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4km 충돌에도 끄떡없네···아이오닉5, 운전석 멀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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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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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공개 충돌 실험
남양연구소서 테스트···승객실·배터리 보호
평가 최우수 등급···전기차 화재 우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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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와 기아는 계속해서 장외 홈런을 날리고 있다. 경쟁자들이 디자인, 품질, 가격 면에서 맞서기 어려워졌다."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하며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리더로서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극찬했죠.

지난 1986년 현대차가 처음 미국시장에 진출했을 때만해도 현대차는 그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현대차를 "뒤에서 밀거나 내리막길에서만 달릴 수 있는 썰매"라고 조롱할 정도였는데요. 현대차는 미국 진출 이후 약 20여 년간 저렴한 가격 말고는 내세울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지난해 글로벌 3대(세계·북미·유럽)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공급난을 기회로 삼아 글로벌 판매량 3위에 올랐는데요. '격세지감', '환골탈태'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토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톱3에 안착했지만 현대차그룹의 표정은 묘하게 복잡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정작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커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최근 테슬라 등 일부 전기차들은 국내에서 잇따라 화재를 일으키며 논란이 됐습니다. 충돌사고 후 불이 나면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탈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인데요. 아이오닉5·6, EV6 등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겐 무척 불편한 이슈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현대차는 지난 12일 남양연구소로 기자들을 불러 모아 아이오닉5의 충돌테스트를 보여줬습니다. 남양연구소는 약 1만30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거점입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개발하는 대부분의 차종들이 이곳에서 탄생합니다.

이날 아이오닉5의 충돌테스트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강화 64km/h 40% 옵셋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시속 64km의 속도로 차량 전폭의 40%를 겹쳐서 벽에 충돌하는 건데요. 강화된 평가방법에선 2열에 왜소 여성 승객을 대표하는 '하이브리드3 5% 더미'를 추가로 앉혀야 합니다.

길게 말할 것 없이 이날 아이오닉5는 최우수등급(GOOD)을 획득하며 높은 안전성을 증명했습니다. A필러는 꺾인 곳 없이 멀쩡했고 시트 등 실내공간도 완벽히 유지됐는데요. 각종 에어백들도 정상적으로 전개됐고 모든 문짝도 잠금 해제돼 잘 열렸습니다. 주행시 숨겨지는 도어캐치가 자동으로 올라오지 않았던 것 정도가 옥의 티였네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고전압 배터리 파손은 없었습니다. 배터리 전해액 누유는 물론 연기와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이오닉5에 쓰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만들 때 배터리 장착된 부위에 손상이 없도록 구조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E-GMP 기반으로 개발된 아이오닉 5·6, EV6, 제네시스 GV60는 충돌테스트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획득했죠.

전기차는 기존 엔진룸에 엔진이 없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충격흡수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장착돼 무게중심이 낮게 형성되는 만큼 전복 발생 위험도 낮은 편이죠. 하지만 충돌 시 고전압 화재 발생 위험이 있고, 차량 중량 증가로 내연기관차 대비 차량의 손상정도가 큰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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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에 참여한 기자들이 차량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날 발표에 나선 백창인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는 "E-GMP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는 전방위 충돌 조건에서 승객과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를 반영했다"며 "내연기관차는 승객실을 제외하고 적절한 변형으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보호성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사양별 발화 특성을 확인하고 배터리 팩 구조를 개선하는 등 개발 초기부터 전기차 충돌 안전성 확보에 공을 들였습니다. 또 주행 중 발생 가능한 배터리 손상을 검증하는 평가를 추가로 진행하고, 연구소의 충돌 성능 개발이 실제 사고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게 백 상무의 설명입니다.

충돌테스트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대체로 충돌 시 화재 발생 가능성과 예방대책, 후속조치 등에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우선 현대차 측에선 "전기차라서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화재 발생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내연기관차보다 낮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전기차의 화재 관련 안전에 대해 극복하기 어려운 점이 일부 있다는 말도 나왔는데요. 질의응답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전기차의 차체와 배터리간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며 막연한 우려를 경계했습니다. 아이오닉5는 이미 가장 높은 등급의 충돌평가를 획득한 만큼 일반적인 사고 상황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또 현대차 측은 "수출차량만 안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도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과거엔 원가 절감 또는 각국의 규제 차이로 일부사양이 달랐지만,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골격이 동일하다는 겁니다. 차종과 판매대수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시장마다 다른 사양을 적용하면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원가 절감'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거죠.

글로벌 톱3를 달성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판매량도 3위에 오르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났습니다. 뛰어난 효율성(최대주행거리 458km)과 디자인을 인정받은 아이오닉5는 국내 미디어 앞에서 안전성까지 직접 입증했는데요. 아이오닉5와 EV6를 필두로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갈 현대차그룹의 앞날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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