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공 벼르는 조현아, ‘주주제안’ 시나리오는?

최종수정 2020-02-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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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호텔·레저 매각 등 쇄신안 발표
조현아 연합군, 14일 전에는 주주제안서 발송
전자투표제 도입 요구할 듯···소액주주 포섭 작전
임기만료 사외이사 1석에 이사 후보 추천···증원 관측
더 파격적 비주력 사업 정리 요구, 진정성 증명할수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우호지분 확보전으로 번지고 있다. 조원태 회장 측이 확보한 한진칼 우호지분은 33.45%이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반(反)조원태 연대’는 31.98%다.

3월25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상정된다. 조 회장 측은 안건 통과를, 조 전 부사장 측은 반대를 놓고 치열한 표대결을 벌이게 된다. 양 측간 지분차는 1.47%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국민연금(3.45%)과 30%대의 일반주주 표심에 따라 경영권 분쟁 향방이 갈리는 셈이다.

먼저 패를 깐 쪽은 조 회장이다. 조 회장은 지난주 핵심 계열사의 이사회를 연달아 개최하고, 비핵심 자산과 저수익 사업 정리를 골자로 한 선진적인 경영 개선안을 발표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추진해 온 호텔과 레저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며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원천차단했다.
반조원태 연대는 늦어도 오는 14일께 한진그룹 경영구조 혁신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세력이 조 회장 측 쇄신안을 뛰어넘은 수준의 경영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에서 발표한 경영쇄신안을 평가절하했다. 자신들을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이라고 지칭한 이들은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대책들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주주연합은 우선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지난해부터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청해 왔다. 전자투표를 시행할 경우 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쉬어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진그룹이 전자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주주연합은 전자투표를 앞세워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기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또 분산돼 있는 소액주주를 자신들 편으로 포섭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사외이사 1석에 대한 이사 후보 추천도 전망된다.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는 3월23일부로 임기가 끝난다. 이석우 사외이사는 2007년부터 10년간 대한항공 사외이사를 지냈고, 임기만료 후 곧바로 한진칼 사외이사를 맡았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경복고 동문으로, 오너일가 측 인사로 분류된다.

주주연합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는 재무전문가나 법률전문가가 유력하다. 지난해 주총에서도 재무전문가인 조재호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와 법률전문가인 김영민 변호사를 이사 후보로 제안한 바 있다.

동시에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할 수 있다.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3월부터 시행되지만, 한진칼 사외이사 중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석우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지난해 선임됐다.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 회장, 신성환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다.

하지만 주순식 사외이사는 조 전 회장 횡령·배임사건을 변호한 율촌 소속으로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고, 신성환 사외이사는 석태수 대표이사의 대학 동문이어서 독립성 여부에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4월 이후 사외이사들의 활동내역을 살펴보면,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에 달한다. 오너가나 기존 경영진의 결정에 반기를 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주주연합은 사외이사 1석을 차지하더라도 기존 사외이사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주주연합이 기존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2명의 아군이 필요한 만큼, 사외이사를 1석에서 2석 가량 늘리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란 의견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원 제한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조 전 부사장이 호텔과 레저사업의 대대적인 매각을 직접 요구하며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다. 현재까지 그룹 차원에서 매각이 확정된 부지나 자산, 계열사보다 더욱 파격적인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진그룹은 LA월셔그랜드센터의 사업성을 검토한 뒤 개발·육성할지, 혹은 구조를 개편할지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만성 적자인 LA월셔그랜드호텔의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경영 개선안에 거론되지 않은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이나 칼호텔네트워크 법인 전체의 통매각 제안도 가능하다.

조 회장을 대신한 전문경영인 추천은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주주연합은 조 회장 연임 반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조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할 경우, 총수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회사 경영에서는 멀어지게 된다.

다만 전문경영인 영입은 당장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조 회장 연임을 저지한 뒤에 추진돼야 하는 만큼, 이번 주주제안서에는 방향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영입 후보를 제안하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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