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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이동 삼성 계열사 “현장이 곧 본부다”

연쇄 이동 삼성 계열사 “현장이 곧 본부다”

등록 2016.03.09 07:34

수정 2016.03.09 09:50

정백현

  기자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서초동 떠나 수원·판교行‘미래전략실 입주’ 서초사옥 C동에 금융사 입주컨트롤타워-현장 통합으로 실용경영 기조 강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본사 소재지를 연쇄적으로 옮기고 있다. 사무직 직원들도 현장에 가까이에서 근무하게끔 환경을 만들어 더 실용적인 삼성을 만들겠다는 경영진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 지난 3년새 사옥을 옮겼거나 옮길 예정인 계열사는 8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법적 본사 소재지인 수원으로 둥지를 옮기고 삼성물산은 각 사업의 환경에 맞게 수도권 각지로 퍼진다. 금융 계열사는 서울 태평로에서 서초동으로 이사를 한다.

연쇄 이동  삼성 계열사 “현장이 곧 본부다” 기사의 사진


◇“현장에 답 있다” 줄지어 현장行 = 삼성전자의 본사 주소는 지난 1969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3동 416번지’였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과 사무계열 임직원들이 서울에서 근무하다보니 서울이 본사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서초동 사옥에서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로 이사를 진행한다. 서울에 남는 인력은 디자인과 연구·개발(우면동 R&D센터), 홍보(태평로 삼성 본관) 등으로 한정한다. 나머지 인력은 모두 수원 본사에서 일하게 된다.

서초사옥 B동에 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상사부문 역시 서초동을 떠난다. 건설부문은 판교 알파돔시티로, 상사부문은 잠실역 인근 삼성SDS 캠퍼스로 둥지를 옮긴다. 태평로 본관에 있던 리조트부문은 ‘진짜 현장’인 용인 에버랜드 인근으로 이미 이사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일하던 자리에는 금융 계열사들이 입주한다. 그동안 태평로와 을지로를 지켜왔던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화재는 나란히 올해 안으로 서초사옥 C동에 입주 작업을 마치게 된다. 삼성카드도 사옥 이전을 검토했으나 일단 보류된 상태다.

이들 계열사의 사옥 이전을 자세히 살펴보면 컨트롤타워와 현장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동안은 현장과 컨트롤타워가 떨어져 있다 보니 업무 간 괴리가 적잖게 발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빠른 의사 결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컨트롤타워를 현장으로 이전할 경우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특히 과거보다 의사 결정의 속도가 빨라지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하는 실용경영에도 부합한다고도 볼 수 있다.

더불어 컨트롤타워와 현장이 합쳐질 경우 더욱 생산적인 경영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 계열사의 강남행은 비슷하지만 다른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금융 사업이 전자 사업과 함께 삼성의 양대 기둥인 만큼 그룹의 컨트롤타워에서 직접적으로 관리·육성해 전자 사업과 마찬가지로 금융 사업도 세계 일류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말 미래전략실 내 임시 조직이던 금융일류화추진팀을 정식 조직으로 승격시켰다. 금융 관련 정책부서의 격을 높이고 미래전략실과 같은 건물에 금융 계열사를 입주시키는 것은 그만큼 삼성이 금융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태평로-강남 거쳐 현장으로 = 삼성의 사옥 재배치를 이해하려면 그동안 삼성의 본사 이사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38년 대구에서 창업한 삼성은 거듭된 성장을 거쳐 오늘날 초대형 기업이 됐다. 서울시내에 산재했던 삼성 계열사의 각 본부가 한 자리에 모여서 한 지붕 살림을 꾸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은 지난 1976년 3월 숭례문과 서울시청 사이 태평로 땅에 지하 4층, 지상 26층 규모의 본관 건물을 완공했다. 이 건물이 지어지면서 서울 도심에 흩어졌던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등이 한꺼번에 모이게 됐다.

‘삼성타운’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삼성은 지난 1984년 본관 건물 바로 옆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25층 규모의 동방생명빌딩을 완공했다. 동방생명빌딩과 삼성 본관은 지하로 연결돼 사실상의 한몸이 됐다.

그 후 대부분의 삼성 계열사의 본부는 태평로 삼성 본관과 동방생명빌딩으로 헤쳐 모였다. 경복궁 옆 계동이 현대그룹의 상징으로 불렸듯 태평로도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단순한 길의 의미를 넘어 삼성의 상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태평로의 삼성은 1990년대 중반부터 ‘강남 시대’를 꿈꿨다. 그러나 처음부터 생각했던 터는 지금의 서초동이 아니라 타워팰리스가 지어진 도곡동이었다. 삼성은 당초 지난 1994년 도곡동 일대 2만여평의 부지를 구입해 100층 규모의 초대형 사옥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때 마침 터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100층 사옥 건립 계획은 백지화됐다. 삼성은 그 자리에 최고급 아파트를 짓고 강남역 인근 서초동 일대 7700여평 부지에 고층건물 3동을 지어 그룹 본사를 이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2008년 서초사옥이 완공되자 A동(지상 35층)에 삼성생명, B동(지상 32층)에 삼성물산, 최고층(지상 43층) 건물인 C동에 삼성전자와 삼성 미래전략실이 입주했다. 이때부터 태평로로 향하던 재계의 시점도 이때부터 서초동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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