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GS·포스코부터 현엔까지 모듈러에 기웃···시장 장악 관건은 신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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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9층 초고층 모듈러 아파트 눈앞
건설업계, 모듈러 관련 신공법·신기술 경쟁 본격화
내화성능 확보 위한 신소재 개발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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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지어진 505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 '클레멘트 캐노피'는 높이 140m로 모듈러로 지어진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사진=브이그건설
건설업계가 모듈러주택을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하고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충분한 수요가 확보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까지 도모하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초고층 주택을 짓기 위한 내화(耐火)기준을 충족하면서 경제성까지 갖춰야하는 숙제가 남아있어, 신소재와 신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주요 자재와 부품을 공장에서 생산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완성하는 주택을 말한다. 기존 철근콘크리트공법(RC) 대비 최대 50%까지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공법이다. 대표적인 '탈현장건설'(Off-Site Construction·OSC)이다.

◆그간 연구개발 집중하던 건설업계…시장진출 본격화 움직임

최근 건설업계 내에서 모듈러주택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그동안 저층주택과 기술연구 단계에 머물렀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초 국내 최초로 고층주택에 해당하는 13층 모듈러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착공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주택을 차세대 주요 사업으로 설정하고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에 참여하면서 선두주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2014년 7월 사내 연구소에서 모듈러건축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꾸준히 모듈러 주택 사업에서 실적을 쌓았다. 2015년부터는 '기프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협력해 모듈러주택 기증사업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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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은 국내 최초로 13층 높이로 지어지는 모듈러주택이다.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경쟁사들도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의 삼성물산을 필두로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10위권의 대형건설사가 대부분 참전하는 모양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은 손을 잡는 방향으로 전략을 짰다. 포스코건설의 자회사면서, 모듈러주택 분야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포스코A&C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삼각편대'를 구성했다. 국내외 모듈러 시장 공동 진출과 모듈러 상품성 향상 연구·개발을 해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술력이 있는 포스코A&C와 자금과 해외의 인적인프라를 갖춘 삼성물산‧포스코건설의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것.

현대건설은 꾸준히 인력보강을 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는 중이다. 2012년 장보고기지를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기술력은 초고층 모듈러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른 상태고, 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부터 영국 소재 철골 모듈러 업체 '엘리먼츠'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지의 모듈러 업체를 다수 인수하면서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업체들을 통해 호텔이나 병원 등 모듈러 건물을 수주하는 실적도 쌓았다.

외에 DL이앤씨와 대우건설, 롯데건설, SK D&D 등도 모듈러 관련 연구개발에 500억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험난한 상용화 과정…내화성능 확보에 어려움

이렇듯 모듈러주택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한 상용화는 더딘 실정이다. 모듈러주택이 조립식주택의 일종인 탓에 안전 등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아직 만들어지지 못한데다, 내화성능 기준이 까다로운 탓이다. 내화성능은 화재가 났을 때 건물의 주요부분이 무너지지 않고 견디는 정도를 말한다.

모듈러주택의 사업성을 높여서 상용화를 하려면 '고층화'가 필수다. 모듈러주택은 모든 부품을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량이 커질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여기에 공사기간이 짧기 때문에 고층으로 지을수록, 각종 비용의 절감 폭이 커진다.

실제로 현재 단계에선 모듈러주택을 짓는데, RC대비 120%의 비용이 든다. 저층 위주로 공급이 되는데다, 아직은 '실증사업'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고층 아파트와 대규모 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되면 RC대비 80%까지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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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공법의 종류와 국내 기술보유 업체. 사진=SH 모듈러주택 R&D 실증센터
문제는 국내에선 층수가 높아질수록 엄격한 내화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층수 4층·20m이하의 건물의 경우 1시간, 12층·50m이하의 경우 2시간, 그 이상의 건물은 3시간 동안 불이 외부나 상화좌우의 다른 공간으로 번지거나 형태가 변형되지 않아야 한다. 기존 건물은 콘크리트가 불연재(불에 타지 않는 소재)라서 문제가 없던 규제지만, 콘크리트를 거의 쓰지 않는 모듈러주택에는 치명적이다.

현재까지 업계에서 쓰고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무기단열재로 주요 부분을 감싸는 방법과 불에 강한 코팅제나 페인트 등 '내화도료'를 뿌려서 불에 견디는 성능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구조체에 불에 타지 않는 무기단열재인 석고보드를 덧대는 것이다. 국내 최초 13층 모듈러주택으로 짓는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에도 적용된 방법이다. 문제는 13층 이상에 적용되는 3시간의 내화성능을 달성하기 위해선 석고보드를 3장(57㎜) 이상 덧대야한다는 것. 층간 지붕과 바닥 역할을 하는 '슬래브'에는 4장을 감싸야한다. 석고보드가 늘어나면 건물 하중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내화도료를 철골에 뿌려서 불에 녹거나 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도 있다. 일명 '내화뿜칠'로 불리는 작업이다. 문제는 '내화뿜칠'이 작업자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큰데다,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해서 '고위험작업'으로 분류된다는 것. 비용도 비싸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실내면적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내화 3시간 기준을 충족하려면 실내면적 '폭 3m, 길이 7m' 단위 모듈 기준으로, 석고보드 방식으론 실내면적의 약 0.5%, 뿜칠 방식은 약 0.15%의 실내면적의 손해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신소재‧신기술 개발이 관건…전문가들 "대규모 프로젝트로 수요 늘려야"

업계에선 내화성능 기준을 완화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성이 낮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매년 대형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건물의 내화기준을 더 강화하는 추세 속에 주택에만 내화기준을 완화하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시공사에선 설계혁신과 함께 신기술과 신공법 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자재업체에선 신소재를 이용한 제품개발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에선 로봇을 활용한 작업을 늘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내화뿜칠 전용 로봇을 도입해서 작업시간과 안전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9월부터 외벽도장로봇을 도입해서 실제로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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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에서 개발한 로봇이 '내화뿜칠'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사진=삼성물산
자재업체들은 더 가볍고, 더 불에 잘 견디는 소재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KCC는 지난해 초 경기도 용인시 중앙연구소에 '내화시험동'을 신축하고 무기단열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원 문막과 경북 김천에는 글라스울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벽산은 내년까지 무기단열재 생산설비를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화도료 시장에선 KCC와 삼화페인트가 양강체계를 구축하고 경쟁하고 있다.

ALC(경량기포 콘크리트) 생산업체들도 모듈러주택 맞춤형 패널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LC는 단열성·내화성·친환경성에서 다른 자재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어서 기존 RC주택의 비내력벽에서도 그 비중을 높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SYC와 성은ALC, 자이언트의 단 3개 업체만 ALC를 생산하고 있어, 생산량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임석호 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모듈러주택은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까지 나온 신소재나 신기술도 공급량이 받쳐주지 못해 상용화가 더딘 편"이라면서 "한국주택도시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귀용 기자 jim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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