 배터리가 아닌 ‘운영관리’ 미흡을 화재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LG화학 삼성SDI 모두 조사단이 ‘확대 해석’과 ‘불충분 논리’로 성급한 결론을 도출했다고 입을 모았다.
①충남예산(LG화학) “용융 흔적이 내부 발화” vs “언제든 배터리로 전이돼 화재와 무관”

충남예산 사례를 두고 조사단은 “배터리가 발화 지점으로 분석됐다”며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시 발생하는 용융 흔적을 확인했다”고 지목했다.

이는 LG화학 분석과 정면 배치되는 근거다.

우선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이다. 배터리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용융 흔적은 얼마든 배터리 안에 생길 수 있다.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되면서 용융 흔적이 배터리 안으로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조사단이 특정한 발화지점 외에 배터리에서도 유사 용융흔적을 발견 가능하다”며 “용융 흔적이 있다고 해서 발화지점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조사단은 “인접 ESS 사업장에서 유사한 운영 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된 것을 확인했다”며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 석출물이 형성된 것도 확인했다”고 제시했다.

이 또한 LG화학은 “자체 실험 결과 이상 없는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자신했다. 우선 조사단이 배터리 화재 근거로 제시한 ‘리튬 석출물’은 자연스러운 발생 현상이라고 LG화학은 설명했다.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는 사이에 생길 수밖에 없는 물질이 리튬 석출물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LG화학은 “자체 실험을 통해서도 리튬 석출물 형성이 배터리 내부 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LG화학 배터리 분리막 표면은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돼 있다고 밝혔다. 강도가 높은 입자인 ‘철’도 이 분리막을 관통할 수 없어 파편이 분리막을 뚫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LG화학은 강조했다.

②경북군위(LG화학) “지락 차단장치 동작 안 했다” vs “검출 불가능한 장치를 왜 근거로”

경북군위 사례에서도 조사단은 ‘용융’을 화재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지락 차단장치’를 근거로 올렸다. 화재 발생 당시 지락 차단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때문에 외부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가능성은 작다는 해석이다. 이 설명은 외부 요인에 따른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배터리가 주된 요인이라는 논리로 이어졌다.

반면 LG화학은 지락 차단장치 자체를 ‘화재 원인=배터리’ 공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선 ‘지락’은 전기나 열을 통하지 않게 하는 ‘절연’이 갑자기 저하돼 기기 외부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지락은 화재를 유발할 수 있어 배터리에는 이를 막는 지락 차단장치가 있다.

이를 토대로 LG화학은 “지락 차단장치의 기술적 한계로 화재 발생 당시 지락 사고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장치는 배터리 상·하단의 전압 불균형을 감지해 절연 파괴에 따른 지락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장치”라고 이 장치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슈가 된 9번 모듈은 지락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배터리 상하단의 전압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아 지락을 검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종합하면 전압 불균형을 감지하는 것에 불과한 장치에다가 그마저도 검출 불가능한 지락 차단장치를 가지고 배터리 화재 결함을 단정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는 뜻이다.

③강원평창(삼성SDI) = “상한 충전압 초과 사용” vs “안전 범위…보호장치도 정상 작동”

강원평창 화재 원인으로 조사단은 시스템 운영 기록 등을 토대로 저전압, 이상고온, 랙 전압 불균형 등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삼성SDI는 이를 ESS 화재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으로 데이터 가치가 없으며 그에 따라 화재 원인과도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사단이 근거로 삼은 ‘상한충전전압 4.15V를 30mV 이상 초과하는 전압으로 운영’에 대해서도 삼성SDI는 상한충전압을 최대 4.25V까지 사용 가능하므로 화재 원인과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상한충전전압은 배터리 제조사가 성능을 보증하기 위해 설정된 충전 최대 전압으로 100mV 추가 마진을 확보해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조사단이 제시한 범위는 오히려 안전한 범위 내에서 사용했다는 점을 반증했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조사단이 제시한 데이터에 대해서도 “화재 발생 3개월 전 데이터이며 보호 기능이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운영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보호 기능 알람이 발생한 기록이 조사단 발표에도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정상 작동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④경남김해(삼성SDI) = “분리막에서 구리·나트륨 검출” vs “일반 화학반응으로 화재와 무관”

경남김해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분리막에서 황반점과 갈변현상이 발견됐고 여기서 구리와 나트륨 성분 검출을 확인했다”라고 조사단이 지적한 점이다. 조사단은 이를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제때 막지 못한 부산물로 꼽았다.

반면 삼성SDI는 이러한 일반적인 화학반응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삼성SDI는 “황색반점은 모든 배터리 사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배터리 충·방전 과정 중 음극과 분리막 사이에서 활물질과 전해액이 화학 반응하며 발생하는 가스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일부 황색 반점에서 발견된 나트륨은 음극을 만들 때 들어가는 성분이고 구리는 음극 기재의 성분으로써 ‘이물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배터리 사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반응과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성분이 조사를 위한 해체 분석 과정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를 마치 배터리 불량에 따른 화재 원인으로 연결 지어 지적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해명이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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