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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약품 자국화 필요할 때

오피니언 기자수첩

의약품 자국화 필요할 때

등록 2023.01.25 15:20

유수인

  기자

reporter
코로나19 팬데믹이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불거진 의약품 수입 의존 문제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되레 심화되며 제약산업은 물론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는 주요국들의 '백신 패권주의'로 수급 불안정 상황을 겪었다.

정부는 백신 자급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약사들에게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국산 코로나19 백신은 단 한 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선점한 코로나19 백신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데, 빅파마들은 올해부터 코로나 백신 가격을 대폭 올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변이 발생에 따른 후속 개량백신 개발지연, 경제성 부족, 개발 및 인허가 경험 부족 등으로 백신 주권에 대한 추진력은 잃고 있다.

백신 수급 문제는 비단 코로나19 백신에 국한하지 않는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필수예방접종(NIP) 백신들의 공급 중단으로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일도 있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가다실9'은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며 국민들의 부담을 키워왔다. 한국MSD는 지난해 7월부터 가다실9의 국내 공급가격을 기존 13만4470원에서 8.5% 인상된 14만5900원을 책정했다. 전년 4월 해당 백신의 공급 가격을 15% 올린지 약 1년 만이다. NIP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은 비급여로 가다실9을 맞아야 하는데, 가격 인상 전 가다실9의 접종 표준가격은 24만원이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백신 자급률은 40%가 채 되지 않는다. 전 세계 상용화 백신 28종에서 16개를 국내에서 생산해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개발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일양약품, 보령바이오파마 등의 10개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인체백신 분야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 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체 백신 무역수지는 8억800만달러(1조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9억4100만달러(1조1651억원), 수입은 17억4900만달러(2조1656억원)였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된 지금은 '해열제'가 없어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해열진통제로 주로 쓰이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650mg) 성분 의약품을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제약사들에게 추가 공급을 요청한 상태다. 약가 인상, 행정 지원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원료의약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제2의 감기약 공급 문제는 다시 발현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율은 약 70~80%정도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중국, 인도산 원료 수입 비중이 높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20억155만4000달러)에서 중국 수입(6억8014만8000달러) 비중은 30%가 넘는다.

만약 중국에서 감기약 수급난 심화로 수출 봉쇄 등 조치를 취하거나 원료 생산 기업이 공급가를 급격히 올리면 국내 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2020년 초순 인도와 중국이 몇몇 원료의약품목의 수출금지 조치를 취함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유럽 등에서도 원료의약품 공급망 강화 조치에 나선 바 있다.

특정 원료의약품목은 팬데믹 시기 이전 대비 가격이 일시적으로 두 세 배 이상 오르기도 했고, 중국산 원료의약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팬데믹 시작 전보다 20~30% 가량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자급률이 낮고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위기 상황에서 대처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K-제약·바이오'라며 산업을 띄우고, 기업들도 미국 등 글로벌 진출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의약품 원료와 백신이 없어 국민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팬데믹 초반부터 지금까지 제약 강국과 빅파마들의 독과점적 지위 남용에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 한 채 그들의 동향만 살폈다. 의약품 주권 확보는 국내 산업, 더 나아가 국민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품 관련 산업은 기업에게만 부담을 지울게 아니라 정부도 함께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21년 159개의 국내 백신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 백신산업 연구개발 추진과정에서 직면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연구개발 자금 부족'이 47.2%(75개사)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연구개발 인력 부족'(25.2%, 40개사), '연구장비 등 인프라 부족'(22.0%, 35개사), '백신 원부자재 확보 어려움'(15.7%, 25개사), '기초기술 보유 부족'(15.1%, 24개사) 등의 순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높은 위험과 투자가 수반되는 백신 개발에 우리 기업들이 추진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극적으로 해외기업 인수, 해외기술 도입 등을 할 수 있는 유인책과, 실패를 무릅쓰고 보다 과감하게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성공불융자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원료의약품의 경우에도 약가 우대와 R&D 지원, 세제혜택 등의 근본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차별화한 제품으로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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