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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롯데월드 "꿈속의 신비한 세계"···청년들에겐 절망의 세계

유통·바이오 유통일반

롯데월드 "꿈속의 신비한 세계"···청년들에겐 절망의 세계

등록 2023.05.02 13:20

수정 2023.05.02 14:42

유지웅

  기자

기간제법 23개월 초과 근무시 정규직 전환 필수롯데월드는 23개월 근무 시 '재입사' 경력초기화"정규직 원하는 20대 간절함 악용하는 대기업 횡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인형탈을 쓴 근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월드 어드벤처 제공'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인형탈을 쓴 근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월드 어드벤처 제공

다 큰 어른도 놀이공원에선 즐겁다. 어린이뿐 아니라 중·고등학생,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까지 연간 600만명이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찾는다. 그러나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롯데월드 근무자는 격무에 시달리며 '쪼개기 계약'으로 정규직도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우리나라 노동법에 따르면 기간제 특정 직원을 2년 이상 계약직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즉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산업 현장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이란 이런 정규직 전환 부담을 피하고자 2년 이하로 근로계약 기간을 나누는 행태를 말한다. 근무 기간은 2년을 초과했지만 노동자는 재입사 과정을 거치며 이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여전히 비정규직 상태로 남는 것이다.

쪼개기 계약을 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곳이 롯데월드다. 아예 근로계약 기간을 '최대 23개월'로 못 박고 있다.

'왜 24개월이 아니라 23개월로 계약을 맺냐'는 질문에 롯데월드 측은 "업종 특성상 탄력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상은 아르바이트생의 정규직 전환을 막고, 저임금 노동자만 채용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A씨는 근로계약서대로 23개월간 롯데월드에서 '캐스트'(아르바이트생)로 일했다. 퇴사 후 일을 쉬고 있던 도중 롯데월드의 책임자급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캐스트로 다시 일해 볼 생각이 있냐는 제안이었다. A씨는 직원 추천으로 재입사했고, 이후엔 '전문캐스트'(계약직 사원) 권유까지 받았다. 수차례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A씨에 따르면 롯데월드 측은 열심히 하면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고 했다.이에 A씨는 전문캐스트가 됐다. 전문캐스트는 정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는다. 미래를 보고 선택한 결정이었다.

총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근무했지만 A씨는 여전히 비정규직인 상태다. A씨를 포함, 2년을 초과해 근무했음에도 전문캐스트 중 다수가 여전히 기간제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회사가 여러 번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니 희망고문을 당하는 심정"이라며 "40명의 전문캐스트 중 일부만 정규직이 된다는 소문에 경쟁 구도까지 만들어져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대로 된 휴무일도 보장받지 못한 채 전문캐스트 1명당 40명의 아르바이트생과 5개 놀이시설을 관리하고, 그 외 사무업무에도 시달리고 있다"며 "어트랙션(놀이기구) 부서의 경우 고객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지만 과도한 업무로 인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A씨를 포함한 전문캐스트들은 최근 롯데월드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모든 전문캐스트에 대해 정규직 전환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쪼개기 계약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에버랜드에선 기간제 노동자 김한나 씨가 4년 동안 일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논란이 됐다. 김한나 씨는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소울리스좌'라는 별명으로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다. 그 역시 3번의 재입사 과정을 거치며 근무 공백이 발생해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에버랜드에서 계약 문제가 발생하자 롯데월드 측은 노무법인에 자문을 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노무법인은 "누적 근무 개월 수가 23개월을 초과하면 정규직 전환이 필수이므로 23개월 만기 퇴사자는 재입사 및 일용직 채용이 불가능하다"며 "중간에 다른 곳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도 단절이 아니라고 볼 수 있어서 누적 근로기간이 23개월을 넘지 않도록 유의가 필요하다" 답했다.

결국 롯데월드는 기간제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쪼개기 계약 관행을 지속해 온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기간제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할 때 '근로계약 관계의 단절'을 목적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과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을 설정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 쪼개기 계약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2017년에도 롯데월드는 쪼개기 계약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알바노조와 서형수 의원실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아르바이트생을 총 11개월만 고용해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롯데월드는 2·3·4개월 단위로만 근로계약을 맺었다. 11개월 이상 근무하기 위해선 특정 시험을 치러야 했다. 시험에 통과했어도 롯데월드 내부 회의를 거쳐야만 했다.

기간제 노동자가 공백 없이 일하길 원하는데도 재입사 관행을 통해 회사가 공백 기간을 두는 것은 '꼼수'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롯데월드는 숙련된 노동자는 쓰고 싶지만 그들의 숙련도에 대해 정당한 값은 지불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롯데월드 측은 공식 답변을 통해 "2년 '연속' 초과 근무자는 없으며, 롯데월드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적' 근무 개월 수가 중요하다는 담당 노무법인 의견과는 상충하는 말이다.

롯데월드의 테마송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꿈속에 보았던 신비한 세계, 모두가 오고 싶던 곳~ 모험과 환상이 가득한 이곳, 사랑의 낙원이에요~."

그곳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격무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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