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은 가고’···두산건설 23년 만에 상폐, 오욕의 마침표

최종수정 2019-12-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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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지분 100% 확보···완전자회사 전환
수조원대 지원했지만 ‘유동성 위기’ 극복 못해
‘일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여파에 그룹 전체 휘청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

재계순위 15위 두산그룹이 자랑하던 두산건설이 결국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두산중공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두산건설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결의했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두산건설은 199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23년 만에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회사 측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현재 보유 중인 두산건설 지분 89.74%(9월말 기준) 외 잔여 주식 전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향후 일정에 따라 두산건설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1주당 두산중공업 신주 0.2480895주를 배정해 교부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상폐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산건설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지주회사 두산 아래 두산중공업이 있고, 그 아래 두산건설이 있다. 두산건설이 불안하면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영난에 허덕이던 두산건설은 모회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모두에게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었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두산그룹 계열사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두산건설에게 매번 대규모 지원에 나섰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두산건설의 본격적인 경영난이 시작된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그룹 차원에서 지원한 금액만 1조5000억원 이상이다. 2010년 이후로 범위를 넓혀보면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 지원들이 결국 독이 돼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영업손실 522억원, 당기순손실 551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두산건설은 지난 5월 두산중공업과 함께 동시 유상증자를 단행해 9483억원을 조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두산건설의 재무부담이 전이되며 지주사인 두산과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모두 한 단계씩 강등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역시 두산건설의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과 영업 부진으로 지난해 421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7년 1097억원 손실에서 적자폭이 네 배로 불어났다. 부채는 늘고 자본은 줄어든 탓에 부채비율은 299.1%로 전년(280.2%)보다 18.9%포인트 증가했다.

이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두산건설에 들어가는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계열사 매각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매각설을 잠재우고 두산건설의 ‘자회사 전환’ 카드를 선택했다. 박 회장은 과거 두산건설 부회장과 회장을 역임하는 등 두산건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건설은 지난 1996년 두산건설 이름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했지만, 실제 역사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건설은 1960년 두산그룹(당시 OB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동양맥주가 출자해 세운 ‘동산토건’을 모태로 한다.

동산토건은 1974년 최초의 해외공사인 인도네시아 케다웅산업 초자로 축로공사 및 최초의 아프리카 진출 사업인 나이지리아 메탈박스 도요글라스 초자로 축로공사 등을 따내며 대한민국 건설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후 1974년 두산그룹 계열사 중 세 번째로 상장에 성공했다. 1993년 두산건설로 상호 변경한 회사는 최초의 고속도로 공사(중부고속도로 제3공구) 착공과 국내 최초 민간제안 철도 사업(신분당선(강남~정자) 전철)을 주도하며 맹활약을 이어갔다. 또 2001년 출범한 주택 브랜드 ‘두산위브’가 승승장구하는 등 2000년대까지만 해도 두산그룹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두산건설은 2013년 준공한 ‘일산위브더제니스’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산위브더제니스’는 지하 5층~지상 최고 59층 8개동 전용면적 기준 59~170㎡로 구성돼 분양 당시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시행사가 수백억원의 자금을 횡령하고 정관계 로비를 시도하다가 시행사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20여명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행사는 일산의 랜드마크라는 사업성을 내세워 시중은행으로부터 수천억원의 PF자금을 대출받아 유흥, 접대, 사치품 구입은 물론 도박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시행사는 부도처리가 났고 두산건설은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경기마저 가라앉으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까지 일어났다. ‘일산위브더제니스’는 입주 당시 2700세대 중 700여 세대만 입주해 약 25%의 분양율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미분양 물량도 상당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일산 제니스 프로젝트 실패로 시작된 두산건설의 재무 악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유동성 우려가 컸다”며 “피해가 두산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두산그룹이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의 자회사 전환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주주 단일화로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에 있어 양사간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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