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하는 '반도체 제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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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이 4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삼성전자와의 반도체 협력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갑갑하기만 하다"는 입장이다.

2년 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베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5월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20억유로(약 16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재는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유치에 나선 상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17일 방한해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을 찾아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 사장을 만났다. 그 다음 날에는 이재용 회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반도체특별법 안에 묶인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기한을 2030년으로 연장하고 기존 6∼16%인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 반도체 투자에 대한 여력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6% 수준이던 세액공제 규모가 20%로 늘어나는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요 경쟁국이 반도체 기술 패권을 쥐고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국은 사실상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K칩스법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동안 국내 반도체업계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재고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였던 삼성전자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왕좌를 내줬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더더욱 법안 통과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6~16%인 세액공제율을 20~30%로 몇 배 이상 늘리는 것을 정부 측에서 인정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미국과 대만(25%)에 비해 세제공제율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는 세제 지원이 동반돼야 기업들이 시설투자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속도가 곧 생명인 '속도전'이다. 반도체법 통과가 늦어진다면 위기에 빠진 'K반도체'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적정한 시기에 투자하지 못한다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는 더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비하고 국내 반도체 업계가 더 많은 시설투자를 하기 위해선 조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 이것이 K반도체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일 것이다.

윤서영 기자 yun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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