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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금융그룹 지배구조 선진화 칼빼든 이복현 금감원장(종합)

금융 은행 금융지주 지배구조 대수술

금융그룹 지배구조 선진화 칼빼든 이복현 금감원장(종합)

등록 2023.12.12 15:42

수정 2023.12.12 15:46

정단비

  기자

CEO 승계 과정 공정·투명하게 하고사외이사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이복현 "경영진 참호구축 문제없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금융지주사들의 최고경영자(CEO) 관련 경영승계 계획 마련 및 문서화 추진, 사외이사 전담 지원조직 설치 방안 등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은행권 지배구조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이 담긴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했다.

이는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관한 30개 핵심 원칙을 제시하고 은행별 경영전략, 리스크 프로파일, 조직규모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 담았다.

주된 골자는 금융지주사들의 CEO 선임 과정 및 경영승계 절차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통해 금융사들에 대한 견제 기능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우선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와 관련해 상시 후보군의 관리·육성부터 최종 후임자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승계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권고했다. 특히 상시 후보군 선정·관리, CEO 자격요건, 승계 절차 개시 및 단계별 절차, 비상 승계계획 등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라고 제시했다.

모범 관행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앞으로 미리 마련된 CEO 자격요건과 연계해 상시 후보군에 대해 다각도의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사회가 상시 평가하는 것은 물론 공정하고 면밀한 평가를 위해 경영승계 절차는 조기에 개시해야 한다.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한 공정한 평가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이 원장은 이날 8개 은행 지주의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 자리를 통해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 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 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CEO 선임이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CEO 경영승계 절차 및 이사회 시스템에 대해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하게 된 것은 그간 은행 지주들의 CEO 선임 과정 및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적들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회장들이 최근 1~2년 새 모두 교체됐지만 그간 금융지주 CEO들의 '장기 집권', '황제경영'에 대한 지적들이 많이 있었다. 이사회의 미흡한 독립성 등으로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시선과 함께 이로 인한 금융지주 CEO들의 제왕적 권력으로 '셀프 연임' 논란까지 지속돼 왔다.

금감원은 CEO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했는데 국내 8개 은행 지주의 최근 CEO 선임 과정에서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 45일밖에 소요되지 않았고 숏리스트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데까지는 11일에 불과한 등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부회장직 등 외부 후보에 대한 불공정한 기회로 내부 후보에게만 기회가 쏠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이에 외부 후보군을 포함할 경우 자격요건, 추천경로 및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검증 절차를 마련해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CEO 임기는 경영 능력과 비전이 입증된 경영진이라면 연임이 아니라 3연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과거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든 자회사의 임원을 선임하거나 경쟁이 될 수 있는 후보군을 제거, 사외이사 구성 관련 권한 행사, 회장 선임 시 상당 기간 견제 없이 임기를 이어가는 등 막강한 권한들에 대한 시각들이 존재해 왔고 이에 이번 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범 관행에 담겨 있는 핵심 원칙은 하루아침에 구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현 회장이나 행장 등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 형태로 외부 후보를 모아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회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여럿 있고 과거 특정 회장이 사실상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훨씬 더 진일보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회장 제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됨으로 인해 신인 발탁이나 외부의 경쟁자 물색을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외이사 지원 방안 및 독립성, 전문성 확보 등에 대한 방안들도 함께 내놨다.

그간 사외이사들의 임기는 상당수 은행에서 2+1 체계의 고정적 단기임기 구조로 운영해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이 부재했다. 또한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매년 만료됨에 따라 경영진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더불어 대부분의 은행이 사외이사 지원조직을 CEO 소속 부서 내에 두고 있고 업무총괄자의 임면·평가 등을 경영진이 전담하고 있어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사외이사에 대한 회의자료 제공 기한도 지나치게 짧아 안건 검토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등 사외이사들의 제 기능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이다.

이에 금감원은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및 독립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우선 사외이사 전담 지원조직을 이사회 아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 강화 및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적극 활용하는 원칙도 제시했다.

금감원은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를 위해 금융사들이 '역량평가진단표(Board Skill Matrix)'를 작성하도록 하고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이를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금융사들은 사외이사의 상시 후보군을 적정 규모로 관리, 세부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추천경로도 특정 경로로 편중되지 않도록 다양화해야 한다.

이 원장은 이사회 의장들에게 내부통제 및 소비자 보호 강화에도 힘써달라고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을 가지는 이사회가 주도해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문과 성과보상체계를 개선하고 강력한 내부통제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노력해달라"며 "CEO 권한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준법의식 결여로 경영진의 위법·부당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지 이사회가 감시 기능을 충실히 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지배구조 모범 관행 최종안을 전체 은행권에 공유하고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예정이다. 아울러 모범 관행 최종안은 추후 지배구조에 관한 금감원의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사회가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중요하며 이날 발표된 지배구조 개선 모범 관행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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