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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김범수도 경영 손 뗐는데···'승계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

IT 인터넷·플랫폼 지배구조 2023|카카오②

김범수도 경영 손 뗐는데···'승계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

등록 2023.02.08 07:40

임재덕

,  

배태용

  기자

김범수 창업주 두 자녀, 2020년 지주회사 평가 기업서 근무김 창업주 카카오 주식도 증여 받아···경영권 승계 작업 의혹학계선 "가능성 작다···그랬다면 핵심 계열사로 보냈을 것"먹튀 논란 등 부족한 전문경영인 체계가 낳은 해프닝 분석도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現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두 자녀가 사실상 지주회사로 평가되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비슷한 시기 김 센터장으로부터 카카오 주식을 받아 창사 26년 만에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 밝혀진 이런 사실에서 시작된 카카오 '경영승계'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논란이 일자 두 자녀는 회사에서 나왔지만, 선례가 거의 없는 국내 인터넷 벤처 1세대의 경영승계 현실화라는 이슈와 맞물려 업계 관심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물론 경영승계가 불법은 아니다. 국내 재벌가 창업주들은 자녀의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지면,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에 투입했다. 맨땅에서 키워낸 회사를 자기 핏줄인 자녀들이 맡아 더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오너가 있는 회사에서는 거의 공식처럼 이뤄져 왔다. 2세 경영인인 삼성 故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정몽구 명예회장 ▲SK 최태원 회장이 그랬다. 더 나아가 많은 오너가(家)에서는 현재도 3·4세 경영인을 이런 식으로 교육하고 있다.

김범수도 경영 손 뗐는데···'승계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 기사의 사진

◇착착 맞춰지는 퍼즐, 카카오도?=김 센터장 자녀인 김상빈(1993년생)씨와 김예빈(95년생)씨는 올해 한국 나이로 31세, 29세가 됐다. 기존 재벌가의 사례에 빗대면 이미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에 돌입할 나이가 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 2021년 김 센터장 두 자녀가 1년 전부터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한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센터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회사로, 카카오 지분 10.51%(지난해 3분기 기준)를 가진 사실상의 카카오 지주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센터장은 이 회사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통틀어 24.17% 지분율로, 계열사만 180개에 달하는 '카카오 제국'을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2020년 말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센터장이 지분 100%를 가진 '티포인베스트'라는 회사를 흡수합병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이런 의심은 더 커져만 갔다. 김 센터장이 케이큐브홀딩스를 축으로 개인 회사들을 정리하는 한편, 두 자녀를 이 회사에 근무시키며 '경영승계'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 김 센터장이 양도한 지분도 이런 의심에 한몫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021년 1월 19일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 33만주(종가 44만원·1452억원 상당)를 친인척 등에게 증여했다. 부인인 형미선씨와 두 자녀도 각각 6만주(264억원 상당)씩 받았다. 1995년 회사 설립 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직계 가족이 주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들의 주식 수는 그로부터 1년여 만인 지난해 3분기 ▲형미선씨가 28만2000주(0.06%) ▲김상빈씨가 27만주(0.06%) ▲김예빈씨가 26만8000주(0.06%)까지 5배 가까이 늘었다.

◇6년 전 김범수는 "벤처엔 승계 안 어울려"=날이 갈수록 커지는 경영승계 의혹에 카카오는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창업주 개인 회사로, 승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고, 김 센터장 두 자녀는 얼마 후 케이큐브홀딩스에서 나왔다. 부정적 인식이 강한 '가족 경영'이라는 굴레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싶은 김 센터장 의도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김 센터장은 지인들에게 '자녀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회사에서는 직원들도 김 센터장을 '브라이언(Brian·영어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수평적 조직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사진=카카오 제공.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사진=카카오 제공.

실제 카카오는 상명하복식 문화가 주를 이루던 시기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기업문화로 능력 있는 인재를 중용, 가파른 성장을 이뤘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난해에는 재계순위 15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3월에는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고, 카카오 미래 먹거리를 찾는 '조언자'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창업자가 대표이사 겸 회장을 맡는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김 센터장은 그간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승계로 이어지는 오너 경영에 방점을 둔 기존 재벌가 구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201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주변을 봐도 벤처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며 "2세와 3세라는 말은 벤처업계에서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경영인 자질 부족이 낳은 해프닝"=학계에서도 카카오의 '경영 승계'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김 센터장 자녀들이 경영 일선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컨트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이유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는 "(카카오는 이미) 지분을 잘게 쪼개 놔서 이사회만으로 경영진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구조인데, 굳이 자녀들을 경영 일선에 내몰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분만 승계한 뒤 김 센터장이 과거 했던 것처럼 이사회 경영을 이어가도록 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만약 (김 의장이) 경영승계를 할 목적이었다면, (자녀들을) 카카오 핵심 회사에 보내 승진시키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지주회사가 아닌 실제 일하는 곳으로 가서 신뢰를 얻는 과정 없이 덜컥 경영을 승계한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선 말이 안 된다"라고 부연했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도 "앞선 사례들만으로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했다기엔 너무 이른 판단"이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계를 두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그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주식을 처분(먹튀 논란)하면서 경영자의 자질이, 계열사 물적분할(쪼개기 상장)로 지배구조가 문제 됐다"면서 "이 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번 경영권 승계 논란과 같은) 해프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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