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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쪼개기 전략은 레드 오션의 징후일까

전문가 칼럼 김헌식 김헌식의 인사이트 컬처

쪼개기 전략은 레드 오션의 징후일까

등록 2023.02.02 10:31

쪼개기 전략은 레드 오션의 징후일까 기사의 사진

넷플릭스의 콘텐츠 공급 전략은 '빈지 오픈'이었다. 이는 시즌제를 바탕으로 완성된 콘텐츠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 때문에 밤새 몰아보는 '빈지 워칭(binge watching) 현상을 만들었고, 이를 즐기는 이들을 가리켜 밤샘 올빼미족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연속극 형태의 드라마 시청에 익숙한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낯설었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젊은 세대의 문화로 인식되어 기성세대가 추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빈지 워칭이나 몰아보기를 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단적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한 편의 드라마를 쪼개서 나머지 8회를 파트 2를 무려 두 달이 지나 공개하기로 했다. 두 달이나 기다리는 태도는 있어 본 적이 없는 초유의 일이었다. 시즌 1을 종결하고 시즌 2를 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쪼개기 편성 전략이라는 말이 적절했다. 이런 쪼개기 편성 전략은 앞서 언급한 정주행, 몰아보기 시청 문화를 파괴했다. 넷플릭스는 아마도 창조적 파괴를 생각했을 것이다. 가입자 정체 문제가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더 길게 '락인(Lock-in) 효과'를 구축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단 한번 시청하기 시작한 콘텐츠에 대해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맛을 본 시청자만 목표를 하는 방식은 아니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침묵의 스노볼 효과를 겨냥한다. 소리 없이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게 하고, 그 가운데 시청 열망의 욕구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파트 2가 공개된 시점에 마치 마그마처럼 들끓게 된 시청 욕구가 분출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lighthouse customer)들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소비에 항상 좀 더 빨리 반응하는 이들의 버벌 효과를 수단으로 삼기 때문이다. 초기 발 빠르게 콘텐츠를 접한 이용자들이 입소문을 내고 좀 더 신중하게 선택을 하는 이용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미디어 매체나 SNS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어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시청자는 거의 마루타가 되었다. 최민식 손석구 주연의 '카지노'는 처음에 3회를 공개하더니 주 1회 공개로 바꿨다. 주 1회는 수요일이었는데 적어도 한국에서는 최소 주 2회 공개의 드라마 편성 전략을 무너뜨렸다. 그런 가운데 나머지 분량을 파트 2로 묶어 한 달 뒤에 공개하기로 했다. 디즈니 플러스 측은 실제로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시청자의 반응을 데이터로 모아 분석하고 있으니 실험실 안의 마우스 같다고 하는 말이 지나쳐 보이지는 않는다. 이용자와 어떤 협의나 수용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결정들이었기 때문이다.

쪼개기 전략은 사실상 과거로 회귀한 방식이다. '셋톱박스를 넘어서'(Over The Top)의 준말인 OTT다. 셋톱박스 방식처럼 매회 차를 기다려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전회차를 한꺼번에 즐기라는 의미다.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쪼개기 전략은 다른 말로 하면 다양한 콘텐츠가 고갈되고 있음을 방중하는 것이다. 또한, 나머지 부분을 연속극처럼 기다려야 하는 그러니까 셋톱박스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기도 하다.

OTT라도 호칭할 필요가 있는지 모순에 빠지고 있다. 자칫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 오션의 징후일 수도 있다. 레드 오션의 징후에서는 이용자가 아니라 공급자의 논리대로 흐르게 된다. 공급자의 논리가 절대적이려면 다른 대안이 없어야 한다. 과연 절대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최근 국내 방송사들의 소규모 드라마들이 세계적으로 약진하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대표적으로 '재벌 집 막내아들'은 주 3회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통해 호평을 끌어냈다. 그것도 주말 시간대에 파격적인 편성으로 좋은 결과를 낳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신생 매체에 채널 고정도 없는 상황인데 주 2회로 전작을 다 공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결국에는 글로벌 OTT는 셋톱박스나 연속극 시청의 한계도 똑같이 겪을 수밖에 없다. 전반부가 재미없는 스토리라면 아무리 뒤에 쪼개기 전략 편성을 해도 '스노우볼 효과(눈덩이 효과, snowball effect)'나 '락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시청률은 확실히 별로 의미가 없어졌다. 화제성 지수가 무엇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들의 입에 얼마나 오르내리느냐에 따라 가입자 수가 더 늘어나거나 시청 시간이 더 활성화되는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리지널한 콘텐츠를 제작 편성하는가에 승패가 좌우될 뿐이다. 전반부만 좋고 후반부가 그렇지 않을 때 오징어 게임처럼 롱런하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 전체의 정주행으로 수렴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쪼개기 난무의 상황에서 많은 이용자가 얼리 어답터가 아니라 느긋하게 따져보고 선택하는 보수적인 태도(Early majority)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쉽게 빠져들지 않은 이용자의 양산으로 나아갈 수 있다.

좀 더 상생의 관계가 이뤄질 수는 없을까. 주 1회나 파트 1, 2, 한 달 두 달 간격 등 이런 형식적인 편성 방식보다는 시청자들이 언제 어느 때 킬러 콘텐츠를 원하는지 그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단지 콘텐츠를 사랑한 죄로 시간과 돈을 뺏기는 모델은 오래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개방적이고 소통, 투명한 가치가 디지털 온라인을 진화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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