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숨과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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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얼마 전 경기 평택시 한 제빵공장서 20대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보도로 이 사고를 접하게 된 건 지난주 토요일 점심. 사고가 일어난 것은 그날 새벽 6시께였다.

그는 스물 세 살의 여성 근로자였다. 입사한 지는 2년 6개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제빵공장에 취업해 어머니와 남동생의 생계를 부양하던 가장이었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20대 초반은 '젊다'로 표현하기에는 그보다 더 어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무겁고 황망했다.

1년 반 전 평택항에서의 사고가 겹쳐졌다. 지난해 4월 22일 23살 고 이선호 씨는 평택항에서 작업하던 중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나 수신호 담당자 등이 배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2016년에는 20대 청년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청년 근로자들의 죽음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도 있을 것이다. 보도조차 되지 않았거나, 한 줄짜리로 스쳐 지나가 버린 죽음들 말이다.

청년 근로자들의 죽음 앞에서 유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들이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 수 있었던 날보다 더욱 적었던 까닭이고, 또 죽지 않고 살았다면 더 많은 성취를 이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라는 말은 이런 데 써야 하는 말이다.

올 상반기에는 하루 2.5명꼴로 근로자가 사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1월 27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약 8개월 동안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443건이다. 446명이 숨지고 110명이 다쳤다.

443건 중 현재 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156건(35.2%), 2024년부터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287건(64.8%)이다. 또 산재 사망자의 65%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데도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법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월권행위' 논란도 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첫 기소된 사업장인 두성산업은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근본적으로 '예방'에 있다. 두성산업 기소 당시 검찰 또한 이 회사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기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중대재해가 발생한다고 해서 항상 사업주가 처벌 받는 것도 아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재해 방지에 최선을 다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안내서, 예방자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집 등 다양한 자료를 공유, 지원하고 있다.

정치권과 산업계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이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목숨을 두고 이익을 논하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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