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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 시대···임금피크제 딜레마

정년 60세 시대···임금피크제 딜레마

등록 2015.06.02 09:40

수정 2015.06.02 09:41

정백현

  기자

내년 300인 이상 기업 정년 60세 의무화 적용현 임금제도로 기업부담 힘겨워임금피크제 불가피···노동계 거센 반발노사정 이성적 대화 통한 대안 마련 급선무

사진=이수길 기자사진=이수길 기자

올해 초여름 경제계를 달구는 가장 뜨거운 이슈는 ‘임금피크제’다. 임금피크제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의 현재 상황에서 청년 실업 문제 해결과 고령 근로자들의 안정적 근무를 위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한 나이에 다다른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가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삭감된 임금은 새로 회사에 채용되는 젊은 신입사원들에게 지급할 자금으로 활용돼 고용절벽을 해결할 제도로 꼽히고 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더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돼 생계와 개인의 생활 환경에 대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기업 입장에서는 고령 근로자들의 지혜와 관록을 접목해 더 나은 효과를 창출하고 ‘저생산성·고임금’의 기형적 구조도 깰 수 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 절감으로 고용의 폭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고용 문제에 있어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내년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모든 근로자의 정년은 60세로 연장하는 이른바 ‘정년연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임금체계의 유연한 개편이 필요해졌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적극 대두되고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른 勞·使·政의 시각 = 임금피크제 도입을 바라보는 정부와 재계, 노동계의 시각은 너무도 판이하게 다르다. 정부와 재계의 시각은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비슷하다. 노동계는 제도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정년연장법의 시행이 임박한 만큼 어떻게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혜택을 주겠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도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인건비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일자리 창출의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의 상관관계 조사 결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오는 2019년까지 4년간 18만2000여개의 청년층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제도가 아직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못한데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삭감한 임금이 청년 실업 해소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임금피크제에 대해 호의적인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임금피크제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대기업에 비해 급여와 복지 수준이 적은 상황에서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의 급여를 깎을 경우 잔류보다는 이직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강제하는 것에 앞서서 정년에 대한 근본적인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대규모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 기업의 인위적 인력 조정으로 정년을 채우는 근로자가 사실상 없다”며 “일할 기간마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을 깎겠다는 것은 지나친 개악”이라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사·정 모두의 합의를 거치지 않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시장 개혁 작업이 정부와 재계의 입맛대로 강행될 경우 올 여름 각 사업장에서 펼쳐질 ‘하투(여름철 임금·단체협상 관련 노사분규)’와 연계해 총파업을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기업 10개 중 1개는 이미 시행 중 = 제도 본격 도입에 대한 안팎의 논란에도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임금피크제는 그 명칭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업계에서 시행돼 온 제도다.

가장 먼저 앞선 곳은 금융계, 특히 은행권이다. 은행권에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10여년 전인 2003년부터다. 2003년 5월 신용보증기금이 근로자 정년을 58세까지 보장하는 대신 55세 직원들은 54세 때 임금의 75%를, 56세는 55%, 57세는 35%를 받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이 행렬에 동참하면서 대부분의 은행에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고 있다.

재계에서도 임금피크제는 9년 전부터 점진적으로 확산됐다. 대표적인 선도 사례가 유한킴벌리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정년을 57세로 늘리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연봉은 입사 후 5년차 대리 수준의 급여로 줄어들었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임금피크제는 삭감 후 상승의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유한킴벌리 측은 “시간이 지날수록 근로자들의 급여가 올라가기 때문에 고령 근로자들도 높은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한국타이어, 포스코, KT, 대한항공, GS칼텍스,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신세계 등 다수의 대기업에서 일정 연령대에 다다른 직원에 대해 연봉을 10~20%씩 삭감하는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 중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13.4%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300인 이상 기업부터 정년 60세 연장안이 적용되는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규 채용이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키울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해 당사자인 노·사·정이 합리적인 대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청년 고용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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